나는 무레 요코의 글을 좋아한다.
'카모메 식당', '그렇게 중년이 된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삶을 바라보는 그녀의 담담한 시선이 담긴 글들에는 치유의 능력이 숨어 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번 신작<이웃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사람들과 주인공 마사미의 가족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낸 연작 단편집이다. 일본판 '응답하라 1988'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평범한 듯 별난 이웃들 모습 그대로다.
동네 정보통 야마카와 씨, 밉상 긴지로, 사각 얼굴인 동네 친구 오사무, 새하얀 얼굴 센다 씨,
인도인 이웃 쿠마루 씨 가족, 이상한 신을 모시는 쎄토 씨, 그리고 동네의 멋진 센도 씨 부부 ..
'정말 왜 저래?'싶다가도 '그럴 수 있지'하며 공감하게 되는, 읽다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부모가 내는 일상의 짜증 나는 소리가 싫어 집을 나가야겠다고 결심하던 주인공 마사미는
어쩌다 보니 마흔이 되어서도 계속 본가에 눌러 살고 있다.
마사미 가족을 보면 우리 집을 보는 것 같다. 부모에 대한 푸념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 전부 자신 안에서 처리하는 마사미, 특별히 사이가 좋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는 부모님들이지만 그렇다고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아버지와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살아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밉지 않은. 늘 불만을 토로하지만 할 일은 다 해내는 엄마.
마사미는 어떻게든 가족과 떨어져 살고 싶어 하면서도 그 속에서 투닥거리며 잘 살아간다. 나처럼.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새하얀 얼굴 센다 씨가 그렇다.
센다 씨는 엄마들보다 열두 살 정도 많고, 혼자 살고 있다. 반상회 모임이나 경조사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아서
이웃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모른다. 전통 인형 같은 단발머리에 진한 화장을 한, 마치 가면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란 것 밖엔. 동네엔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무성하다. 의심이 많아 재산을 뺏길까 거리를 둔다고도 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