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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신들의 모험, 사랑 그리고 전쟁 ㅣ 아르볼 N클래식
이수현 지음, 정인 그림 / 아르볼 / 2019년 11월
평점 :
북유럽 신화는 낯설지만 토르, 로키라면 얘기가 다르다.
<토르><반지의 제왕><해리포터 시리즈>같은 판타지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책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아름답고 흥미로운 신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최고의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까지 내준 신 중의 신 오딘, 도둑맞은 망치 묠니르를 되찾기 위해 여장까지 한 토르,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의 소유자 로키.. 친근한 영화 속 모습들을 떠올리며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북유럽 신화에는 내기와 지혜를 겨루는 이야기들이 많다. 신들의 치열한 경쟁, 서로 속고 속이는 불완전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황금사과를 먹어야 했고, 가장 강한 신 토르는 매번 로키에게 당하고 뭐든 힘으로만 해결하려
한다. 전쟁의 신이자 최고의 신인 오딘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올바르지도 공명정대하지도 않으며 자비로움과도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북유럽 신들이 명예와 맹세를 중요시하면서도 걸핏하면 교묘한 방식으로 약속을 어긴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오딘은 로키와 무척 비슷해 보인다. 이처럼 전지전능한 신들이 아니라서 더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도
모르겠다.
'여신들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
북유럽 신화에는 특이하게 여신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미의 여신 프레이야는 전쟁에서 돌아온 전사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여신으로 나온다.
남신들은 프레이야를 자신들의 내기에 이용하고 당연시한다. 그나마 소개라도 됐으니 다행인 건가.
황금사과를 지키는 이둔도, 토르의 부인 시프도 이름만 나올 뿐 설명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다른 신화들과 달리 종말이 예언되어 있다'
‘신들의 운명’이라 불리는 신화 속 마지막 전쟁, 라그나뢰크가 바로 예언된 종말이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으면 모든 창조에는 파괴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일찍이 예언된 대로 동족 간의 싸움, 깨어진 맹세,
황금에 대한 탐욕 이렇게 세 가지 징조가 신들의 타락을 보여주고 라그나로크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신들은 운명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그날이 올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수밖에."
책은 원전<에다>를 토대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작가의 해석을 더해 아주 쉽게 풀어냈다.
중간에 분위기와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실려있어 우리의 상상력을 더해준다.
신화가 주는 아름답고 짜릿한 재미와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