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요가합니다 - 분주한 일상에 충만한 기쁨
아카네 아키코 지음, 김윤희 옮김 / 미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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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가한다'라는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 읽은 책 <마음을 요가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요가는 행위의 요가가 아니라 '마음의 요가', 즉 진정한 자신과 인생을 통찰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데 30년 이상의 베테랑 요가인인 저자가 수행 중 겪은 사례와 요가로 얻을 수 있는 삶의 태도를 84가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한마디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좋은지에 관한 다양한 의문에 해답을 건네는 생활철학에 관한 책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보고 들었던 '내려놓기', '나답게', '명상', '행복'등에 대해 이 책은 짧고 간결한 가르침을 전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걱정거리, 집착, 불안, 타인의 시선 등으로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해방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느긋하고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요가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긍정하고 자신을 깨달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믿게 해줍니다.

그러기 위해 진정한 자신을 만나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릴랙스해야 합니다.

릴랙스가 되면 감각적인 우뇌가 활성화되고 설렘으로 가슴이 떨리면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느낄 수 있습니다. p.70

본질적으로 요가는 명상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이다. 책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의식에 집중하기' 등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요가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해준다.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하나씩 행동에 마음을 담아 실천해나가는 습관을 들이세요.

마음을 담은 행동, 영혼이 깃든 행동은 아름다운 인생으로 나를 인도해 줍니다. p.41

평범한 내용이지만 내겐 찔리는 문장이다. 생각이 많은 나는 어느 한곳에 머물고 있어도 마음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행동에 진정성이 없다. 티비를 볼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다른 곳에 있다. 책이 말하는 것처럼 온 몸과 온 영혼으로 작은 행동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지내자. 우선 차 한 잔을 마시는,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요가에서는 질병의 원인을 완벽주의와 속도, 즉 조급함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에 맡기고 살면 건강하지만, 자연에 어긋나게 살면 병에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p.46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불안에 취약해지면서 조급해진 나를 발견한다. 말이 두서 없어지고 행동도 너무 앞서나간다. 책은 적당한 긴장감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려면 마음이 얽매이지 않고 마음에 바람이 잘 통하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똑같은 일을 두고도 누구는 조급하고 누구는 여유롭다. 자신을 옳아매고 있는 개념에서 자유로워지면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고 바라는 기분 좋은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얽매인 것일 뿐.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려면 초조해하는 마음이나 감정의 동요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거울에 때가 끼어 있으면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호수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본래 모습은 마음의 평안이 없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p.76

이처럼 저자는 진정한 자신을 어떻게 발견해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독자에게 이야기한다.

<마음을 요가합니다>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마음에 스며들도록 쓰여있는, 밑줄 긋게 만드는 책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다듬도록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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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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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리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자를 넘어선 철학자 니체,

실패와 좌절, 고난을 겪으며 스스로를 구원한 화가 고흐.

이 책은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 주제로 나누어 읽기 쉽게 정리하여 고흐의 그림과 함께 보기 좋게 배치한 명작과 명작의 콜라보로 꾸며진 책이다.

기존의 가치를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진정 용기 있는 철학자 니체.

그는 삶을 사랑했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즉 니체의 삶이 곧 사상이고, 사상이 곧 니체의 삶이었다. 자신의 온 생애로서 증명하고자 했던 니체의 사상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살아나갈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생전에는 작품 한 점 팔지 못하고 가난한 삶을 살다간 고흐.

그는 죽은 후에야 인정받아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작품 가치가 가장 큰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별이 빛나는 밤><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정물:화병의 해바라기><아를의 여인> 등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은 니체의 글과 함께 보기 좋게 배치되어 영혼의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섬세한 감각과 섬세한 취미를 가질 것.

강력하고 대담하며, 자유분방한 마음을 유지할 것.

침착한 눈동자와 확고한 발걸음으로 인생을 짓밟을 것.

터무니없는 일을 당해도 마치 축제에 참가한 것처럼 즐길 것.

미지의 세계와 인간과 신들을 기대하며 인생을 지켜볼 것.

p.300

책 속 날카로운 니체의 잠언들은 그가 최고의 심리학자였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두려움이나 소심함, 우유부단함같이 마음에 엉겨 붙은 고정관념이나 편견들을 그의 비수 같은 잠언들로 흔들어 깨운다.

"창조적인 일을 하든 평범한 일을 하든, 항상 밝고 가벼운 기분으로 임해야 순조롭게 잘 풀린다.

그래야 사소한 제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생 이런 마음을 지켜나가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일을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이다." _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자신을 깨뜨리라고 말하는 니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신함이고, 가장 불필요한 것은 타성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분노 대신 풍요로움을 선택하고, 작은 일에도 최대한 기뻐하며 살아가라고, 끊임없이 전진하라고 이야기한다. 항상 밝고 가벼운 기분으로 살고, 타인을 흉내내지 않으며, 지금하는 일에 온 힘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고흐의 작품들과 함께 읽는 니체의 말들은 쉽지만은 않아 깊이 사색하며 읽어야 그 의미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나약함과 두려움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니체의 말을 잊지 말자. 미지근하지 않기 위해 더욱 충만한 삶을 위해 곁에 두고 읽어볼 생각이다.

"나는 지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굉장히 높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몇 가지 확실한 증거도 있다.

주위가 전보다 넓어졌고, 전망도 훨씬 좋아졌다.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지만, 내 가슴은 따뜻해졌다.

이제 나는 온화함과 따스함을 혼돈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의 발걸음은 훨씬 단단해졌고

또한 확실해졌다. 용기가 나를 성장시켰다. 앞으로 나는 더욱 고독해질 것이며 이전보다 험난해진 길을

걷게 될 것이다." _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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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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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건 그리 유쾌한 건 아니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견디기가 점점 수월해진다.

피하기만 하면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

그러면 피하려고 애쓰는 데 인생을 바치게 될 것이다" (p.79)


이 책은 스웨덴 심리학자상 수상에 빛나는 단 카츠가 인간 심리문제 해결을 돕는 짧은 글과 단순 명쾌한 일러스트를 조합한 치유 심리서다. 저자는 믿을만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다양한 은유적 표현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 뇌의 일부를 "도마뱀"으로 비유하면서 불안, 우울, 공포 등 심리적 고통을 다루려면 이 멍청한 짐승을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통의 시각화'를 통한 치료 효과를 근거로, 즉 말로 하는 설명보다 그림 한 장을 보는 것이 실제 경험하는 것과 가까운 효과를 준다며 그림 32점을

곁들여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변화를 가져오도록 '효과 빠른' 치유의 힘을 전한다.

겁쟁이 도마뱀에게 인생의 운전대를 넘겨주지 마라!

우리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는 도마뱀(편도체)이 살고 있다. 겁에 질리면 이 녀석이 우리 몸을 장악한다.

하지만 가끔 거짓 정보를 보낸다. 위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요란하게 울린다. 이럴 때 우리는 괜찮다고

다독이지만 이 정도로는 통하지 않는다. 이 멍청한 도마뱀은 말귀를 못 알아듣고 계속 겁에 질려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시킬까? 도마뱀에게 유일하게 통하는 방법은

실제로 경험하게 내버려 둬서 과민반응이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무작정해보라! 직접 경험해봐야만 그동안 가져온 생각을 바꿀 기회를 자기 자신에게 제대로 주는 것이다"( p.71)

경험해봐야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생각의 힘'에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생각을 고쳐먹으려 하기보다 실제로 그것을 경험해보는 쪽이 몇 배 더 확실한 효과가 있다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예로 든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머릿속으로 타는 법을 상상하고 자신감을 북돋는다고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긴장되더라도 일단 타봐야 한다는 것을! 무엇이든 무작정 시작하면 기분도 자신감도 나아진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상황을 갖출 때까지 마음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도망가지 말고 두려움을 직시하고 일단 저질러보자!" (p.135)

이 밖에도 틈만 나면 도망치고 싶은 뇌 길들이기, 무작정 열심히 하는 뇌 길들이기, 쉽게 상처받는 소심한 뇌 길들이기, 나만 사랑하는 뇌 길들이기, 한 치 앞만 보는 뇌 길들이기 등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친절하고 쉽게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는 참신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고, 최신 심리학 이론들을 알기 쉽게 은유적 표현으로 전달하고 있는 부분이 맘에 들었다. 대체적으로 쉽고, 실용적인 내용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유용하게 쓰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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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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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세이를 즐겨읽는다. 맘 터놓고 저자와 이야기 나누는 느낌 때문이랄까.

특히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책에 대한 내용이라면 최고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진행하는

북 테라피스트 전승환이 '내 맘 알아주는 문장들'을 자신의 경험담에 녹여낸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힘겨운 일들을 나 혼자서만 겪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우리는 큰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된다고 말하며 인문고전에서 철학, 문학, 에세이까지 그가 선별한 130여 편의 '인생의 문장들'을 들려준다.

“좋은 글을 읽고 있으면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글에 담긴 희로애락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모든 삶과 감정이 담긴 문장은,

단 몇 줄에 불과한 짧은 글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는 인생의 문장이 됩니다.(p.311)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경험과 감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통해 공감과 이해를 받고, 삶의 고민들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소개하는 '인생의 문장들'로 따스한 온기와 희망 그리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좋은 글에는 우리를 계속 전진하게 하고 암흑 같은 시기에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있음을 일깨우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 하나를 소개해본다.

저자는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자존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건넨다.

한 스님이 절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공사를 마치고 보니 한쪽 벽면에 벽돌 두 장이 눈에 거슬리게 튀어나와 보였습니다. 벽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누가 그 벽 앞에 서 있으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방문객이 그 벽을 보더니 정말 아름다운 벽이라며 칭찬을 했습니다. 스님은 의아해하며 벽 돌 두 장이 튀어나와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방문객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 눈에는 잘못 얹힌 벽돌 두 장도 보이지만, 그보다는 훌륭하게 잘 쌓여 있는 아흔여덟 장의 벽돌이 더 잘 보입니다." (p. 257~ 258)

유독 단점을 크게 생각하는, 자신감이 없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에게 이 이야기는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절하하지 말고, 갖고 있는 장점을 좀 더 자랑스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위로와 함께 용기를 갖게 해준다.자신을 불신하는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저자는 나다운 삶의 기초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하며남의 말과 기준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나다운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여기에서 저자와 나는 같은 책을 떠올린다.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어떤 두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가진 조르바. 나다운 삶을 위하여 기꺼이 큰 바다로 나아갈 용기를 낸 이들에게 건네는 격려의 문장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p.262)

책을 읽고 나니 인생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로운 것은 싫은, 양가적 감정을 가진 우리들은 결국 사람들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럴 때 살아 있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행복하려면 사랑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닌 활동을 의미하며 이는 '참여하는 것'이고 '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을 줘야 사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 기쁘거나 슬플 때,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책은 내가 원하던 치유와 함께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되찾게 해준다.

'책이 가진 치유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섬세한 문장과 지혜가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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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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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읽은 <이방인>.

책은 6년 전 출간된 <이방인>을 재번역하여 내놓은 개정판으로 번역가 이정서가 자신이 써놓은 기존 번역의 숱한 오류를 인정하고, 더 많은 고민으로 지나치리만큼 숙고한 끝에 탄생된 새로운 <이방인>이다.

문학사에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도 달라졌다.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 다음에 찍힌 쉼표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강조했고,

'죽었다'에서 '돌아가셨다'로 우리말에만 있는 존댓말로 자연스럽게 원문 의미를 살렸다. 이외에도 달라진 내용을 따로 정리해놓은 [역자노트]가 함께 실려 있어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가치를 돕는다.


<이방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죽음'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알제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에서 느껴지듯 뫼르소는 슬퍼하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 장례식에서도 담배를 피고 울지 않는다. 동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별 반응이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에 연루돼 해변에서 자신을 쫓아온 아랍인을 죽이게 된다.

재판에서 뫼르소는 내리쬐는 태양때문에 죽였다는 말 이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는 결국 엄마의 죽음에 대한 어떤 슬픔도 드러내지 않았다는 행동을 근거로 삼아 사형을 받게 된다. 결국 책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뫼르소의 태도, 상식적이지 않는 행동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딱 부러지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p.76


뫼르소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강렬한 햇빛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하지만 왜 4발이나 쏜 것일까?' '재판 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모두 설명되지 않는 우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시선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지 않더라도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식으로 함부로 평가하고 낙인찍어선 안된다.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고 그를 낙오자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했다면 그럴 이유가 그에겐 있을 테니까.


"보기에는 내가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p.133


우리는 그에게 요구하고 있다. 관례에 따라 자신의 범죄를 후회한다고 불효자라고 말하기를 바라지만그는 거짓말을 하기를 거부한다. 과장하길 더 말하길 거부한다. 그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식이 없는 완고함때문에 사형을 받은 것이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방인'을 만들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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