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읽은 <이방인>.

책은 6년 전 출간된 <이방인>을 재번역하여 내놓은 개정판으로 번역가 이정서가 자신이 써놓은 기존 번역의 숱한 오류를 인정하고, 더 많은 고민으로 지나치리만큼 숙고한 끝에 탄생된 새로운 <이방인>이다.

문학사에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도 달라졌다.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 다음에 찍힌 쉼표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강조했고,

'죽었다'에서 '돌아가셨다'로 우리말에만 있는 존댓말로 자연스럽게 원문 의미를 살렸다. 이외에도 달라진 내용을 따로 정리해놓은 [역자노트]가 함께 실려 있어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가치를 돕는다.


<이방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죽음'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알제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에서 느껴지듯 뫼르소는 슬퍼하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 장례식에서도 담배를 피고 울지 않는다. 동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별 반응이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에 연루돼 해변에서 자신을 쫓아온 아랍인을 죽이게 된다.

재판에서 뫼르소는 내리쬐는 태양때문에 죽였다는 말 이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는 결국 엄마의 죽음에 대한 어떤 슬픔도 드러내지 않았다는 행동을 근거로 삼아 사형을 받게 된다. 결국 책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뫼르소의 태도, 상식적이지 않는 행동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딱 부러지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p.76


뫼르소는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강렬한 햇빛때문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하지만 왜 4발이나 쏜 것일까?' '재판 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모두 설명되지 않는 우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 시선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하지 않더라도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식으로 함부로 평가하고 낙인찍어선 안된다.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고 그를 낙오자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했다면 그럴 이유가 그에겐 있을 테니까.


"보기에는 내가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p.133


우리는 그에게 요구하고 있다. 관례에 따라 자신의 범죄를 후회한다고 불효자라고 말하기를 바라지만그는 거짓말을 하기를 거부한다. 과장하길 더 말하길 거부한다. 그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식이 없는 완고함때문에 사형을 받은 것이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방인'을 만들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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