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읽은 <이방인>.
책은 6년 전 출간된 <이방인>을 재번역하여 내놓은 개정판으로 번역가 이정서가 자신이 써놓은 기존 번역의 숱한 오류를 인정하고, 더 많은 고민으로 지나치리만큼 숙고한 끝에 탄생된 새로운 <이방인>이다.
문학사에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도 달라졌다.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 다음에 찍힌 쉼표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강조했고,
'죽었다'에서 '돌아가셨다'로 우리말에만 있는 존댓말로 자연스럽게 원문 의미를 살렸다. 이외에도 달라진 내용을 따로 정리해놓은 [역자노트]가 함께 실려 있어 소설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가치를 돕는다.
<이방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죽음'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다.
알제리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에서 느껴지듯 뫼르소는 슬퍼하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가 없다. 장례식에서도 담배를 피고 울지 않는다. 동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별 반응이 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에 연루돼 해변에서 자신을 쫓아온 아랍인을 죽이게 된다.
재판에서 뫼르소는 내리쬐는 태양때문에 죽였다는 말 이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는 결국 엄마의 죽음에 대한 어떤 슬픔도 드러내지 않았다는 행동을 근거로 삼아 사형을 받게 된다. 결국 책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뫼르소의 태도, 상식적이지 않는 행동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그에게 딱 부러지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은 결국 별로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
또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