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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상식과 만나는 시간
이현민 지음 / 북스고 / 2020년 2월
평점 :
'알쓸신잡'의 경쾌한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은 일상 속 잡다한 상식들을 쉽고 재미있게 모아놓은 책으로, 경제, 사회, 역사 등을 다루고 있지만 깊지 않고, 전혀 몰라도 지장 없는 단지 궁금할 법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만 담은 상식책이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티슈박스' 채널을 운영하며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전하면서
알아두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깨닫지 못했던 역사적 배경도 함께 들려준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본인을 글 못 쓰는 작가라 소개하지만 읽는 내내 저자 특유의 문체가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격없이 느껴져 좋았다.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은 폭넓은 상식을 얻을 수 있는 꽤 쓸모 있는 시간이었다.
책은 식사, 유행, 쓸모, 혁명을 키워드로 25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케첩의 원조는 중국이다"
"빨대는 맥주를 먹기 위해 탄생했다"
"최초로 타자기로 작성한 소설은 톰 소여의 모험이다"
"단두대는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역할을 했다"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 중 하나만 소개해본다.
통조림은 나폴레옹이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중에 탄생한 물건이다. 그 시대에는 전쟁 중에 병사들이 냄비를 가지고
다니고 땔감을 구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피로가 누적되어 사기 문제로 직결됐다.
따라서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도 가지고 다니기 편한 보존 방법이 절실했고, 때마침 셰프 출신 아페르가 와인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병조림을 만들었지만 무겁고 밀봉이 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후에 그 단점들을 주석으로 해결하고
영국에서 틴 캐니스터, 오늘날 캔이 탄생된 것이다.
통조림의 위상을 높이게 된 것 역시 전쟁이 계기가 됐는데 미국 남북전쟁 때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이 무려 2억 개의 스팸 폭격을 가해 연합군의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스팸을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라 해도 과장은 아닐 듯 싶다. 오늘날 깡통들의 전성기는 시들해졌지만 우리 집에선 여전히 환영받는 존재다. 이보다 더 간편하고 싸고 맛있는 건 찾기 어려우니까.
책은 이외에도 흑인들의 소울푸드였던 치킨이 KFC의 등장으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앨범이 그를 팝의 황제로 등극시켰을 뿐만 아니라 흑백갈등의 해소의 키로 작용했다는 사실,
미국 교도소에서 가장 인기있고 가치있는 물건이 바로 라면이라는 사실 등 호기심을 발동시킬만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역사의 순간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은 무심히 사용하고, 당연시 여겼던 일들이 역사 속 치열한 고민과 노력속에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도 역사 속의 한 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에게 닥친 역경을 잘 극복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풀어나가서 후대의 사람들이 웃으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