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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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달아야 하고,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 p.246

오로지 청춘들만을 위한 책일 거라는 생각에 읽을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정여울 작가가 궁금해 읽기로 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감성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자기계발서보다도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렇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아픔들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로 7년 만에 리커버로 재출간됐다.

작가는 '그때 몰랐지만 지금에야 깨달은 소박한 앎'을 청춘의 숙제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저자 자신의 20대를 반추하며 풀어놓는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독자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진정한 성숙을 꿈꿀 수 있게 이끌어준다.

책은 20대를 향한 메시지이지만 40대인 내게도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중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많은 순간이 아프고, 앞으로도 아플 것이기 때문에.

책은 우정, 여행, 타인, 배움, 행복, 재능, 죽음 등 20개의 키워드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인생의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언제든 어디로든 떠나는 게 최고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시간은 좀처럼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공간은 기어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을.

공간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동선을 바꾼다. 동선이 바뀌면 감각을 사용하는 패턴이 바뀌고,

감각의 패턴이 바뀌면 생각의 회로도 바뀌고, 생각의 회로가 바뀌면 당연히 행동도 욕망도 관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p.37

"여행은 혼자서도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익히 들어온 말인데 여전히 나는 시큰둥하다. 20대 때 다녀온 몇 번의 여행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거니와 늘 갖고 싶은 것들이 차고 넘쳐서 '난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야' '굳이 돈 들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아'로 여행이 필요 없다고 합리화 시키고 있다. 그녀도 나와 비슷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어리석었다며 후회한다. '설렘' 같은 감정은 아무리 애써도 만들어지지 되지 않는다고.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무엇을 봐도 두근거리지 않는다. 정말 저자의 말대로 여행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는 일단 어디든 떠나볼 생각이다. '놓쳐버린 경험'을 이제라도 시작해보고 싶다. 여행이 주는 큰 자유를 느껴보고 싶다.

"여행자가 되면, 평소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되어 나 자신의 삶을 조감할 수 있다.

분명히 나지만 나의 삶을 마치 남의 삶처럼 멀리서 굽어볼 수 있는 '새의 시점'.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다." /p.51

모든 불행의 중심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시선'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우리가 정말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남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다. p.112

비교, 소외 그리고 의존. 이 세 가지만 없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계산만 하지 않아도, 비교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내가 진정으로 눈앞의 사소한 행복에 만족할 수 있다면, 이 사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진정 깨닫는다면 타인의 행복과 비교할 이유도 그럴 여력도 없을 것이다.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난 이미 행복할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고, 누구도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

내가 할 일은 나보다 행복한 이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해 나 자신의 영혼과 진정으로 더 친해지는 일이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

저자가 20대에게 알려주고 싶은 20가지 키워드가 모두 공감 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경험담을 읽으며 나의 서툴렀던 청춘을 소환해 '때늦은 뒤풀이'를 할 수 있었고, 내가 과거에 느꼈던 두려움들이 과장된 것이었다는 것, 과정의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살다가 방황할 때, 지금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을 때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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