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

소설은 젊은 남자아이들과 저도 모르게 사랑을 해버린, 그다지 젊지 않은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내용으로만 봐서는 전혀 아름답지도 공감되지도 않는 '불륜'. 그러나 그녀의 시선으로 보면 그 또한 사랑이다. 불완전하지만 섬세한 그리고 낭만적인.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두 젊은 청년 토오루와 코오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다.

소심하고 진지한 토오루, 욕구에 충실하고 외향적인 코오지. 성격은 상반되지만 둘 다 유부녀인 연상의

연인이 있다.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언젠가 시후미는 그런 말을 했다.

“내세울 만큼 행복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행복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라고.

행복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의 토오루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후미가 주는 불행이라면, 다른 행복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p.73

토오루와 시후미의 사랑은 애틋하다.

토오루는 종일 그녀 생각에만 빠져 있고 그녀와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시후미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비교할 수 없고,

그녀 이외는 무엇도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코우지에게 유일하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마음을 준다는 행위였다.

묘하게 연상의 여자한테는 마음을 허락해버린다.

자기 사람이 될 수 없는 여자에게만, 자기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p.321

반면 코우지는 귀여운 또래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연상의 여인인 키미코를 만난다.

'버리는 건 내쪽이다' 라고 정해놓은 코우지는 사랑보다는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소설의 두 청년들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갈림길에 놓인다.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다. 내일 어떻게 될지라도 오늘 마음껏 사랑하기 위하여.

코우지는 양다리인 걸 들켜 결국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그녀들에 의해 버림받지만 또 다른 연애를 꿈꾼다.

<도쿄타워>. 예쁜 로맨스를 기대했다가 비상식적인 그리고 위험한 사랑 이야기라 조금은 당황했지만,

세련된 문체에 홀려 그들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애틋한 사랑에 동화되어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내 관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작가의 시선으로는 가능하다.

서툰 걸음으로 길 위에 선 소년들, 그들과 사랑에 빠진 모순적인 여인들..

스치듯 가벼운 관계이거나 깊고 짙은 감정이거나 사랑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한없이 비참해진다. 그리고 한없이 용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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