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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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당신의 의식 아래 켜켜이 쌓여 있는 기억의 지층들을 함께 발견해 보기로 해요.

당신을 당신이게 만드는 바로 그것을 말이에요. 심층 기억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셨어요? "

/ p.17 <기억 1 중에서>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의 소설은 놀랍도록 독특하면서도 쉽고 재미있다. 또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쓰인 탄탄한 스토리는 소설인 줄 알면서도 번번이 사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새로 출간된 장편 소설<기억 1,2>에서도 베르베르는 전생과 최면, 그리고 미지의 세계 아틀란티스를 소재로 삼아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주인공이자 역사 교사인 르네가 <판도라의 상자>라는 마술 공연장에서 최면 체험 대상자로 선택되어 전생의 기억을 엿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르네는 최면이 끝난 뒤에도 그 강렬한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여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된다. 처음엔 이 모든 상황이 마술사 오팔이 심어놓은 가짜 기억일 거라 믿고, 원래대로 되돌리려 다시 '무의식의 문'으로 들어가지만 오히려 자신의 전생들과의 소통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나는 살인자야. 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야.

나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청년 병사이기도 하고, 환멸에 빠진 늙은 백작 부인이기도 하고, 희망에 부푼 갤리선 노잡이이기도 하니까."

"저 모두가 나야. 다음 생에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111명이 내린 선택들의 결과물이 나야."

p.151 < 기억 1 중에서>

르네는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궁금한 전생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금 자신이라고 믿는 게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라는 것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첫 번째 전생인 게브와의 만남은 르네의 삶을 바꿔놓는다. 게브는 아틀란티스 인으로 걱정과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차분한 사람이다. 르네는 그의 온몸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에 충격을 받고 앞으로는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후회하고 상처 주는 일은 그만하고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그 생각에만 매달려 봤자 아무 도움이 안 돼, 시간을 되돌릴 순 없잖아?'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

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앞으로의 내 삶에 목표가 생겼어. 첫째는 게브의 문명이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그를 구하는 거.

둘째는 한때 우리 문명이 도달했던, 하지만 지금은 그 중요성을 망각해 버린 인간 정신의 고양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

p.276 <기억 1 중에서>

소설은 자신의 전생인 게브를 구하고자 하는 르네와 그를 돕는 마술사 오팔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번 책도 그의 전작들과 다른 듯하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일관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책은 이 세 가지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찾아내도록 이끈다.


요즘들어 불교교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이 말하는 영혼의 세계와도 비슷한 맥락이라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이 말하는 대로 삶의 대부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자유 의지의 힘은 있다.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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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최강의 면역력 식탁 - 일상의 식탁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기적의 레시피
이양지 지음 / 성안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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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어디 하나 튼튼한 곳도 없으면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고, 고기와 간편식을 즐기며 믹스커피를 보약처럼 꾸준히도 마시고 있는 나. 그나마 어렸을 땐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만만치 않은 나이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탈이 나고 더디 낫는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확산되고 있으니 면역력 약한 나에게 식습관 개선은 운동, 그리고 마음 챙김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읽게 된 <생명을 살리는 최강의 면역력 식탁>.

이양지의 부엌학교에서 만든 이 책은 우리의 몸을 강한 체질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익한 레시피 103가지를 소개하며 우리의 전통적인 식사, 밥과 된장국, 제철채소 위주의 식단을 건강하게 잘 챙겨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항상화 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장을 깨끗이 하며 발암 물질을 해독하고 바이러스에 강해지면, 면역력도 강화됩니다. 또한 면역력이 강해지면 몸이 젊어지고 장이 깨끗해지며 암과 바이러스에 강해지는 상호 상승효과가 이루어집니다" /p.7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꼭 필요한 상황별로 잘 나뉘어져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 강한 체질로 만드는 면역력 레시피>, <노화를 방지하여 활력을 주는 면역력 레시피>, <장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면역력 레시피>, <발암 물질을 해독하는 면역력 레시피>, <일상의 식탁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레시피>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재료들로 효능과 조리방법, 그 외 팁들이 담겨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알기쉽게 설명해주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저자의 세심한 문체에 벌써부터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면역력을 높이는 식생활 실천법

1. 밥은 꼭 현미밥으로 바꾸세요

- 음이나 양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에 가까운 식품, '살아있는 영양'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2. 제철 재료로 요리하세요

- 마크로비오틱은 '신토불이'가 중요원칙이다. 제철음식을 먹어야 건강할 수 있다.

3. 식재료를 통째로 섭취하세요 - 가능한 채소의 껍질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깎지 말고 먹자.

4. 비타민제보다는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세요

- 한 가지 성분만 추출하여 먹는 것보다 식품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들과 함께 먹어야 좋다.

5. 천연조미료를 사용하세요 - 화학조미료와 인스턴트 제품을 자제하자.

6. 적당한 양의 물을 섭취하세요

- 녹차 보리차도 어디까지나 음료며 차일 뿐이다. 일상적으로 꼭 마셔야 할 것은 물이다.

7. 꾸준히 운동하세요

p.21-23 요약

책은 만들어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은 레시피들로 채워져있다.

특히나 장이 약한 나는 콩나물밥과 부추양념장, 곤약 감자조림, 근채류 듬뿍 간장떡볶이, 연근 카레풍미볶음 등을 따라해보고 싶어졌다. 장은 우리몸에서 가장 큰 면역기관으로 그 속에는 면역세포의 60%가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장을 건강하게 지키지 않으면 병이나 알레르기에 시달릴 수 있다고. 장을 잘 지켜내려면 이미 알고 있듯이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섭취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우엉이나 연근, 고구마, 마 등의 근채류에 많고 곡류나 해초에도 풍부하다고 하니 이런 재료들을 활용한 레시피들을 따라해봐야 겠다.

먹는 걸 좋아하면서도 만드는 것에는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 쉽게 빨리, 강한 맛만 추구하면서.

책을 읽는다고 하루 아침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계기로 먹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은 정성부터 들여볼 생각이다.

"한 가지 식품이 어떤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는 없지만 올바르게 지속되는 식생활은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근본적인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_이양지의 부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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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 - 희망을 위한 아포리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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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에 꿈꾸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꿈꾼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 꿈을 꾼다.

_ 스티븐 스필버스


불안, 친구, 돈, 용서, 갈등, 용기, 나이, 이별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주제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고, 옳은 판단을 내리기에도 자신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용기는 점점 줄고, 결정은 더더욱 어렵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든 문장은 좁디좁은 나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희망의 빛을 선물한다. 그런 위로와 지혜가 담긴 문장을 발견하고 싶어 이 책을 읽어본다.

<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은 희망과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아포리즘을 담은 책이다.

아포리즘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말하는데, 책은 그러한 통찰력 있는 현인들의 문장들로 삶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나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고, 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불안에 파묻혀서 파멸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반드시 불안에 대해 알아가는 모험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따라서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을 배운 사람이다.

_ 덴마크 철학자 쇠렌키르케고르 p.41

'불안 시대'.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코로나19'의 창궐로 이제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한 만큼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꼭 다뤄야 하는 주제다. 저자는 '불안이 클수록 더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로 당연한 일상의 불안을 잘 대처해나가자고, '불안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불안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이기 때문에 대립하려 하지 않으면 사이좋게 살 수 있다고, 오히려 어려운 문제에 집중하거나 해결해야 할 때 불안은 의미 있는 목적을 수행한다고도 역설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불안에 대한 대처법은 심리학자 김정운의 대처법이기도 한 '불안의 개념화'다.

걱정거리의 내용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어 개념화시키면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아무 '쓸데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일종의 셀프 '인지치료'다. 나 역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걱정거리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제목을 붙여 내용을 적어나가다보면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일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별거 아님을 알게된다. 무조건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이런 방법을 통해 잘 다독여가면서 적당히 불안해하는 게 불안에 대처하는 유일한 답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성공이란 매일 밤 당신의 평화로운 영혼과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_알베르트 슈바이처

"완벽주의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_심리학자 듀크 로빈슨

"질병에 걸렸을 때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을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경이롭게 여긴다."

_작가 리처드 칼슨

"세상에는 좋고 나쁜 게 따로 있지 않다.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_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두에도 말했듯이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은 쌓여가는데도 용기는 줄어든다. 왜 그럴까? 아마도 실패가 두려워서일 것이다.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결정을 미루거나 안주를 선택한다. 어쩜 너무 일찌감치 포기를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전성기는 끝났다고.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그런 나에게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건넨다. "우리 인간은 꿈 없인 살 수 없는 '꿈꾸는 존재'다."

맞다. 종종 꿈과 희망이 우리의 고통을 키우기도 하고, 우리를 배신하기도 하지만 험난한 세상에 이것마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책 속 곳곳의 무게감 있는 글들을 읽으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그리고 나의 소극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고, 큰 꿈이던 작은 꿈이던 내 취향에 맞는 꿈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보겠다는 다짐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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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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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원인을 세로토닌 불균형이 아닌 염증에서 찾는 정신의학 대중교양서. <염증에 걸린 마음>.

오랜 시간 세상은 우울증을 순전히 마음의 문제 아니면 뇌의 문제라고 바라보았다. 달리 말해 '몸과 마음은 따로'라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점점 밝혀지는 과학적 증거들은 이제 우울증에 대한,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우울증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꺼리들을 제공하고,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책은 "몸의 염증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라는 분명한 사실을 비범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설득력있게 규명해낸다. 상당한 의학 지식이 있어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은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이 책은 염증과 우울증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제는 생각의 틀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다"

30년 전, 뇌 속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가설하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프로작'(항우울제)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치료제는 모든 환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일부에게는 분명 효과가 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왜 모두에게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걸까? 저자는 그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흥미로운 이론은 우울증을 순전히 마음의 문제라고 보는 그동안의 관점에서 벗어나 몸 역시 우울증의 근원 중 하나라고 보는 관점으로 바꿔 신경 면역학, 뇌과학,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다.

"뇌는 신체의 면역계와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혈뇌장벽을 가로지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뇌와 신체는 자유롭고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책은 염증과 우울증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스트레스, 염증, 우울증의 악순환, 그리고 그 순환을 깨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 변화로 우울증이 생길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사회적 스트레스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그래서 신체 염증이 일어나는 식으로 돌고 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 및 관절염과 비만 등 신체질환과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를 표적으로 삼고 끊어내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비만이나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 원인을 제거하고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단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명상과 운동, 요가 등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수련들도 몸속 염증 물질을 줄이는 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증명되었다

p.255

아쉽게도 원하는 답인 우울증의 확실한 치료제는 이 책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항우울제이후 더 나은 약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에. 결국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가 우리가 가진 치료법의 전부인 셈이다.

그러나 저자는 충분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개발된 항염증약들 중에서 염증으로 인한 우울증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고, 만족할만한 실험 결과도 나오고 있기에 앞으로 몇 년, 이 분야를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우울증을 정신의 영역, 즉 순전히 마음속 문제라고 여기며 죄책감에 시달려 왔고, 타인의 비난섞인 시선에 움츠려 지내왔다. 이제는 다르다. 이 책을 통해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혁신적인 사실을 알게 됐고, 면역의 관점에서 차세대 우울제로 항염증약과 항체가 개발되어 우울증, 그리고 다른 뇌 질환 및 정신장애의 새로운 치료약도 개발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염증에 걸린 마음>을 접하고 나니 마음만큼이나 몸의 건강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쓰고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의학의 오랜 관념을 깨뜨리고 염증을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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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내 인생의 셀프 심리학
캐럴 피어슨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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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어떤 모습인가는 의식적으로, 혹은 더 많게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이 선택한 대본에 달려 있다." /p.16

<나는 나>. 이 책은 칼 융의 원형 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과 겉표지가 주는 가벼운 에세이 느낌과는 달리 ‘내 안의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꽤 진지한 심리서이다.

책은 우리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융에 따르면 인간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바로 우리 내면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원형이라는 단어가 생소해 무겁게 느껴지지만 설명해보면 원형은 인간 내면에 깊이 뿌리내려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생각의 유형들을 말한다.

다시 돌아가 정리해보면, 우리는 각자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데 자신의 내면을 어떤 원형이 지배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저자가 정의한 여섯 가지 원형을 정리하면 이렇다.

외로움으로 가득한 고아 원형

: 사람을 믿지 않고, 자신을 희생자로 보며, 삶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음. 자신에게 왜 이토록 힘든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의아해함.

다른 삶을 찾고 싶어 하는 방랑자 원형

: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이상적인 곳을 찾아 떠나는 유형, 현실도피자가 될 수도 있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전사 원형

: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임.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책임감이 강함. 타인과 다투거나 이기려 드는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음.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이타주의자 원형

: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 자신이 세상에 주고 싶은 것을 중요하게 여김.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강박적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도 있음.

삶을 낙관하고 신뢰하는 순수주의자 원형

: 심리적 추방과 시련을 거쳐 자신이 희생자라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난 사람. 자신의 여행을 신뢰하면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음.

자신의 미래를 마법처럼 변화시키려는 마법사 원형.

: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삶의 주인을 자신으로 설정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세상에 주면서 삶과 완전한 관계를 맺음.

저자는 이 여섯 원형이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면서 평생 한 가지 원형이 지배하기도 하고, 단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또한 여러 유형이 함께 나타나 다양한 모습을 구성하기도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나의 삶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 원형들은 우리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발달 과제를 해내도록 돕는다고 주장한다. "내 안의 고아 원형은 어려움과 시련을 견뎌내도록 돕고, 방랑자 원형은 자신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전사원형은 자신의 가치를 세상에 증명하도록 돕고, 이타주의자 원형은 자비심과 공감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그리고 순수주의자 원형은 행복을 성취하도록 돕고, 마법사 원형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도록 돕는다."

물론 이들 원형에는 긍정적인 잠재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잠재력도 있다.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으면 부정적인 원형에 사로잡히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알아차림(자각)'이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현재 어떤 유형에 연결되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다른 이야기를 선택하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때 우리의 '자기실현'은 시작된다.

" 내 안의 원형을 이해하면 더 많은 가능성에 눈뜨게 되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게 된다"

책은 마음의 작용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이해시키고, 마음을 열어 내면의 진실과 우리의 삶을 일치시키도록 돕는다. 내 생각과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 나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일이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이 말하는 원형들의 특징을 아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덜 사로잡히고, 어려움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편협해지고 균형을 잃을 때 무의식 속 한 가지 원형에 지나치게 지배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그리고 원형을 발견했다면 무조건 밀어내려 하지 말고, 생각의 패턴을 이해하고 내 안의 고아에게는 회복력을, 방랑자에게는 독립심을, 전사에게는 용기를, 이타주의자에게는 연민심을, 순수주의자에게는 신념을, 방랑자에게는 신념을 선물받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변화시켜보자.

'마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혜롭다.

자기 안의 가능성만 열어둔다면 훨씬 빨리 상처로부터 회복될 수 있고, 더욱 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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