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자. 지금부터 당신의 의식 아래 켜켜이 쌓여 있는 기억의 지층들을 함께 발견해 보기로 해요.

당신을 당신이게 만드는 바로 그것을 말이에요. 심층 기억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셨어요? "

/ p.17 <기억 1 중에서>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의 소설은 놀랍도록 독특하면서도 쉽고 재미있다. 또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쓰인 탄탄한 스토리는 소설인 줄 알면서도 번번이 사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새로 출간된 장편 소설<기억 1,2>에서도 베르베르는 전생과 최면, 그리고 미지의 세계 아틀란티스를 소재로 삼아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주인공이자 역사 교사인 르네가 <판도라의 상자>라는 마술 공연장에서 최면 체험 대상자로 선택되어 전생의 기억을 엿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르네는 최면이 끝난 뒤에도 그 강렬한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여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된다. 처음엔 이 모든 상황이 마술사 오팔이 심어놓은 가짜 기억일 거라 믿고, 원래대로 되돌리려 다시 '무의식의 문'으로 들어가지만 오히려 자신의 전생들과의 소통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나는 살인자야. 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야.

나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청년 병사이기도 하고, 환멸에 빠진 늙은 백작 부인이기도 하고, 희망에 부푼 갤리선 노잡이이기도 하니까."

"저 모두가 나야. 다음 생에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111명이 내린 선택들의 결과물이 나야."

p.151 < 기억 1 중에서>

르네는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궁금한 전생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금 자신이라고 믿는 게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라는 것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첫 번째 전생인 게브와의 만남은 르네의 삶을 바꿔놓는다. 게브는 아틀란티스 인으로 걱정과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차분한 사람이다. 르네는 그의 온몸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에 충격을 받고 앞으로는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후회하고 상처 주는 일은 그만하고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그 생각에만 매달려 봤자 아무 도움이 안 돼, 시간을 되돌릴 순 없잖아?'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

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앞으로의 내 삶에 목표가 생겼어. 첫째는 게브의 문명이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그를 구하는 거.

둘째는 한때 우리 문명이 도달했던, 하지만 지금은 그 중요성을 망각해 버린 인간 정신의 고양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

p.276 <기억 1 중에서>

소설은 자신의 전생인 게브를 구하고자 하는 르네와 그를 돕는 마술사 오팔의 모험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번 책도 그의 전작들과 다른 듯하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일관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책은 이 세 가지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찾아내도록 이끈다.


요즘들어 불교교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이 말하는 영혼의 세계와도 비슷한 맥락이라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이 말하는 대로 삶의 대부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자유 의지의 힘은 있다.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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