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몸)이 곧 공(비어있음)이요, 공이 곧 색 이다"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이 유명한 문구에는 반야심경이 설파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 있는데 기존의 해석으로는 공을 오직 '없다'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몸도 없고, 느낌도 없고 인식도 없다'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로 풀이돼 도통 이해가 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경전의 내용을 이렇게 해석한다. "몸도, 느낌도, 인식도, 의식도 따로 존재하는 분리된 자아개체가 아니다" 공은 오직 자아가 비어 있음을 의미할 뿐, 자아의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풀어 말하면 존재의 있고, 없음이라는 관념을 초월해 우리 몸은 하나로 존재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이 깃들어져 존재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종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햇살, 숲, 나무, 벌목꾼 등 삼라만상이 그 안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조상님, 부모님, 햇빛, 구름, 땅, 비, 시간, 공간.. 이 모든 것이 공존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뜻은 곧 상호 존재한다는 뜻이다. 내 몸은 따로 존재하는 분리된 자아개체가 아니라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상호 존재라는 통찰은 무상, 즉 덧없음(상호연기)이라는 통찰과도 연결된다. 모든 것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는 종이가 된 순간 이전에도 존재했다. 나무, 목재 펄프, 햇살, 비, 구름 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를 이루는 요소도 내가 태어난 날 이전에 부모와 조상들에게 있었다. 우리 모두는 오로지 형태만 바뀔 뿐 항상 지구에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처럼 반야심경의 지혜는 태어남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적음과 많음 등의 이분법적인 관념을 초월하여 참다운 본성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