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 틱낫한 스님이 새로 읽고 해설한 반야심경
틱낫한 지음, 손명희 옮김, 선업 감수 / 싱긋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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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을 공부하는 것은 지적 유희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자유로워지느냐의 문제입니다.

반야심경을 공부하면 우리가 실제로 처한 상황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발견하게 되어

번뇌와 괴로움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 p .86


명상에 관심을 갖고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교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불교의 가르침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나에게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은 책<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은 불교 가르침의 정수인 '반야심경'을 틱낫한 스님이 새롭게 풀이한 책으로, 기존의 오해를 샀던 부분들을 재해석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야심경은 우리를 두려움이 없는 참자유로 인도해 주는 부처님의 본질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반야심경을 새롭게 번역함으로써 기존의 서툰 번역을 명확하게 바로잡아 모든 것의 본질이 텅 비어 있으면서 삼라만상으로 가득 차 있음을 통찰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모든 현상은 연기의 산물입니다. 이들은 분리된 자아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따로 '아(我)'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다'의 핵심입니다. 삼라만상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더불어 존재해야 합니다. / p.33

"색(몸)이 곧 공(비어있음)이요, 공이 곧 색 이다"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이 유명한 문구에는 반야심경이 설파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 있는데 기존의 해석으로는 공을 오직 '없다'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몸도 없고, 느낌도 없고 인식도 없다'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로 풀이돼 도통 이해가 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경전의 내용을 이렇게 해석한다. "몸도, 느낌도, 인식도, 의식도 따로 존재하는 분리된 자아개체가 아니다" 공은 오직 자아가 비어 있음을 의미할 뿐, 자아의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풀어 말하면 존재의 있고, 없음이라는 관념을 초월해 우리 몸은 하나로 존재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이 깃들어져 존재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종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햇살, 숲, 나무, 벌목꾼 등 삼라만상이 그 안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조상님, 부모님, 햇빛, 구름, 땅, 비, 시간, 공간.. 이 모든 것이 공존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뜻은 곧 상호 존재한다는 뜻이다. 내 몸은 따로 존재하는 분리된 자아개체가 아니라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상호 존재라는 통찰은 무상, 즉 덧없음(상호연기)이라는 통찰과도 연결된다. 모든 것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종이는 종이가 된 순간 이전에도 존재했다. 나무, 목재 펄프, 햇살, 비, 구름 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를 이루는 요소도 내가 태어난 날 이전에 부모와 조상들에게 있었다. 우리 모두는 오로지 형태만 바뀔 뿐 항상 지구에 존재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처럼 반야심경의 지혜는 태어남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 적음과 많음 등의 이분법적인 관념을 초월하여 참다운 본성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교 수행의 목적은 해방과 자유입니다.

수행한다는 말은 우리를 속박하고 괴롭히는 매듭을 풀어서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p.163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반야심경은 우리가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내면을 성찰하고 자비를 행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음을, 지금, 여기가 최상의 행복이 있는 곳임을 일깨운다. 더 이상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쫓으며 방황하지 말고, 깨달은 눈으로 세상의 본질을 공(空)으로 바라보는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알아차림과 통찰은 분명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열반은 멀리 있지 않다.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지금 이 순간이 열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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