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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죽음 - 소크라테스에서 붓다까지 ㅣ EBS CLASS ⓔ
고미숙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수많은 변화들이 원래 하나라는 것에 통달하면 마음의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시시각각의 변하에 완벽히 응하게 되면 만물과 함께 늘 새로 탄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만물을 만나는 모든 순간이 매번 꽃피는 순간입니다.
이를 타고난 바탕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_ <현자들의 죽음>p097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나의 죽음, 가족의 죽음을 떠올리면 두렵고 피하고만 싶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날이 조금씩 가까워지기 때문에 죽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삶을 좀 더 충만하게 채우기 위해서도 이제는 죽음과 마주해야만 한다.
<현자들의 죽음>은 고전 인문학의 대가이신 고미숙 선생님의 작품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현자들의 - 소크라테스, 장자, 간디, 아인슈타인, 연암, 다산, 사리뿟따, 붓다 - 삶과 죽음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정확하게 깨우치도록 전달해준다. 책이 일관되게 들려주는 조언은 죽음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왜?죽음을 피하려고 할수록 삶에 매달리게 되고, 그러면 삶은 감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자유로워야, 죽음을 받아들여야 삶이 충만해질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이 세상이 오직 순환과 변환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집착과 분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아 매 순간 마음을 챙겨야 한다. 모든 생성된 것은 무상하게 흩어지는 법임을 알면 죽음과 마주하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
모든 생은 죽음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죽음을 모르면서 최악의 재앙이라 여기고 '끝'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는 무지에서 오는 착각일 뿐이다. 모르는데 왜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단 말인가. 책은 이러한 우리의 어리석음이라고 지적하고, 삶과 죽음에는 경계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이 존재하려면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의 이행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듭 강조한다. 모든 생은 죽음으로부터 온다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성으로 이 우주는 존재하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하듯이, 어린시절 청춘 중년 노년도 그렇게 흘러간다. 이렇게 자연은 쉼 없이 교체될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원대한 시선으로. 고정되지 않는, 규정하지 않는 시선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철저하고 세밀하게!
그 무엇이건 생성과 변화의 한 스텝일 뿐이다
우주가 만물이 단 한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우리는 죽을 듯이 괴로워하고 계속될 듯이 기뻐한다. 사실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책은 무지한 우리에게 말한다. 그 무엇이건 생성과 변화의 한 스텝일 뿐이라고. 거기에 무슨 아픔, 상처, 슬픔이 개입할 여지가 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이 한 생각일 뿐. 그 생각때문에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것이지 애태울 필요가 하나 없다. 그저 변화의 리듬을 타고, 변화에 잘 응하고, 명랑하게 잘 살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