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 수업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유선 옮김 / 초록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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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의 창시자 앨버트 앨리스의 '마음의 나침반'같은 책이다. REBT를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의 신경증을 개개인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도록 쉽고 상세하게 풀어내었다.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의 핵심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신념(틀)을 합리적으로 수정하는 데에 있다. 사건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인식하려고 실천하면 그래서 적절하게 사고체계를 하도록 훈련하면 생각과 감정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런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생각과 감정을 바꿔나가는 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우리는 자신을 속상하게 만드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책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원인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 때문임을 확실하게 인식시킨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정서를 바탕으로 왜곡시켜 바라본다는 말이다. 또한 뇌는 이런 사고체계를 습관화하여 강박적인 당위적 사고를 만들어 삶을 지배하기 때문에 결국 더 나은 기분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면,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비합리적인 사고를 합리적인 사고로 바꿔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강박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책은  '엘리스의 REBT'를 19개의 챕터로 나눠서 핵심 통찰을 설명한다. 나와 타인, 삶의 조건을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 당위적 사고의 횡포를 따르지 않는 법, 속상함 때문에 속상해하지 않는 법, 생각과 감정을 거스르고 바꾸는 방법 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해결한다는 하나의 주제를 과학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해시킨다. 지금의 괴로움은 자신이 만들어낸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불안, 우울, 분노, 자괴감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이 사실만 깨달아도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질 것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반드시, 절대로, 무조건' 과 같은 생각들에 하나씩 반박하다 보면 잘못된 신념체계를 바로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 훈련은 지속적으로, 실패해도 수없이 반복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훨씬 덜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엘리스는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성향이 부정적이라도, 본능적으로 불안을 심하게 느끼더라도 비합리적인 신념임을 인식한다면, 현실과 일치한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 생각과 감정에서 깨어날 수 있다. 때때로 더 나빠졌다고 느끼거나 멈춰 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럴려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한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꾸준히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생각에 개입해야 한다. 비합리적 신념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바꿔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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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 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
에이미 샤 지음, 김잔디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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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바쁘게 지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아닌데 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약한 체력과 예민한 성격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평생을 '피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바빠도 바쁘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있어도 그렇지 않아도, 컨디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싶다.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활력있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가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잡힌 생체리듬을 유지하도록 적극적인 생활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문제는 호르몬과 염증, 그리고 장이다

이 책에는 내가 바라던 피로 회복의 해결책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로의 원인과 증상, 솔루션을 제시하여 무기력하고 지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기술하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우리가 늘 피곤하고 초조해하는 원인은  호르몬과 면역계, 장 때문이고, 이 세 가지 체계의 균형을 잡으면 에너지를 높이고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책에 따르면 호르몬, 면역계, 장이 조화롭지 못할 때에는 피곤함을 느끼고, 수면 문제를 겪고, 기분이 자주 요동치고, 자극적인 음식이 자주 당기고, 알러지, 월경 전 증후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만성적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형편없는 식단과 영향이 주된 원인이고, 간헐적 단식과 올바른 식단을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 제안한다. 

먹는 음식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책은  'WTF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고 자신감을 얻고 변화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한다. 이 계획은 1. 무엇을 먹을 것인가(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식이 섬유와 프리 바이오틱을 풍부하게 섭취한다) 2. 언제 먹을 것인가(간헐적 단식) 3. 스트레스 줄이기(충분한 수면과 운동)를 주된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 각 장에는 균형을 해치는 습관들에 대처하는 방법들과 무엇을 안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효과적인 간헐적 단식 방법은 무엇인지 상세하면서도 이해하기 쉬게 소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주동안 좋은 음식을 먹고, 12시간씩 단식하고, 매일 산책을 하면 잃어버린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다! 누구나 생체 리듬을 바꿀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척 디테일하다는 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나 평이한 실천계획이 아닌 건강한 식단과 생활을 위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여행이나 갑작스런 일정때문에 간헐적 간식을 할 수 없는 경우, 단식시간대에 참지 못하고 음식을 먹었을 경우 등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2주간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줌으로써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지표가 되어준다. 또한 중간중간 동기부여가 될 만한 글과 요약정리 글을 통해 핵심을 잊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은 스스로가 실천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 책을 참고로 삼아 꾸준히 개선해나간다면 삶이 변화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건강하게 나이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피곤하지 않고 활기차게 살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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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 - 가장 악명 높은 감옥의 한 무고한 사형수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자비스 제이 마스터스 지음, 권혜림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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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절망의 끝에서 진정한 자기 본성을 발견한 어느 흑인 사형수의 삶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 회고록이다. 책의 저자이자 사연의 주인공인 자비스는 교도관 살해 공모 혐의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잘못된 선택을 거듭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데 활용하고자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쓰라리고 적대적이며 절망적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길에서 거칠게 구르는 것뿐이었다.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 p286



자비스의 어린 시절은 처참했다. 마약 공급자이자 중독자인 부모밑에서 방치, 유기, 학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지내다가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가 크게 다치는 사건으로 자비스와 형제들은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되고 위탁가정에 보내지게 된다. 그곳에서 소년 자비스는 처음으로 '보살핌'을 받는다는 게 어떤건지 경험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양어머니의 병때문에 다른 가정으로 옮겨지게 되고, 다시 상처받은 아이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 안전하기 위해 도망쳤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때때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일으켜 세워주는 존재들을 만나 인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현실은 범죄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관성은 변화하려는 의지를 다시 예전으로 돌려세웠다. 자비스는 위탁시설, 소년 마을, 청소년 교정국을 거쳐 교도소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살인누명으로 사형선고까지 받고야 만다. 



모든 마음의 변화로 이 불의를 이롭게 하소서. 

존재의 모든 이유를 긍정하게 하소서.

모든 상황, 모든 깊이 고통과 기쁨 모두에서 

당신과 나, 모든 존재를 수행하게 하소서.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p375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면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버림받았다'는 서러움이, '억울하다'는 분노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희망과 용기가 자유가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자비스의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누구라도 도미노처럼 넘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럼에도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차린다. 지옥에서도 한줄기 빛을 발견해 낸 것이다. 두려움과 분노대신 희망과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저자가 직면한 현실앞에서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거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의 무죄가 꼭 밝혀지길 바랄 뿐이고, 그의 마음의 평화를 빌 뿐이다.

책을 통해 어려움과 불공평, 불합리한 상황의 극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바라봐야 하는지도.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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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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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금의 거대한 문명과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온갖 결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이 어떻게 지구에서 특별한 존재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누구, 여기는 어디'에 대하여 통찰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생물학자인 루이스 다트넬의 '인류의 역사' 3부작 중 마지막 편으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가 세계사에서(문화와 사회와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었고, 어떠한 결과를 남겼는지에 대하여 광범위하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길들였다



책의 핵심은 이렇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능력과 결함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고, 인류의 역사는 결함과 능력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은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조상과 달라진 점이 없다. 우리의 신체적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특정 상황에서만 생존할 수 있고, 미생물과 기생충의 침입에 취약하며 충분한 수면을 해야 사회활동이 가능하다. 정신적 조건도 마찬가지다. 무리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있고, 완벽한 합리적 사고보다는 인지 결함과 오류가 넘쳐난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과 결함은 진화의 방향을 이끌었고, 인간은 이득이 되는 쪽으로 스스로를 길들이며 나아갔다. 특히, 인간의 능력 중 '협력'하려는 성향은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다. 무리를 평화롭게 지키기 위해 공격성향을 억제하고, 이타성을 발휘하고, 무임승차자를 색출해내 사회를 결속시켰다. 이렇게 협력은 인간의 집단을 무리에서 사회로 문명으로 발전시켰다.



질병과 발전



인간의 진화에는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 책은 가족, 감염병, 유행병, 인구, 인지 평향 등등을 다루는데 특히 질병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구가 폭발하고 밀집사회가 되면서 강력해진 유럽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들을 식민지화하려 했고, 막대한 돈과 이주민들을 투입했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치명적인 풍토병에 속수무책으로 감염되었고 전염되어 정착시도가 포기되었다. 대신 수탈전략을 채택해 수익성 높은 설탕, 커피, 담배 등을 생산하고,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미국과 오세아니아 경우는 달랐다. 그들은 이전에 전쟁 등으로 병원균에 노출이 되어 저항력이 생겼다. 이때문에 이주민들이 큰 희생없이 식민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식민지의 형태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즉, 유럽인 이주민이 풍토병에 얼마나 취약한 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제는 새로운 백신들이 개발됐고, 항생제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강대국들의 세력권을 넓히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의 방향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읽을 땐 이해한 것 같지만 설명하고자 한다면 쉽지 않은. 얼핏 생각이 넓혀진 것 같지만 깊어지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비록 이 책의 방대한 이야기를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내지는 못했지만 내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제대로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심오하고 경이로운 인간의 세상을 보고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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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국어판 30주년 기념 특별판)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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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이렇게 애틋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였던가. 갓 성인이 되어 영화로 보았을 때에는 주인공들도, 스토리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불륜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족에게 아픔을 주는 사랑은 포기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사랑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가족으로, 자식으로 바라보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은 .. 가족적 관점에서 주인공의 관점으로 시선이 바뀌니 모든 게 달라 보인다. 그들의 사랑은 일탈을 넘어선 사랑이다. 프란체스카라는, 여자라는 자의식을 깨우는 평생에 단 한 번 찾아온 사랑이다.



1965년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프란체스카는 가족이 나흘간 집을 비우게 되어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현관 앞 그네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던 프란체스카는 길을 찾으러 집 앞을 지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킨케이드와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그가 찾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트럭에 오르고,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킨케이드는 그녀 주변의 남자들과는 달랐다. 따스하고 친절하면서도 예민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고, 그녀의 입장을 배려했다. 또한 남들이 정한 세상이 아닌 자기가 만든 세계속에서 살아간다.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에게 매료되었고, 그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피할수록 절실해지고, 끝내는 압도당하고 만다.



분석하는 것은 전체를 망쳐 버린다.

무언가 신비로운 것들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한다.

조각조각을 보면 신비는 사라지고 만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p064



킨케이드 역시 프란체스카에게 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성과 타고난 열정, 아름다운 외모, 섬세한 모습에 빨려 들었고,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현실의 걱정을 알지만 대가를 치르더라도 함께하고 싶었다. 프란체스카는 다시 여자가 되었고, 킨케이드는 살고 싶은 현실을 찾았다. 그러나 나흘간의 사랑은 종착점에 다다랐고,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국 프란체스카는 가족에게 남기로 한다. 책임감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따라나서면 킨케이드의 길에도 방해가 될 것이고, 평생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그녀는 사랑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했다.



선택의 딜레마. 아내라는, 어머니라는 존재로 본다면 그녀의 선택이 옳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지킬 수 있고, 가족들이 상처입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한 사람으로, 여성으로 바라본다면 그녀의 사랑이, 그녀 자신이 결혼이라는 현실때문에 희생되었다. 결국 인간은 필연적으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크고 작은 장점과 단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프란체스카가 사랑을 선택했더라도 또 다른 고통과 슬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더욱 절절한 여운과 애틋함을 그리고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하디흔한 '사랑'이 한없이 숭고하고, 강인하며 특별한 힘을 가진 감정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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