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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인간이 되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금의 거대한 문명과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온갖 결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이 어떻게 지구에서 특별한 존재로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누구, 여기는 어디'에 대하여 통찰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생물학자인 루이스 다트넬의 '인류의 역사' 3부작 중 마지막 편으로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류가 세계사에서(문화와 사회와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었고, 어떠한 결과를 남겼는지에 대하여 광범위하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길들였다
책의 핵심은 이렇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능력과 결함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고, 인류의 역사는 결함과 능력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은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조상과 달라진 점이 없다. 우리의 신체적 조건은 예나 지금이나 특정 상황에서만 생존할 수 있고, 미생물과 기생충의 침입에 취약하며 충분한 수면을 해야 사회활동이 가능하다. 정신적 조건도 마찬가지다. 무리 행동을 하려는 경향이 있고, 완벽한 합리적 사고보다는 인지 결함과 오류가 넘쳐난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과 결함은 진화의 방향을 이끌었고, 인간은 이득이 되는 쪽으로 스스로를 길들이며 나아갔다. 특히, 인간의 능력 중 '협력'하려는 성향은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다. 무리를 평화롭게 지키기 위해 공격성향을 억제하고, 이타성을 발휘하고, 무임승차자를 색출해내 사회를 결속시켰다. 이렇게 협력은 인간의 집단을 무리에서 사회로 문명으로 발전시켰다.
질병과 발전
인간의 진화에는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 책은 가족, 감염병, 유행병, 인구, 인지 평향 등등을 다루는데 특히 질병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구가 폭발하고 밀집사회가 되면서 강력해진 유럽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들을 식민지화하려 했고, 막대한 돈과 이주민들을 투입했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치명적인 풍토병에 속수무책으로 감염되었고 전염되어 정착시도가 포기되었다. 대신 수탈전략을 채택해 수익성 높은 설탕, 커피, 담배 등을 생산하고,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미국과 오세아니아 경우는 달랐다. 그들은 이전에 전쟁 등으로 병원균에 노출이 되어 저항력이 생겼다. 이때문에 이주민들이 큰 희생없이 식민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식민지의 형태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즉, 유럽인 이주민이 풍토병에 얼마나 취약한 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제는 새로운 백신들이 개발됐고, 항생제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것들 역시 강대국들의 세력권을 넓히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의 방향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게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읽을 땐 이해한 것 같지만 설명하고자 한다면 쉽지 않은. 얼핏 생각이 넓혀진 것 같지만 깊어지기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비록 이 책의 방대한 이야기를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내지는 못했지만 내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제대로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심오하고 경이로운 인간의 세상을 보고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