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국어판 30주년 기념 특별판)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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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이렇게 애틋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였던가. 갓 성인이 되어 영화로 보았을 때에는 주인공들도, 스토리도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냉정하게 불륜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족에게 아픔을 주는 사랑은 포기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사랑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가족으로, 자식으로 바라보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은 .. 가족적 관점에서 주인공의 관점으로 시선이 바뀌니 모든 게 달라 보인다. 그들의 사랑은 일탈을 넘어선 사랑이다. 프란체스카라는, 여자라는 자의식을 깨우는 평생에 단 한 번 찾아온 사랑이다.



1965년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프란체스카는 가족이 나흘간 집을 비우게 되어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현관 앞 그네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던 프란체스카는 길을 찾으러 집 앞을 지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킨케이드와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그가 찾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트럭에 오르고,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킨케이드는 그녀 주변의 남자들과는 달랐다. 따스하고 친절하면서도 예민했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고, 그녀의 입장을 배려했다. 또한 남들이 정한 세상이 아닌 자기가 만든 세계속에서 살아간다.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에게 매료되었고, 그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피할수록 절실해지고, 끝내는 압도당하고 만다.



분석하는 것은 전체를 망쳐 버린다.

무언가 신비로운 것들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한다.

조각조각을 보면 신비는 사라지고 만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p064



킨케이드 역시 프란체스카에게 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성과 타고난 열정, 아름다운 외모, 섬세한 모습에 빨려 들었고, 안간힘을 써서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현실의 걱정을 알지만 대가를 치르더라도 함께하고 싶었다. 프란체스카는 다시 여자가 되었고, 킨케이드는 살고 싶은 현실을 찾았다. 그러나 나흘간의 사랑은 종착점에 다다랐고,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국 프란체스카는 가족에게 남기로 한다. 책임감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따라나서면 킨케이드의 길에도 방해가 될 것이고, 평생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기에 그녀는 사랑을 포기하고 가족을 선택했다.



선택의 딜레마. 아내라는, 어머니라는 존재로 본다면 그녀의 선택이 옳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지킬 수 있고, 가족들이 상처입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한 사람으로, 여성으로 바라본다면 그녀의 사랑이, 그녀 자신이 결혼이라는 현실때문에 희생되었다. 결국 인간은 필연적으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존재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크고 작은 장점과 단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프란체스카가 사랑을 선택했더라도 또 다른 고통과 슬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더욱 절절한 여운과 애틋함을 그리고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하디흔한 '사랑'이 한없이 숭고하고, 강인하며 특별한 힘을 가진 감정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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