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 - 가장 악명 높은 감옥의 한 무고한 사형수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자비스 제이 마스터스 지음, 권혜림 옮김 / 불광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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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절망의 끝에서 진정한 자기 본성을 발견한 어느 흑인 사형수의 삶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 회고록이다. 책의 저자이자 사연의 주인공인 자비스는 교도관 살해 공모 혐의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잘못된 선택을 거듭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데 활용하고자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쓰라리고 적대적이며 절망적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길에서 거칠게 구르는 것뿐이었다.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 p286



자비스의 어린 시절은 처참했다. 마약 공급자이자 중독자인 부모밑에서 방치, 유기, 학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지내다가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어머니가 크게 다치는 사건으로 자비스와 형제들은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되고 위탁가정에 보내지게 된다. 그곳에서 소년 자비스는 처음으로 '보살핌'을 받는다는 게 어떤건지 경험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양어머니의 병때문에 다른 가정으로 옮겨지게 되고, 다시 상처받은 아이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 안전하기 위해 도망쳤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때때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일으켜 세워주는 존재들을 만나 인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현실은 범죄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관성은 변화하려는 의지를 다시 예전으로 돌려세웠다. 자비스는 위탁시설, 소년 마을, 청소년 교정국을 거쳐 교도소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살인누명으로 사형선고까지 받고야 만다. 



모든 마음의 변화로 이 불의를 이롭게 하소서. 

존재의 모든 이유를 긍정하게 하소서.

모든 상황, 모든 깊이 고통과 기쁨 모두에서 

당신과 나, 모든 존재를 수행하게 하소서.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p375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면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버림받았다'는 서러움이, '억울하다'는 분노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희망과 용기가 자유가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자비스의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누구라도 도미노처럼 넘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럼에도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차린다. 지옥에서도 한줄기 빛을 발견해 낸 것이다. 두려움과 분노대신 희망과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저자가 직면한 현실앞에서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거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의 무죄가 꼭 밝혀지길 바랄 뿐이고, 그의 마음의 평화를 빌 뿐이다.

책을 통해 어려움과 불공평, 불합리한 상황의 극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바라봐야 하는지도.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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