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란, 불교의 근본진리를 묻는 물음에 대한 선사들의 대답, 혹은 제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말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두는 생각과 감정에 가려진 우리의 본성을 찾기 위한 수행 방법 중 하나로 논리적인 생각으로는 풀 수 없는 주제를 붙잡고 있음으로써 번뇌를 끊고, 주제 안에 숨은 의미를 통해 망상에서 깨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한 방법이다.
이 책<화두>은 제목 그대로 화두만을 모아 해독한 책으로, 조주 선사의 화두가 주를 이루고, 마조 선사와 남전 선사의 화두 중 조주 선사의 화두와 연계된 것들만을 골라 담아냈다. 저자는 조주가 언어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과 심원한 철학적 사유를 했기에 그의 화두가 문답 상대자의 언어를 언어로 해체시켜 언어를 통해 이해와 증득을 하나로 만들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강렬한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화두는 '금'이지만 주제를 해독한 결과로 '금'을 얻고자 하지 말고, 해독 과정을 눈여겨 읽어야 옛 선사들의 섬세하고 심원한 사유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책에 담겨있는 99개의 선문답은 예상대로 불편하고 무거워서 해설없이는 읽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구절마다 등장하는 불교 용어를 찾아보느라 불편했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문답은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엉킨 실타래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저자가 일상어로 풀어준 해독 역시 만만치가 않아서 꽤나 집중하고 음미하며 읽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렇게 공을 들여 화두를 들여다보니 조주의 화두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철학적 의미를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고, 늘 생각하던 방식과 논리적으로 지은 경계를 무너뜨려 의미와 무의미를 사유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인 들뢰즈 철학을 적용해 해독한 부분은 나로서는 언감생심이어서 가볍게 읽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선불교 철학을 서양철학에 의거해 해독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관심가져 볼 만하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다.
한 해가 다 가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소를 잃었다.
앞니에 돋은 털이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는 '불법의 요지는 무엇이냐' '깨달음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선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화두다. 이러한 불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려면 숨어있는 말의 뜻을 찾아서는 알 수 없고, 언어의 의미로부터, 분별로부터 벗어나야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위에 네 가지 대답은 지칭하는 대상의 존재를 넘어서기 위한 말이다. '뜰 앞의 잣나무'는 눈앞의 실체에 고착되지 않는, 마음을 바로 가르켜 보인 것이며 '앞니에 돋은 털'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한 대상이기에 당초 고착될 것이 없음을 나타내고, '돈을 사르지 않음'과 '우리 안에서 소를 잃음'도 각각 작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음을, 경계를 무너뜨림을, 즉 고착되지 않는 마음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해 보면, 우리의 본성은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며 분별로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없고, 분별에 의지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 바로 본성을 확인할 수 있음을 화두는 말하고 있다.
역시 언어의 이해로 깨달음을 얻기엔 부족하다. 화두를 풀기 위해서는 일상을 습관대로 지나치지 않고 냉철하게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모든 경험을 당연하게 대하지 않고, 새롭게 볼 때 그동안의 착각과 무지가 드러나 근본적인 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