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핵심 주제는 '뇌는 생존하기 위해 학습한다'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원시시대에 느꼈던 목숨의 위협과는 다른, 사회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뇌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목적 하나를 위하여 끊임없이 학습하고, 학습된 것을 기억한다. 다시 말해, 뇌는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피하기 위해, 이로운 것을 취하기 위해 학습하고, 기억하여 우리를 생존하게 하고, 적응하게 한다. 이를 위해 뇌는 매 순간 회상, 재인(존재 확인), 계획, 상상력, 공감, 이해, 소통 등을 활용하여 학습하고, 학습한 것을 응용하면서 생존을 이어 나간다.
그런데 뇌는 한정된 세포와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경험을 정보로 저장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핵심 장면만을 저장한다. 자세히 말해, 간결하고 핵심만 추린 기억의 조각들에다가 상상을 섞어서 기억을 재구성한다. 또한, 뇌의 속성(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에너지를 최소화함)은 애매한 상황을 비슷한 정보와 동일시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처리를 '일반화'라고 하는데,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경험을 참고하여 '재해석'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새로운 시선으로 보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같은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기억과 해석은 상당히 불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책은 이렇게 불완전하고 정확성 떨어지는 뇌가 우리에게 완전한 기억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뇌는 단순한 정보 저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억은 망각하고 좋은 기억은 더 잘 기억하는, 적응과 생존을 위해 균형 잡힌 상태라는 것이다.(단, 구조적 이상이 발생하여 학습의 영역이 둔화되거나 과잉된 경우는 제외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기억들도 사실은 나를 보호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뇌가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 너무 열심히 경계하는 듯 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뇌는 끊임없이 학습하면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다는 것을 '기억'하고, 보다 의미 있는 경험들을 선택해나가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또다시 힘든 기억들이 괴롭힐 때에는 올라오는 기억들을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마주하여 뇌가 불필요한 기억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기억과 싸우지 않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