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모든 생명과 우주의 시작점일 수 있는 무(無)에 대하여, 2장은 마음의 과학적인 관점과 생명의 희귀성에 대하여, 3장은 우주의 거대한 공간과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무한에 대하여 들려준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감수성 있는 글들로 풀어내었기에 완전하게 소화하겠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야 보이는 책이긴 하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견들 속에서 '나'를 사색하게 한다. 우리는 무와 무한 사이의 가상의 공간 안에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혼돈의 세상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우리는 중력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으로 인간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인 원자 속 끝없이 작은 세계와 우리 망원경 너머에 있는 끝없이 펼쳐진 존재의 끝을 알아낼 수 있게 됐지만 시간과 공간의 특성으로 인한 근본적인 한계로 우리 눈으로 그곳을 확인할 수는 없다. 오직 가늠만 할 수 있다. 그리고 무(無)가 모든 물질과 우주의 시작점이라면, 원자들의 수많은 충돌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였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초월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것이며 인간의 자아감과 감각 역시 비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화학적, 전기적 흐름에 의해 생성된 '원자의 집합체'일 뿐인 것이다. 즉, 우리는 생명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존재이면서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생명체에 불과하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꽤나 과학적이지 못하며, 이해되지 않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허무해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행히 이 책은 비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비록 인간, 또는 생명체들이 자연의 법칙의 산물이라고 해도 경이로운 존재임은 틀림없으며 우리가 모르는 저쪽 편에는 신비로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 신비로움이야말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며, 그 신비로움이 우리를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자극해서 새로운 과학과 예술을 탄생시켜나간다고 현명한 조언을 건넨다.
그렇다. 우리가 원자의 집합체라 할지라도 오묘하고 모순된 존재이기도 하다. 상상과 꿈과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 자연의 논리에 순응하면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경계를 깨뜨리며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