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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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세상의 경험에 의존하면서 편안함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 이유는 우리가 확실한 것만을 원하고, 불확실한 것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불확실한 곳인데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것만을 고집하고, 모르는 것은 부정하거나 회피한다. 그러니 늘 오만과 편견 속에서 불안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니 힘들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확장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절대적이라고 믿는 현실 속에 보다 큰 의미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겸손과 수용이라는 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이 세계의 시작과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지금까지 과학이 밝혀낸 모든 것들과 다양한 종교 철학, 그리고 자신의 철학적 고찰을 잘 다듬어 멋지게 이 한 권에 담아냈다. 무와 무한 사이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우주라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마음은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등을 차분하게 들려주어 우리의 존재와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무한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포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 무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125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모든 생명과 우주의 시작점일 수 있는 무()에 대하여, 2장은 마음의 과학적인 관점과 생명의 희귀성에 대하여, 3장은 우주의 거대한 공간과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무한에 대하여 들려준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감수성 있는 글들로 풀어내었기에 완전하게 소화하겠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진지하게 읽어내려가야 보이는 책이긴 하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견들 속에서 '나'를 사색하게 한다. 우리는 무와 무한 사이의 가상의 공간 안에 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혼돈의 세상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우리는 중력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으로 인간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인 원자 속 끝없이 작은 세계와 우리 망원경 너머에 있는 끝없이 펼쳐진 존재의 끝을 알아낼 수 있게 됐지만 시간과 공간의 특성으로 인한 근본적인 한계로 우리 눈으로 그곳을 확인할 수는 없다. 오직 가늠만 할 수 있다. 그리고 (無)가 모든 물질과 우주의 시작점이라면, 원자들의 수많은 충돌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였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초월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것이며 인간의 자아감과 감각 역시 비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화학적, 전기적 흐름에 의해 생성된 '원자의 집합체'일 뿐인 것이다. 즉, 우리는 생명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존재이면서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생명체에 불과하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꽤나 과학적이지 못하며, 이해되지 않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허무해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행히 이 책은 비관적이지 않다. 저자는 비록 인간, 또는 생명체들이 자연의 법칙의 산물이라고 해도 경이로운 존재임은 틀림없으며 우리가 모르는 저쪽 편에는 신비로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 신비로움이야말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며, 그 신비로움이 우리를 계속해서 끌어당기고 자극해서 새로운 과학과 예술을 탄생시켜나간다고 현명한 조언을 건넨다.

그렇다. 우리가 원자의 집합체라 할지라도 오묘하고 모순된 존재이기도 하다. 상상과 꿈과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 자연의 논리에 순응하면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경계를 깨뜨리며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 말이다.

바로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다.

우리를 구성하는 원자가 바위나 물의 원자와 다르다거나,

우리 안에 비물질적인 요소가 있어서 특별하단 것이 아니라,

우리 원자가 생명체와 의식을 창조하기 위해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것이다.

이 행성 안에서 사는 우리는 인간의 짧은 생애와 그 유한함에 대해 초조해한다.

그러나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 보지 않는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205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란 존재와 우주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린 것은 아니다. 애초에 정답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그냥 모를 뿐'으로 남겨둔 채, 삶의 기쁨은 최대화하고, 고통은 최소화하면서 현재를 충만하게 채우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내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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