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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수업 - 실리콘밸리 천재들을 가르친 1:1 코칭
셰리 휴버 지음, 구경 옮김 / 804호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두려움에 관한 책들을 나름 섭렵했음에도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강렬하고 단호한 제목과 표지 때문이었다. 뭔가 뻥 뚫리는 한 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뻔한 내용들로 실망하진 않을까하는 의심도 들었다. 다행히 이 짧고 강한 책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불교철학을 일반적 언어로 어렵지 않게 풀어내었고, 두려움에 관하여 알아야 할 진실과 핵심내용들이 알차게 채워져 있다.
안전한 선택을 할 때마다 두려움은 강해집니다.
두려움이라고 부르는 불편한 감정을 피할 때마다
우리의 세계는 쪼그라들어요.
<두려움 수업>p012
책은 선불교의 철학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다스리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조언한다. 45년간 선(Zen)과 함꼐한 저자는 두려움에 직면할 때 겪게 되는 회피와 저항이 우리의 세상을 좁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늘 반복되는 두려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알아차리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일러준다. 간략하게 풀어 보면, 두려움이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는 정신적 과정일 뿐인데 우리는 두려움을 실제로 일어난 또는 일어날 일이라고 착각하고, 이 두려움을 해결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고 계속 생각속에 머문다. 이는 상상 속에 있는 위험한 일에 과대하게 반응하며 반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고 '생각'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고통속에 살아가게 만든다.
두려움이 하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으면
당신은 살고 두려움은 살지 못합니다.
<두려움 수업> p072
이 책은 두려움은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느껴서 진실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생각, 감정, 느낌은 나의 것이 아니라 뇌의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을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 않는 것이 그 까닭이다. 두려움은 나의 의지대로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 인과에 의해 발생하고 인과가 끝나면 소멸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자아'(몸-정신)역시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두려움은 이렇게 '나'라는 허상을 분리된 한 존재로 믿게 하여 인생을 통제하려 발악한다. 그러나 두려움은 단지 상상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두려움을 무서워하고 먹이를 주면 점점 자라납니다.
두려움을 내버려 두고 힘을 더해주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소멸합니다.
<두려움 수업>p097
두려움에 대한 실체를 알았으니 이제 나아가는 법만 익히면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두려움은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에 자신을 고치거나 상황을 바꿀 필요가 없고,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해체하면 된다. 방법은 두려운 생각,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과 마주하는 것이다. 처음엔 죽을 듯이 괴롭겠지만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두려움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사실 말로는 쉽지만 막상 해보면 만만치가 않다. 두려움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고 계속 같은 경험을 해야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 본 바, 효과는 분명히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꾸준히만 한다면, 그리고 어떤 특정한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두려움이나 기대나 모두 '생각'이기에 그것에 먹이를 주지 않고, 단지 생각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면 생각은 결국 사라진다.
<두려움 수업>은 그동안 읽어왔던 불교서적과 심리서적의 핵심을 정리해 놓은 듯한 책이라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펴보게 될 것 같다. 지금 내가 무엇에 집중할 지 다시한 번 되새겨 보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