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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 신경학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멈출 수 없는 불안
제프리 슈워츠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평점 :
강박장애는 뇌가 보낸 잘못된 메시지때문에 근거없는 두려움에 시달리게 되는 병이다. 그 생각을 없애려고,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면할수록 집요하게 달라붙어 더욱 괴롭게 하는 징글징글한 질환이다. 게다가 걱정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걱정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더해져 더욱 미칠 것 같은 감정적 혼란과 괴로움을 일으킨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뇌에서도 때때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안스러운 느낌이 반복적으로 침습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첫 번째 단계 : 재명명 (사고의 흐름을 관찰하여 뇌가 보낸 잘못된 메시지임을 인지하고 강박장애 증상이라고 정확한 이름을 붙인다)
두 번째 단계 : 재귀인 (나를 괴롭히는 이유는 뇌의 문제이고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면 뇌가 잘 작동해서 개선될거야하고 정확하게 인식한다)
세 번째 단계 : 재초점 (강박적 충동을 돌려서 다른 행동에 집중한다)
네 번째 단계 : 재평가(강박사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것)
이 책이 말하는 핵심 치료법인 자기 주도 치료는 '자신의 뇌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즉,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질병과 자신을 분리해서 "이건 강박사고일 뿐이야"라고 의식적으로 인지하여 증상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단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 있다. 강박증상은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 강박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뇌가 보낸 잘못된 메시지라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든 굴복시키기위해 엄청난 공포를 몰고 협박하기 때문에 굴복당하기 십상이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곧 해결해야 하는 일처럼 보인다. 그래서 책은 그런 생각과 말씨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냥 화학작용일 뿐이라고 '재명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명명'만으로 한번 들러붙은 생각(행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계속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뭘까?라는 질문에 '재귀인' 해야 한다. "뇌의 자동 전환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나는 병을 앓고 있고 내 뇌는 생각과 경험을 적절히 걸러내지 못해서 내가 생각과 충동에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거야. 잘못된 메시지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면 뇌가 더 잘 작동해서 나쁜 생각과 느낌도 개선될거야." 라고 말이다. 이렇게 재명명과 재귀인으로 뇌에서 나온 잘못된 정보임을 알아채는 인지적 이해가 함께 작용하면 강박장애와 맞서 싸울 기반이 생기게 된다.
강박장애를 그냥 받아들이기
나에게 강박장애가 있다고 해서 기분 나빠 하지 않기
세 번째 단계인 '재초점'은 강박적 생각이 공격할 때 충동을 돌려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강박장애는 우리의 정신력보다 힘이 세지만 다른 곳에 관심을 두면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최소 15분정도 다른 일에 몰두하다보면 강박적 생각도 서서히 줄어든다고 하니 천천히 꾸준하게 초점을 돌려보자. 이 때 "이 생각을 없애야 해"가 아닌, "난 사라지든 말든 신경 안써" 마인드로 해야 증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렇게 세 단계를 실천해나가면 강박사고는 무시해도 되는 가치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재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어떤 두려운 생각이 몰려와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수 있으려면 꾸준한 훈련말고는 없다. 훈련이 거듭되면 증상도 줄게 될 것이고 재평가가 이어져 강박장애의 증상은 확연히 약해질 것이다.불편한 느낌에 굴복하면 그 느낌이 더 강해져서 나를 짓누른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결국 강박장애는 의지와의 싸움이다. 원하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하고, 어렵지만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