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평점 :
<완전한 인간>에는 니체, 쇼펜하우어가 극찬한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간의 근본'에 관한 25가지 지혜가 수록되어 있다. 400여 년 전에 쓰인 글이라 고전적인 문체와 세련되지 않은 설명방식이 다소 낯설고 인상적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의 목표를 '개인의 성숙'이라고 본 저자의 핵심철학은 시대와 환경을 막론하고 변치않기 때문에 담담히 읽어내려가다 보면 나만의 생각과 철학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삶의 여정을 성숙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에 필요한 가르침들로 다가오는데 그중에서 특히 나에게 의미있는 글 3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중하고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성찰하며 현재의 상태를 인정합니다. 이것이 기분의 주인이 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기분과 감정의 기복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현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래야 현명한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뻔한 이야기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혼란스럽고 화가 날 수 있지만 그때마다 감정과 기분에 휘둘려 행동하면 평생을 어리석음에 빠져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무절제하게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 불편한 감정 속에 현명함을 지녀야 지배의 주체를 감정에게 내주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과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개성을 핑계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우를 범합니다." 저자의 경고와는 달리,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사람,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또한 반대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내숭을 떤다거나 소심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한 행동과 과한 말은 때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신중해야 할 일에서 화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허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거짓되지 않게 솔직하게 드러내되, 공허한 개성만 넘치지 않도록 진중한 태도와 품위있는 실천을 해야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모순적이지 않은지 과장만 하는 사람은 아닌지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아무리 위대한 일도 그 시작은 매우 미미하며 조금씩 완전함이라는 정점에 다가갑니다." 그렇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꾸준히 갈고닦으며 다듬어나가야 성숙되고 완성될 수 있다. 하지만 가는 과정이 험하고 어느 때는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한 것 같기에 우리는 때때로 자포자기하거나 갈 길을 잃고 헤매곤 한다. 저자는 이런 우리의 역경과 불완전함을 시간이 도와줄 거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한 경험, 신중한 관찰, 타고난 능력의 활용을 통해 성숙한 인간, 즉 완성된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렇게 경험을 통해 무지를 깨닫게 되고, 신중함이라는 능력을 얻게 되어 정점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결국, 빨리 도달하는 길은 없다. 끊임없이 거듭하여 탐구하고, 세상과 만나야 한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다른 환경과 다른 상황이지만 삶의 진리는 통하는 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얻어야 할 가치는 지혜라는 것에 공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외면하기에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가르침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