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개미>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을 때 우리집 책장에도 당연한 듯 꼽혀 있었지만 나는 읽지 않았다. 십대였던 나에게 곤충이야기는 전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고, 왠지 지루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프랑스 문학에 대한 편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베르의 인기는 나의 외면과는 상관없이 35년 남짓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다. 이제는 안 읽고는 못 버틸 정도로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내가 읽은 몇 권의 소설들은 그가 왜 한국 독자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지, 대단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지 충분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이토록 기발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를 베르베르만큼 보여줄 작가는 없을 거라고 말이다.
베르베르의 에세이 역시 남다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을 뭘 쓰세요?>에서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원천인 일상 속 이야기들과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유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특유의 글맛을 뽐내며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책은 타로의 스물두 개 카드에 자신의 인생 여정을 비유하며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유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의 독특한 영감은 어디에서 나왔고, 어떻게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 궁금하다면 재미나게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