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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평점 :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나만의 책방은 있겠지요... 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아주 간단하게 별 코멘트도 없이 친구소환도 없이 그저 간절한 마음 담아 서평단을 신청했다.
요즘 나의 머리통을 열어 삼등분 해보면 그 중 두 칸은 책방이 자리하는지라 매우 유익한 에세이다. 서점이 나의 하루를 좀먹었으면 좋겠다. 고독 속 자유와 외로움에 나뒹굴어도 기꺼이 그러고 싶다.
여기 그런 사람 또 있다.
시집서점이라는, 효율적인 면이라고는 도무지 없을 것 같은 그런 서점지기가 있다.
베스트셀러를 팔아도 살아남기 힘든 이 시국에 시집만 판단다. 흡사 사막에서 모래장사 하는 사람 같다.
활자중독에 빠진 나조차도 가장 멀리 하는 분야가 ‘시’다 어렵고 난해하다. 알고 있는 시라고는 오래된 시 - 수선화에게- 그림자도 하루에 한번은 외로워서 마을로 내려온다는 바로 그 시,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보다. 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비교적 효율적인 분야인가보다. 삐걱거리는 나선계단을 밞고 올라야 하는 시집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시인은 이곳을 채운 모든 사물을 산문으로 옮겼다. 풍경. 소리. 조명. 의자. 명함. 우산 하다못해 머그와 인형까지 섬세하고 재미있게 정성들여 썼다. 책방 창업에 관한 이야기는 짧게, 사소하고 밋밋한 일상은 길게 썼다. 그래서 온통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널렸다.
시집서점답게 시인도 등장한다. 오은 시인 “형”이라고 부를 때까지 나는 서점지기가 남자인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인사를 전한 사람 둘, 그중 한 사람은 인형을 건네주었다. 머리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해서 로또를 생각하며 머리를 만져보았더니 배수연 시인이 들어왔다. 아 - 했다.”
“그러니까, 시에는 위트도 있고 시니컬도 있다. 내가 위트 있는 시인이니까” 시인들의 대화에서 찾은 서점이름 탄생비화를 듣곤 역시 시인이구나 - 했다. 소설가가 지었으면 역시 소설가구나 - 했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그들의 서점에 위트한 사람들과 시니컬한 계절이 반복해서 드나들 뿐.
혜화동에는 겨울이나 비오는 가을날쯤 가고 싶다. 사거리 신호등에서 두어번 쯤 신호를 보내버린 다음 동양서림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1층에서는 신간 에세이를 하나 고른 다음 나선계단을 천천히 올라 한 번도 읽지 않은 시인의 책을 고르겠다. 겨울이면 중앙 테이블에 앉아 귤을 하나 까먹고 방명록이 있으면 잘 먹었다고 쓰고 필사노트가 있다면 작고 동그란 연필로 꾹꾹 눌러 쓰고 오겠다. 아마 비에 젖은 풀냄새가 나겠지.
*달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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