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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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p209


‘개 다섯 마리의 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혐오가 얼마나 지독하고 일상적인지. 그래서 왜 우리 사회를 그 어떤 이름보다도 ‘혐오사회’라고 불러야 하는지를 무시무시하고도 매혹적으로 재현한 소설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모두 춥다. 생존을 위협받을 만큼.


이런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있다면 누가? 알비노 환자 세민이 육손이 요한을 만나 ‘성별자’가 되지만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다. 세빈 엄마의 가족사. 새아버지. 근친상간. 성폭력. 학교폭력.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는 계속 가해자로 피해자는 끝까지 피해자로 남아버렸다.


“엄마 말 똑바로 들어. 걔가 뭐라고 하든 다 너에 대한 열등감에서 하는 말이야. 엄마가 말해줬지? 알비노란 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병이라고, 아프리카에선......”


외로운 아이들과 더 외로운 엄마들. 아이를 지키려는 엄마와, 자신을 지키려는 아이들과 상처를 감추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움으로 꽉 차있다. 사랑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 박혜정도 세빈을 성별자로 지목한 요한도 그들이 지지하는 종교도 또 다른 모습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세상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는 아무도 없음을 짚어주는 것 같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도 모른 척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 앉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런게 인생이라는 걸 짐짓 깨닫는 척 할 뿐,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엄만 네가 그까짓 놈이랑 비교당하는 것도 정말 사지가 뜯겨나가는 것처럼 정말....정말 견딜 수가 없어. 아들....”


소설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만 더 깊어졌다. 너무 깊고 아득하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서 읽고 내적 성찰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여름휴가에 잡으면 좋을, 수상작이라서 더 끌리는 추천작이었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신간소설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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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지음 / 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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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나만의 책방은 있겠지요... 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아주 간단하게 별 코멘트도 없이 친구소환도 없이 그저 간절한 마음 담아 서평단을 신청했다.


요즘 나의 머리통을 열어 삼등분 해보면 그 중 두 칸은 책방이 자리하는지라 매우 유익한 에세이다. 서점이 나의 하루를 좀먹었으면 좋겠다. 고독 속 자유와 외로움에 나뒹굴어도 기꺼이 그러고 싶다.


여기 그런 사람 또 있다.

시집서점이라는, 효율적인 면이라고는 도무지 없을 것 같은 그런 서점지기가 있다.

베스트셀러를 팔아도 살아남기 힘든 이 시국에 시집만 판단다. 흡사 사막에서 모래장사 하는 사람 같다.


활자중독에 빠진 나조차도 가장 멀리 하는 분야가 ‘시’다 어렵고 난해하다. 알고 있는 시라고는 오래된 시 - 수선화에게- 그림자도 하루에 한번은 외로워서 마을로 내려온다는 바로 그 시,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보다. 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비교적 효율적인 분야인가보다. 삐걱거리는 나선계단을 밞고 올라야 하는 시집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시인은 이곳을 채운 모든 사물을 산문으로 옮겼다. 풍경. 소리. 조명. 의자. 명함. 우산 하다못해 머그와 인형까지 섬세하고 재미있게 정성들여 썼다. 책방 창업에 관한 이야기는 짧게, 사소하고 밋밋한 일상은 길게 썼다. 그래서 온통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널렸다.


시집서점답게 시인도 등장한다. 오은 시인 “형”이라고 부를 때까지 나는 서점지기가 남자인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인사를 전한 사람 둘, 그중 한 사람은 인형을 건네주었다. 머리를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해서 로또를 생각하며 머리를 만져보았더니 배수연 시인이 들어왔다. 아 - 했다.” 


“그러니까, 시에는 위트도 있고 시니컬도 있다. 내가 위트 있는 시인이니까” 시인들의 대화에서 찾은 서점이름 탄생비화를 듣곤 역시 시인이구나 - 했다. 소설가가 지었으면 역시 소설가구나 - 했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그들의 서점에 위트한 사람들과 시니컬한 계절이 반복해서 드나들 뿐.


혜화동에는 겨울이나 비오는 가을날쯤 가고 싶다. 사거리 신호등에서 두어번 쯤 신호를 보내버린 다음 동양서림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1층에서는 신간 에세이를 하나 고른 다음 나선계단을 천천히 올라 한 번도 읽지 않은 시인의 책을 고르겠다. 겨울이면 중앙 테이블에 앉아 귤을 하나 까먹고 방명록이 있으면 잘 먹었다고 쓰고 필사노트가 있다면 작고 동그란 연필로 꾹꾹 눌러 쓰고 오겠다. 아마 비에 젖은 풀냄새가 나겠지.


*달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시인이쓴에세이

#위트앤시니컬

#혜화동서점

#신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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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 - 작은 물결을 파도로 만드는 일,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일하는 사람 3
김연식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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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환경에 관심이 늘었다. 잠시 빌려 쓸 이 땅에 의무와 예의를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와중 ‘일하는 사람’으로 기획된 환경에세이를 만났다.


책을 덮고 든 첫 소감은 ‘재미’다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환경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쓰다니 작가는 천재인가 싶게 필력이 좋다. 여자축구 이야기를 쓴 ‘김혼비’만큼 유쾌하고 호쾌하다. (교보문고에서 오늘의 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담하건데 작은 판형에 광고도 하지 않은 이 책은 곧 베스트셀러 딱지를 달 것 같다.


작가는 현직 항해사다. 우연히 몸담은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의 생활과 북극. 남극. 아마존. 지중해 .파타고니아 같은 곳을 찾아가 멍든 지구의 현장을 보고 알리는 일을 한다. 스스로 역마살이 두 개나 꼈다고 말하지만 소명 없이 하기 힘든 일이다.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하느냐가 삶을 좌 우한다’는 말처럼 그의 생은 환경을 만나 완전히 바뀐 것 같고 나도 이 책을 읽기전과 후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그린피스는 ‘비폭력 평화 행동’방침에 따라 비교적 작은 목소리를 낸다. 정부와 기업이 결탁해 광산을 채굴하고 그로 인해 빙하가 녹고 가뭄과 홍수가 덮쳐도 플랭카드를 걸고 사진을 찍을 뿐이다. 북극 빙하위에서 피아노를 치고 태평양에서 프라스틱을 가져와 보여주기도 한다.


 누구든 문제를 직접 보면 달라진다. “루도비코’의 북극애”를 찾아본 나는 프라스틱이 인체 세포보다 잘게 쪼개져 몸속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했다. 모세혈관까지 퍼져 내 몸이 독성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이 프라스틱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시민이 요구하고 정부가 규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구상에 여권 없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있단다. 소유권이 없는 동시에 모두가 주인이라는 ‘남극’ 거기 남극 생명체의 먹잇감인 크릴이 언제부터 의약품으로 만들어져 방송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세종호와 딱 마주친 그린피스. 하지만 그들은 덤프트럭보다 큰 그물을 기차처럼 줄줄이 끌어올려 순식간에 도망갔다고 한다. 크릴을 먹은 생물은 공기 중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배설물과 함께 심해에 가라앉혀 대기의 탄소량을 조절하는데, 개체 수가 감소하면 지구온난화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단다. 우리는 크릴 없이도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는데 그 정도는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에서 환경문제를 뒤로 미루면 우리의 후손은 어떻게 될까. 참담하다.


이 책은 매우 재미있는 책이지만 소감을 이렇게 딱딱하게 쓸 수밖에 없어서 매우 아쉽다. 참담하지만 오늘도 나는 성실하게 일해서 쓰레기를 사고 버렸다. 아름다운 쓰레기를 거부하는 세상이 속히 오길 바라며, 이 책이 큰 영향력을 발취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래와 함께 숨 쉰 이날을 안 잊을 수 없다. 지구 반대편의 바다에서 고래와 펭귄, 갈매기와 크릴이 한바탕 아우성치는 인간이 파괴하지 않은 자연을 본 날. 동시에, 인간이 그곳에서 하는 남획과 욕심으로 물에 빠진 활동가를 본 날. 나는 이날 환경감시선에서 일하는 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봤다.’p184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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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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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홍글자

17세기 유럽에는 주홍글자가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백정의 표식이 있었다.

여인의 가슴팍에 달린, 빨간 헝겊위에 수놓인 A글자.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 검은 천 조각을 달고 살아야 하는 신분의 백정

소설과 현실 모두 타인에게서 자신의 쾌락을 찾았다.

타인을 무너뜨릴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자기세계.

이 검은 표지의 펭귄클래식 주홍글자를 새로 읽어 나가면서 현대인의 삶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여인의 딸 ‘펄’을 통해 용서의 방법과 이해의 관계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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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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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봄. 51주년을 맞아 새롭게 표지를 갈아입은 월간샘터 7월호를 만났다. 월간 샘터는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 잡지로 사는 냄새 폴폴 풍기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물방울 서평단 으로 처음만난 7월호는 그 의미라도 부여하듯 동네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뤘다.


낯선 동네이야기는 새롭고 신난다.


소문으로도 들은 적 없는 무주의 ‘불꽃놀이’는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정책으로 사라졌다가 15년 전 극적으로 되살아난 ‘불놀이로’ 뽕나무 숯가루에 사금파리를 넣어 태우는 고유의 놀이 문화다.


‘외국 불꽃놀이는 싸가지 없이 하늘로 치솟지마는, 우리 동네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게 월매나 겸손허신가. 불티금 꽃방망이가 참말로 사람 환장한당게!’ 초록이 무성한 여름. 구천동 계곡에 발을 담그고 두문리 방죽에 꽃불이 쏟아지는 낙화놀이를 즐기러 가고 싶다.


개인적으로 식물에세이스트 정재경님의 글과 그림이 있는 ‘반려식물처방’란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움이 짙어질 때, 살구나무’ 라니, 장독대가 있는 우물과 살구나무 풍경을 알고 있는 내게 꼭 맞는 처방전이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자연에서 얻은 위로를 무시할 수 없다. 어느새 우리는 고향과 유년을 추억하는 것만으로 힘을 얻으니 말이다. ‘느린 여행자의 휴식’도 ‘나무처럼 자라는 집’도 ‘길모퉁이 근대건축’도 먼 곳을 향한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붉은 벽돌집 ‘딜쿠샤’가 궁금하고 옥수서재의 드립커피 맛이 궁금하다. 동네책방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다뤄지면 좋겠다.


타조털 먼지털이를 다룬 ‘우아한 자태로 하는 청소’편에는 생각이 많다. 청소하나도 즐겁게 우아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백번 공감하나, 나는 타조털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그 수많은 먼지털이의 타조털은 어디서 왔을까. 털을 빼앗긴 타조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글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까하는 생각까지. 다음샘터에서는 환경 친화적 사물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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