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2 - 가짜 이름을 가진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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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은 그것이 영화든 소설이든, 소년의 성장을 담고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완벽하지 못하고 유약한 소년은 조금씩 세상에 몸을 담그면서 그곳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동시에 보고 기쁨과 슬픔, 절망, 두려움을 동시에 맛보며 성장한다..

<그림자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식량난에 따른 인구억제 정책으로 셋째 아이가 금지된 세상에 바로 그 셋째 아이로 태어난 소년 루크..
1권에서는 12살까지 집 뒷뜰에 나가본 게 전부였던 루크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듣고 읽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된다..
'내가 살아있어도 되는 걸까' '내가 먹는 이 빵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굶어 죽지 않을까'
확신에 찬 옆집 소녀 젠에 비해 무기력하고 소심하던 루크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지만 그가 처음 몸을 담근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찮은 곳이다..
2권에서 루크가 누비게 될 헨드릭스 기숙학교는 거대한 미로같은 복도 곳곳에 위험을 머금고 있는 곳이다..
철저한 개인 공간이 없는 학교에서 그보다 더 철저한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루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마음 속에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믿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탤벗 아저씨가 몰래 건네준 쪽지, 숨막히는 심해같은 학교에서 유일한 숨통인 숲, 그곳에서 남몰래 가꾸던 텃밭..
그리운 부모님과 형들, 자신의 진짜 이름, 그리고 셋째 아이들의 자유.. 
루크는 위기의 순간에도 마음 속에 담아둔 믿음을 꼭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미로같던 학교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두렵게만 보였던 학생들과 친구가 된다..
그렇게 루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어서 내용도 어렵지 않고 문장도 술술 읽힌다..(하루에 1,2권 완독)
그리고 수동적이고 확신이 없던 루크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면서 두려움을 밟고 그 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지는 모습은 분명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듯하다..

여기에 덧붙여 <그림자 아이들>은 다른 성장소설과는 조금 다른 차별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전체주의라는 세계관이다..
국민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정부..
정부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던 루크가 그것의 허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깨어있는 정치관과 신념을 가지라고 다독인다..
그리고 실제로 젠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집회를 주도하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과도 많이 겹쳐진다..

아직 시리즈가 출간 중이지만 작품의 주제와 색깔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간단명료하지만 가볍지는 않다..
청소년에게는 훌륭한 성장소설이자 어른들에게는 흥미로운 장르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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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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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을 꾸었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잠에 든 그날 꿈에서 코리와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
비록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지만 하여튼 그들을 보았다..

뭘 했는지는 가물하지만 어렴풋 책에서 보았던 크고 작은 사건들에 연루됐던 기억이 남았다.. 
기억이라기보단 느낌이 남았다.. 
난 제퍼에 있었다..

그리고 열세 살 때 항상 몰려다니던 친구들 몇이 보였다..
언제나 방과후 모여 앉았던 조그만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제퍼는 어느 순간 내가 살았던 동네가 되어있었다..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꿈을 꾼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새벽까지 땀이 벤 손으로 표지가 촉촉해질 때까지 책을 읽은 것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두툼한 책 두 권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울 줄은 몰랐다..
정말 단숨에 페이지 수는 줄어들었다..

<소년시대>에는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수 개의 웃음과 그 보다 더 잦은 감동이 있고 개중에 몇 개는 눈물이 차고 올라오는 걸 꾹 눌러야 했다..
손은 땀에 절어 몇 번이나 옷이며 이불보에 문질러야 했다..

비록 바다 건너 미국의 4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소년의 소년시절은 그것이 어디든지 언제든지 이어지기 마련인가 보다..
나도 코리처럼 항상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있었고, 동네엔 바보 형이 배회했고, 고래산이라는 동산이 있었고, 강은 아니지만 몇 시간동안 진을 빼며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잡던 도랑이 있었다..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만 내가 살던 고향은 시골이 아니라 경기도 안양이다..) 
그리고 제퍼처럼 그곳 역시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 단지들에 자리를 내주어 지금은 옛모습을 볼 수 없다..

어린 시절 모두의 동네가 그렇듯 소년 코리의 제퍼 역시 뭐든지 가능한 곳이다..
강물엔 괴수가 살고 숲엔 전설의 사슴이 배회하고 10번 도로는 잃어버린 세계의 짐승의 영역이며 은둔한 서부의 총잡이가 이발소에서 체크를 두는 곳..
여름 방학이면 친구들과 하늘을 날고 금빛 눈을 가진 자전거가 거리를 질주하고 검은 차를 탄 유령이 위험에서 연인을 구하며 옆동네에 사는 노파가 기적을 일으키는 곳..
몇몇의 악당과 네 트럭 가득 찬 영웅들이 사는 곳..
공포와 모험과 스릴과 미스테리와 웃음과 눈물이 있는 곳..
세상 모든 소년들이 한번쯤은 살았던 동네..
제퍼는 모든 소년들의 동네다..

1960년대는 미국의 격동기다..
베트남전, 반전운동과 히피문화, 워터게이트 사건, 마틴루터킹 목사의 암살과 대규모 흑인 운동 등..
이러한 격변의 시기가 도래하기 바로 직전의 1년이 <소년시대>의 시간이다..
변화의 물결이 조금씩 제퍼의 발목을 찰랑찰랑 적시던 시절 소년 코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장을 한다..
용기와 관용을 보고 죽음과 믿음을 안다..
성장한다는 것은 세상을 아는 것이고 변화를 실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과거와 멀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격변기를 겪으면서 놓쳐야 했던 것들을 코리 역시 제퍼에 남겨두고 떠난다..
코리에게 제퍼와 거기서 보냈던 소년시대는 단순히 잃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발걸음의 원동력이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면 과거에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
                                                                                     -2권 본문 456



추억은 가장 비싼 보물이고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가장 포근한 침대이다..
우린 하루하루를 좀더 소중히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을 추억으로 새겨넣어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
우리의 소년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별점 매기기가 이렇게 쉬었던 적이 없었다..
항상 세 개나 네 개를 오가던 별이 이번엔 망설임 없이 다섯을 채웠다..
빈 별이 좀 더 있었다면 아마 몇 개라도 끝까지 채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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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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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죽음의 미로>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은 출구 없는 미로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원히 우주를 떠돌아야 하는 페르서스 9호의 선원들은 죽음과도 같은(아니, 죽음보다 더 두려운) 무료함에서 일시적이나마 탈출하기 위해 다뇌 융합의식을 이용한다 ..
하지만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미로다..
더욱이 현실세계에 잠재된 적의가 그 세계에서 발현되어 끔찍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적의는 끝이 없는 행해가 계속될수록 점점 더 커지고, 그것은 그들이 구축하는 다뇌 융합세계를 점점 더 살벌한 세상으로 만드느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지옥같은 융합세계에서 그들이 의존하는 것은 종교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추출된 결과물인 융합세계의 종교는 지금보다 과학에 근접한, 증명된 사실이다..

-정말이지 '중재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우리는 그걸 창조했던 거야.
 그걸 원했기 때문에. 갖고 있지 않았지만 갖고 싶었기 때문에.
                                                                      -본문 296

현실로 돌아온 몰리는 다시 델멕-0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메리와 러셀 역시 대답은 마찬가지다..
그곳 역시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이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라는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이 그곳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대답을 구한다..

다뇌 융합세계에서 직접 신을 만나고 무신론자인 배블과 열띤 언쟁을 벌였던 몰리는 종교를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가득채운 '중재신', '조유신', '지상을 걷는 자'에 대한 기억은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기억은 죽음보다 더 두려운 현실 앞에서 어느새 믿음으로 자리했는지도 모른다..
그 믿음은 융합세계의 신을 현실세계로 강림시키고 그를 출구없는 미로에서 구원한다..

지옥같은 현실에서 만든 도피처는 안식처가 될 수 없다..
그들이 만든 도피처는 현실과는 또다른 지옥을 구축하고 그 지옥은 점점 더 흉포해질 것이다..
지옥의 악순환..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미로에 출구를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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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크로스로드 SF컬렉션 4
이영수(듀나) 외 지음 / 사이언티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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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로지의 장점은 당연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문체와 형식으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앤솔로지의 약점은 각 작품의 완성도(작품성 or 오락성)가 고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는 정확하게 위의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는 작품집이다..

 

'우주와 그녀와 나'와 '물구나무서기'는 지구의 종말과 일종의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멜로와 자아성찰이라는 상이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공간-항-'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 관광지에서'는 시공간 여행을 가지고 평행우주와 대우주의 질서, UFO와 텔레포트, 이성과 종교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백중'과 '전화 살인'은 수사물의 형식으로 인공지능과 소리를 통한 연쇄살인이라는 판이한 소재를 풀어낸다..

 

그 외에도 '수련의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화자로 등장하고 '사랑 그 어리석은'은 철저한 1인칭 시점으로 정신이상자의 심리를 더욱 소름끼치게 전달하는 등 서술 방식에서도 그 다양성은 유효하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으로 꼽히는 것이 한국형 SF라는 점일 텐데, 그동안 외국의 SF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요소들이 크고 작게 등장한다..

 

'우주와 그녀와 나'에선 외계고시와 외계관, 외계거주 경험자 등 현실의 노골적인 SF적 변주가 전면에 등장하고 '시공간-항-'에선 불안한 한반도의 정세가 주요 배경이 된다..

'물구나무서기'와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와 '전화 살인'은 사회 소외계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선을 고정하고있다..  

또한 독자는 '수련의 아이들'에서는 주인공을 따라 수도권과 인천 송도를 돌아다니고,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시청앞 숭례문 등 서울 중심가에서 UFO를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작품 속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어 작품성과 오락성은 더 무게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앤솔로지 특유의 단점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다..

개운치 못한 결말이라든가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대사들, 단순하거나 유치한 상황설정 등 같이 실린 좋은 작품들과 비교해 그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작품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맞춰 자연스레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나뉘었는데 좋았던 작품들만 이야기하자면(^^;) '물구나무서기'와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 '관광지에서'를 꼽을 수 있겠다..)

 

아무튼 소설이 순수소설과 장르소설이라는 정의로 분류되고 그 사이에 적잖은 차별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가장 비인기종목(?)인 SF소설이 벌써 네 번째 작품집으로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소재, 형식으로 깊이와 다양성 양면으로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던 작품집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작품의 호불호를 떠나 책에 실린 10작품 모두 사랑스럽지 않은 작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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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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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미로와 같은 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이야기 자체를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 원주율 파이처럼 무한히 계속되지만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 말이다..

 

각 장의 이야기들은 서로 포개어져 있지만 이어져 있진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과 상황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마치 거울 속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면 꿈 속에서 꿈을 꾸는 느낌.. 꿈에서 깨어나면 또 다른 꿈이고.. 꿈의 무한 반복..

 

첫 장은 일종의 인물소개와 같다..

연쇄살인 인터넷카페의 회원 6명이 수수께끼의 카페장의 초대를 받아 산장에 모이고 폭설에 고립된다.. 


추리소설의 클리셰와 같은 상황설정..아닌게 아니라 그들은 한 명씩 차례대로 죽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장은 복수에 관한 이야기..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관계지만 읽다보면 데자부를 겪게된다..

얘는 아까 나왔던 그 애 같은데.. 얘가 그 애면 얜 또 누구지..?

첫 장의 인물들 위에 또다른 얼굴을 뒤집어 씌우는 두 번째 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미로를 구축한다..

그리고 미로는 세 번째 장에서 좀더 커진다..

고립된 산장을 배경으로 한 일본 추리소설.. 이를 번역하는 소설가와 정체모를 여인이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 그 속의 이야기..

미로 속에 미로가 있고 그 속에 또 미로가 있다..

그리고 그 미로들을 보듬어 안는 네 번째 장의 미로가 있다..

무명의 연극배우와 그녀의 스토커, 그녀의 진술, 그리고 그에 대한 소설..

또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과 이야기.. 또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또다른 이야기다..

 

 

폐쇄된 미로에 같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

그걸,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각 이야기들은 결말을 크게 여의치 않는다..

그 산장에서 살아남은 이는 누구인지, 누가 복수의 대상이고 또 복수는 성공했는지, 그 여배우의 진술은 진짜인지, 그 소설의 진짜 결말은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그러니까 이 책은 폐쇄된 미로와 같은 소설이다..

요는 이 이야기가 끝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머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뱉어낸다..

마치 무한히 계속되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원주율처럼..

 

모든 이야기는 결말이 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보듬고 그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와 접해있다..

이 인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저 인물의 이야기는 또 다른 곳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앞엔 그의 전사(前事)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는 하나의 생명체다..

숙주인 거미의 몸을 파먹으며 성장하는 맵시벌 유충처럼 창작자의 손을 벗어나 무한히 반복된다..

그렇게 시작과 끝을 알수 없는 이야기가 거대한 뫼비우스의 띄처럼 이 책을 묶고있고 우리는 그 위를 서서히 기어다니는 송충이처럼 이야기 속에서 꿈틀댄다..  

 

 



클림트의 <키스>(위)와 뭉크의 <죽음과 소녀>(아래)
소설 속에 반복해서 나오는 이미지들인데
주로 위의 그림이 아래의 그림으로 대체되는 형식으로 표현된다
마치 창작자의 품에 안겨있는 이야기가
창작자의 자양분을 빨아먹어 점점 살을 찌우는 양상과 닮아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나로선 QR코드를 활용할 수 없었다..;;

조만간 주위 친구들에게 빌려 다시 한번 감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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