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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ㅣ 크로스로드 SF컬렉션 4
이영수(듀나) 외 지음 / 사이언티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앤솔로지의 장점은 당연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문체와 형식으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앤솔로지의 약점은 각 작품의 완성도(작품성 or 오락성)가 고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는 정확하게 위의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는 작품집이다..
'우주와 그녀와 나'와 '물구나무서기'는 지구의 종말과 일종의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멜로와 자아성찰이라는 상이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공간-항-'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 관광지에서'는 시공간 여행을 가지고 평행우주와 대우주의 질서, UFO와 텔레포트, 이성과 종교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백중'과 '전화 살인'은 수사물의 형식으로 인공지능과 소리를 통한 연쇄살인이라는 판이한 소재를 풀어낸다..
그 외에도 '수련의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화자로 등장하고 '사랑 그 어리석은'은 철저한 1인칭 시점으로 정신이상자의 심리를 더욱 소름끼치게 전달하는 등 서술 방식에서도 그 다양성은 유효하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으로 꼽히는 것이 한국형 SF라는 점일 텐데, 그동안 외국의 SF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요소들이 크고 작게 등장한다..
'우주와 그녀와 나'에선 외계고시와 외계관, 외계거주 경험자 등 현실의 노골적인 SF적 변주가 전면에 등장하고 '시공간-항-'에선 불안한 한반도의 정세가 주요 배경이 된다..
'물구나무서기'와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와 '전화 살인'은 사회 소외계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선을 고정하고있다..
또한 독자는 '수련의 아이들'에서는 주인공을 따라 수도권과 인천 송도를 돌아다니고,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시청앞 숭례문 등 서울 중심가에서 UFO를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작품 속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어 작품성과 오락성은 더 무게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앤솔로지 특유의 단점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다..
개운치 못한 결말이라든가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 불필요하거나 어색한 대사들, 단순하거나 유치한 상황설정 등 같이 실린 좋은 작품들과 비교해 그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작품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맞춰 자연스레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나뉘었는데 좋았던 작품들만 이야기하자면(^^;) '물구나무서기'와 '달에게는 의지가 없다' '관광지에서'를 꼽을 수 있겠다..)
아무튼 소설이 순수소설과 장르소설이라는 정의로 분류되고 그 사이에 적잖은 차별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가장 비인기종목(?)인 SF소설이 벌써 네 번째 작품집으로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소재, 형식으로 깊이와 다양성 양면으로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던 작품집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작품의 호불호를 떠나 책에 실린 10작품 모두 사랑스럽지 않은 작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