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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꿈을 꾸었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잠에 든 그날 꿈에서 코리와 그의 아버지를 보았다..
비록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지만 하여튼 그들을 보았다..
뭘 했는지는 가물하지만 어렴풋 책에서 보았던 크고 작은 사건들에 연루됐던 기억이 남았다..
기억이라기보단 느낌이 남았다..
난 제퍼에 있었다..
그리고 열세 살 때 항상 몰려다니던 친구들 몇이 보였다..
언제나 방과후 모여 앉았던 조그만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제퍼는 어느 순간 내가 살았던 동네가 되어있었다..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꿈을 꾼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새벽까지 땀이 벤 손으로 표지가 촉촉해질 때까지 책을 읽은 것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두툼한 책 두 권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울 줄은 몰랐다..
정말 단숨에 페이지 수는 줄어들었다..
<소년시대>에는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수 개의 웃음과 그 보다 더 잦은 감동이 있고 개중에 몇 개는 눈물이 차고 올라오는 걸 꾹 눌러야 했다..
손은 땀에 절어 몇 번이나 옷이며 이불보에 문질러야 했다..
비록 바다 건너 미국의 4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소년의 소년시절은 그것이 어디든지 언제든지 이어지기 마련인가 보다..
나도 코리처럼 항상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있었고, 동네엔 바보 형이 배회했고, 고래산이라는 동산이 있었고, 강은 아니지만 몇 시간동안 진을 빼며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잡던 도랑이 있었다..
(지금은 믿지 못하겠지만 내가 살던 고향은 시골이 아니라 경기도 안양이다..)
그리고 제퍼처럼 그곳 역시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 단지들에 자리를 내주어 지금은 옛모습을 볼 수 없다..
어린 시절 모두의 동네가 그렇듯 소년 코리의 제퍼 역시 뭐든지 가능한 곳이다..
강물엔 괴수가 살고 숲엔 전설의 사슴이 배회하고 10번 도로는 잃어버린 세계의 짐승의 영역이며 은둔한 서부의 총잡이가 이발소에서 체크를 두는 곳..
여름 방학이면 친구들과 하늘을 날고 금빛 눈을 가진 자전거가 거리를 질주하고 검은 차를 탄 유령이 위험에서 연인을 구하며 옆동네에 사는 노파가 기적을 일으키는 곳..
몇몇의 악당과 네 트럭 가득 찬 영웅들이 사는 곳..
공포와 모험과 스릴과 미스테리와 웃음과 눈물이 있는 곳..
세상 모든 소년들이 한번쯤은 살았던 동네..
제퍼는 모든 소년들의 동네다..
1960년대는 미국의 격동기다..
베트남전, 반전운동과 히피문화, 워터게이트 사건, 마틴루터킹 목사의 암살과 대규모 흑인 운동 등..
이러한 격변의 시기가 도래하기 바로 직전의 1년이 <소년시대>의 시간이다..
변화의 물결이 조금씩 제퍼의 발목을 찰랑찰랑 적시던 시절 소년 코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장을 한다..
용기와 관용을 보고 죽음과 믿음을 안다..
성장한다는 것은 세상을 아는 것이고 변화를 실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과거와 멀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격변기를 겪으면서 놓쳐야 했던 것들을 코리 역시 제퍼에 남겨두고 떠난다..
코리에게 제퍼와 거기서 보냈던 소년시대는 단순히 잃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발걸음의 원동력이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면 과거에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2권 본문 456
추억은 가장 비싼 보물이고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가장 포근한 침대이다..
우린 하루하루를 좀더 소중히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을 추억으로 새겨넣어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
우리의 소년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별점 매기기가 이렇게 쉬었던 적이 없었다..
항상 세 개나 네 개를 오가던 별이 이번엔 망설임 없이 다섯을 채웠다..
빈 별이 좀 더 있었다면 아마 몇 개라도 끝까지 채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