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김혜남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5월
구판절판


내가 상대방과 사랑에 빠지게 된 데는 어떤 자명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랑의 의미마저 퇴색되는 건 결코 아니다. 모든 사랑의 감정은 진실하다. 다만 첫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과대포장은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30쪽

사랑은 변한다.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랑을 하는 것(being in love)'을 거쳐 '사랑에 머무는 것(staying in love)'이란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거친다.-80쪽

연인들에게는 밀착과 분리에 대한 묵시적인 상호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랑하는 관계는 자신을 침입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짧은 순간의 이별도 견딜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다른 사람들도 돌보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밝힐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이 잠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랑에 필요한 이러한 역설적인 거리를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율성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결합을 달성할 수 있고, 자아의 붕괴 없이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83쪽

어떤 사건이나 사물이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될 때, 그것은 그 본질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되어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향에 따라 변형되어 기억의 창고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형된 기억은 훗날 그걸 회상할 때 또 한 번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즉 회상하는 시점의 소망과 욕망, 감정, 느낌 등이 그 전 기억을 떠올리는 데 개입하는 것이다.-91쪽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상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맞추어 가며, 그 안에서 자신과 상대를 발견하고 같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부분들을 상대의 사랑에서 찾으며 그것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는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의 옷을 입은 의존이며, 자신을 소멸시켜 상대의 내부로 함입시키는 과정일 뿐이다.-105쪽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모든 탓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그 전에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174쪽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만 다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에 같이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184-185쪽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사랑에서 필요한 지식은 주변에서 머무르지 않고, 내면 속 핵심을 파고드는 고도의 지식이다. 이런 지식은 상대가 나와는 독립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만 가질 수 있다. -191쪽

인생은 시간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우리는 새로운 발단 과제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재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그 사람에 대해 다 안 것 같아도 살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내가 미처 모르는 다른 모습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새로운 발견이 때로는 실망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발견을 통해서 우리는 늘 사랑을 새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재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랑이 식고, 그 사랑이 떠나 버리는 것, 그래서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알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192쪽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을 '약간의 히스테리(a little histeric), 약간의 편집증(a little paranoid), 약간의 강박(a little obsessive)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내 안에 콤플렉스나 갈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되는 건 아니다. 이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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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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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 불능증은 뇌의 대상 피질 전엽의 기능저하로 발생한다고 하며, 뇌의 이 영역은 우리가 자신의 내적 상태를 포함한 많은 것을 자각하도록 조절해주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시각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자각이 분리되면 맹시가 유발되는 것처럼, 감정 경험과 그에 대한 자각이 분리되면 이른바 무감각numbfeel이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행복, 슬픔, 지루함 혹은 호기심 같은 감정을 실제로는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101쪽

원자 내의 입자들은 한 번에 두 개의 장소에 존재할 수 있는 이상하고도 매혹적인 능력이 있다. (중략) 소들이 이곳저곳에 동시에 있지 않은 이유는 엄청나게 작은 것이 수없이 모여 상호작용을 하면 '고착fixedness'이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속성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각각의 개별수준에서는 이 고착이라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 '더 많다'는 것은 단순히 수가 더 많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종종 적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그 무엇이 되기도 한다.-107-108쪽

우울증의 징후 가운에 하나는 미래를 예측할 때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182쪽

시간, 장소, 상황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그런 제약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상상'을 시도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중략) 상상은 현재의 경계를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동시에 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상과 지각이 동일한 뇌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둘을 착각하게 된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적 상태가 미래가 닥쳤을 때 실제 경험하는 우리의 정서와 같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는 사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경험에 따라 결정된다.-184쪽

아이들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신념이 우리의 문화적 지혜의 일부가 된 것은 이에 반대되는 신념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놓기 때문이다.-317쪽

사람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만큼은 제대로 말한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가 미래의 경험을 통해 느낄 감정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 경험을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재 감정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미래의 우리 감정을 예측하기 위해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감정을 회상하거나 혹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우리의 경험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다.-319쪽

우리는 스스로를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무엇이 스스로를 이렇게 독특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중략)
실제로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에 관한 책을 읽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듯, 우리가 주관적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주관적 세계를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중략)
우리 자신을 아는 방식이 다른 사람을 아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중략)
우리는 이러한 차이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기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배경으로 깔려 있는 사람들 사이의 유사성의 강도와 빈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실제보다 훨씬 더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328-331쪽

개인이 지니는 다양성과 독특성에 대한 사람들의 강함 믿음이 우리가 타인을 우리 경험의 대리인으로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주요 요인이다. 다른 사람의 실제 경험을 우리의 미래 경험에 대한 대용물로 사용하려면 동일한 사건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과 우리의 반응이 대략 비슷할 거라고 믿어야만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감정적 경험이 매우 다양하다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대용한다는 것이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의 경험이야말로 우리의 미래 감정을 예측하는 데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우리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믿을만한 방법을 거부하고 대신, 흠도 많고 오류도 많은 우리의 상상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332쪽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주목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여러 상황에서 실제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신을 독특한 존재라고 여기며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정서적 경험을 통해 배워야한다는 사실을 종종 거부하고 만다.-334쪽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나 승진, 해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경험하는 즐거움, 즉 행복인 것이다. 따라서 탁월한 선택이란 돈을 최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 즉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36쪽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닥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은 분명 실수를 막아주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다. 그러나 이 안에는 그에 못지않게 분명한 오류들도 존재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었듯 우리는 미래 상황을 상상할 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채워 넣기도 하고 존재하는 것들을 빠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의 감정을 상상할 때 현재의 감정에 좌우되고, 어떤 사건이 미래에 발생할 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게 된다.-338-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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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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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실질적인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해야 할 20대 중후반-7쪽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으로 나아가면 된다.-97쪽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라는 땅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꿈을 현실에 맞춰 수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111쪽

자아이상(ego-ideal) ‥‥ '나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자신에 대한 요구를 의미한다. 자아이상은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칭찬이나 부모가 추구하는 가치를 내재화시키는 가운데 형성되는 것으로, 양심과 함께 초자아를 구성한다. 그런데 자아이상이 너무 높으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초라한 자신과 현실에 실망하고 우울해지기 쉽다.-112쪽

'나는 과거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지금 이럴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너는 나를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어야 해.'
이런 심리를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한다.-145쪽

정신 분석에서 말하는 '자아(ego)가 있는 곳에 이드(id)를'이란 말은 본능적 욕구나 감정을 자신에게 숨기지 말라는 뜻이지 그것을 모두 밖으로 표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146쪽

과거에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처가 있었다 해도, 현재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148쪽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최소화해 나가는 것, 그것이 사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이며 우리의 몫이다.-214쪽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을 믿고, 나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의 숱한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능동적으로 그 사랑을 지켜 내야 하는 것이다.-227쪽

결혼 생활을 잘하려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특히 신뢰를 깨거나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말과 행동은 삼가야 한다. 결혼 그 자체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말이 순식간에 결혼을 사랑의 무덤으로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255쪽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그 삶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259쪽

아이의 성취를 사랑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265쪽

서른 살이 넘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마라.-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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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기억,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 어린 시절의 체벌과 학대가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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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하고 절실한 감정을 부정할 때, 그것이 몸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불안과 의무감으로 이루어진 병적인 애착‥‥이는 진실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는 겉모습, 곧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 도덕을 대신하여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바로 몸이다.-9-10쪽

도덕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인정해야만, 자기 자신과 자녀에게 진실로 도움이 될 수 있고, 자기기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17쪽

우리 편을 들어주는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다.-19쪽

용서가 치료를 낳은 적은 결코 없다.-21-22 쪽

자기 자신의 삶과 분열된 진실‥‥결국 질병으로 이 분열의 대가를 치렀다.-27쪽

정신적 질병의 진행과정에서 유전적인 요소들은 지극히 사소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논리정연하게 입증하고 있다.-28쪽

도덕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느끼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37-38쪽

과거에 부모나 조부모, 또는 부모와 같은 존재들에게 고통을 받았어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도덕'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의 요구에 눌려 우리의 진정한 감정과 순수한 욕구들을 은폐한다.
중병, 때 이른 죽음, 자살은 강제로 규범에 복종한 논리적 결과들이다. 우리가 도덕이라고 일컫는 이 규범이 실제로는 진정한 삶을 질식시킬 수도 있다,우리의 의식이 이러한 규범을 용납하고, 그것을 삶 그 자체보다 더 높이 받들 때는 항상 그렇게 될 위험이 있다. 이는 세계 어디서든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몸은 의식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을 건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부정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사람은 이 몸의 언어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65-66쪽

모세의 십계명 중에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네 번째 계명'은 심리학의 여러 법칙과 모순을 이룬다. '사랑하라'는 강요가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사랑을 받은 사람들은 굳이 계명에 따르려 하지 않더라도 부모를 사랑하게 된다. 계명에 복종하는 것으로는 절대 사랑을 낳을 수 없다.-66쪽

이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그들이 '네 번째 계명'에 충실했으며 자기들에게 무거운 고통을 안겨준 부모를 평생 존경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실, 곧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은 욕구,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를 부모를 위해 희생했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더 이상 거절당하지 않으려는 희망 아래 이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이다, 그들이 작품 속에 표현한 진실은 분열된 진실이다. '네 번째 계명'의 무게에 눌려 부정의 감옥에 갇힌 채, 그들은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간직하고 있었다.-81쪽

매 맞고 고통을 당하고 모욕을 겪으면서 '간접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부모와 같은 존재들이 저지르는 잔인함을 대단히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발전시킨다. 또한 학대받는 아이의 고통에 대해 노골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낸다. 자기 자신이 한때 그렇게 학대 받는 아이였다는 사실에 대해 절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그들은 진실에 대해 눈을 뜨지 못한다. ‥‥ 그들은 어려서부터 진정한 감정을 억압하고 부정하는 법을 배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오로지 부모, 교사 그리고 교회의 권위자들의 지시에 자신을 맡기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96쪽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진실을 거부하지 않으며, 억압했던 고통을 자기 안에서 느끼고, 몸이 감정적으로 알고 있는 과거를 정신적으로도 받아들여 더 이상 억압하지 말고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에 부모에 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결코 사랑이 아닌, 지금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어린 시절의 부모에 대한 애착, 곧 사람을 병들게 하는 애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애착은 감사와 연민, 기대, 부정, 환상, 복종, 불안,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100-101쪽

그가 살인자가 된 것은 욕구를 억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의식 속에서 어머니에게 느낀 모든 부정적인 감정, 곧 치명적인 행동을 저지르도록 충동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분리시켰기 때문이다.-149쪽

어린 시절 그들에겐 절실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이를 경험하는 것도 용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훗날 그것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심리요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억압된 감정을 찾아내어 이를 경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 감정은,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고,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의식 속의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150-151쪽

알코올은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코올보다 더 강한 마약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진실하지 못하고 몸의 진실한 감정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이 남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갈수록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151쪽

약물의 강제력에 종속될 경우,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감정과 느낌에 이르는 길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 카프카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와 같은 창조적인 활동도 일정기간 동안에는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을 두려워할 때는, 그런 활동을 해도 한 인간이 어린 시절에 받은 학대 때문에 잃어버린, 자기 본연의 삶의 근원에 이르는 길을 밝혀내지는 못한다.-158쪽

중독증의 초석은 십중팔구 인생의 초기에 놓여진다. 거식증과 음식장애도 마찬가지다. 이는 몸이 옛날 이른 어린 시절에 자기에게 뭔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감정이 차단되어 있으면 몸의 메시지는 오해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어린 아이가 처해 있던 곤란한 상황이 오늘의 어려운 상황으로 잘못 등록된다. 그러므로 현재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도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오늘날의 우리는 그 당시와는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59-160쪽

충동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진실, 그 진실 전체를 남김 없이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부모가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도록 정확하게 알게 되면, 우리가 부모의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은 사라진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또 어른이 되어 평화로운 가운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를 학대한 부모에 대한 유아적인 애착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할 것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의 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혼란의 근원은 과거에 우리가 부모의 학대를 너그럽게 대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끌어내려고 했던 노력에 있다. 우리는 성인으로서 더이상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심리요법을 통해 도덕이 어떤 식으로 상처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지 이해하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167쪽

성인이 되는 길은 자기가 받은 잔인한 대우를 용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인식하고 매 맞던 아이에 대한 동정심을 키우는 데 있다. 그 길은 학대가 성인의 삶 전체에 어떤 장애가 되는지, 얼마나 많은 삶의 가능성을 파괴하는지, 이러한 재앙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다음 세대에 전가되는지를 깨닫는 데 있다. 이러한 비극적 인식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학대하는 부모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비교하여 상쇄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물에 대한 이해에는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다시 연민에 빠지고 잔혹한 처우를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170-171쪽

자신의 진실을 인정하게 된 데 힘입어 그녀는 새롭고 창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중략)
감정을 조작하는 기법은 대게 자신의 감정을 더 강하게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략)
인위적으로 산출된 긍정적인 감정은 단기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런 감정은 우리를 어린 아이의 상태에 머물게 한다.
(중략)
부정적인 감정의 현실적인 원인을 서둘러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내려고 함으로써, 우리는 그런 감정을 경험할 수 있고, 또 이를 의미 있는 감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178-180쪽

전통적인 도덕, 종교적인 계율, 특히 정신분석학의 많은 이론들도, 어린이 심리요법 전문가들이 부모의 책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지적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은 그것이 어린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견해를 내세우지만, 이는 사실 부모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감정을 갖더라도 파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중략)
진정한 의사소통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186-188쪽

자기가 속한 학파의 도그마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 정신분석학파의 포로
(중략)
자기가 받은 교육이 주입한 관점에 종속-215-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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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클레르 카스티용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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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색하고 비루한 마음의 소유자들도 사랑을 한다.

사랑은 이제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책 커버에 쓰인 문구를 보고, 책을 선택했다. 주변의 평화로운 삶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자제'해 주길 부탁하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속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는데, 마음이 가라앉은 어느 날, 책을 감싸고 있는 띠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 곁의 그 사람이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순간에 읽어야 할 은밀하고 쇼킹한 처방전!

천천히 읽어도 두 세 시간이면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넘기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내 모습이 그리 사랑스럽지 않아서 우울했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단편집인 줄은 모르고 소제목이 붙은 이야기들 사이의 연결점을 찾으려 신경쓰면서 반쯤 읽고서야 각각의 이야기라 독립적이라는 걸 알았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식의 선을 한참 벗어난 잔혹한 이야기들'에는 '환상이 벗겨진 사랑'에 관한 내용이 '가식적이지 않'게 평범한 말투로 이어진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너무나 넓은건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하나마다에 놀라움으로 반응할 기력이 없는건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충격보다 신선함이 느껴졌다. 지루함 없이 마지막 단편까지 읽고 나니, 푹 꺼진 듯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독거려진 듯 했다. 슬픈 기운에 울적할 때, 누구라도 힘들법한 상황 속에서 펑펑 울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 같이 울기보다 나의 작은 슬픔이 부끄러워 고이던 눈물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보다 상황이 버겁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극단적 상황에서 사랑을 말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고 이들 역시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일까? 상황의 무게에 낭만과 열정이 짓눌린다는 생각에 때론 말라가고 때론 젖어가던 마음이 무던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고민하던 것들은 '사치스런' 내용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이기에 악취를 풍길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카스티용의 다른 작품들도 나에겐 '악마의 글'이 아니라 '처방전'이다. 상식과 거리를 둔 인물들을 통해 나와 주변인의 '평범한' 문제를 사소하게 보게 되고 조금은 넓어진 마음으로 함께 할 마음을 다지게 된다면, 소설의 불행이 현실의 행복을 키우는 거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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