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클레르 카스티용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옹색하고 비루한 마음의 소유자들도 사랑을 한다.
사랑은 이제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책 커버에 쓰인 문구를 보고, 책을 선택했다. 주변의 평화로운 삶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자제'해 주길 부탁하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속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는데, 마음이 가라앉은 어느 날, 책을 감싸고 있는 띠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 곁의 그 사람이 사랑스럽지만은 않은 순간에 읽어야 할 은밀하고 쇼킹한 처방전!
천천히 읽어도 두 세 시간이면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처방전'을 넘기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내 모습이 그리 사랑스럽지 않아서 우울했던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단편집인 줄은 모르고 소제목이 붙은 이야기들 사이의 연결점을 찾으려 신경쓰면서 반쯤 읽고서야 각각의 이야기라 독립적이라는 걸 알았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식의 선을 한참 벗어난 잔혹한 이야기들'에는 '환상이 벗겨진 사랑'에 관한 내용이 '가식적이지 않'게 평범한 말투로 이어진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너무나 넓은건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하나마다에 놀라움으로 반응할 기력이 없는건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충격보다 신선함이 느껴졌다. 지루함 없이 마지막 단편까지 읽고 나니, 푹 꺼진 듯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독거려진 듯 했다. 슬픈 기운에 울적할 때, 누구라도 힘들법한 상황 속에서 펑펑 울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 같이 울기보다 나의 작은 슬픔이 부끄러워 고이던 눈물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보다 상황이 버겁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극단적 상황에서 사랑을 말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고 이들 역시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일까? 상황의 무게에 낭만과 열정이 짓눌린다는 생각에 때론 말라가고 때론 젖어가던 마음이 무던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고민하던 것들은 '사치스런' 내용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이기에 악취를 풍길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카스티용의 다른 작품들도 나에겐 '악마의 글'이 아니라 '처방전'이다. 상식과 거리를 둔 인물들을 통해 나와 주변인의 '평범한' 문제를 사소하게 보게 되고 조금은 넓어진 마음으로 함께 할 마음을 다지게 된다면, 소설의 불행이 현실의 행복을 키우는 거름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