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윤용인 지음, 양시호 그림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책 소개를 읽고, 중년을 준비하게 위해 미리 엿보려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결혼, 육아, 나이가 주는 무게를 아직 경험하진 못했지만, 이해하며 끄덕거릴 만큼은 인생 경험이 쌓인 모양이다. 중년 남성의 삶과 생각을 재미있게 읽고 나니, 어른이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인정하고 추구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나는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그러나, 내가 욕망하는 것을 타인이 욕망하지 않을 수 있음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태어나서 죽는 과정이 인간스러워지는 과정이라 한다면, 개인의 독특함을 발견하고 발현하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한 마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인생 전체의 가장 큰 과업이라 볼 수 있겠다. 사춘기에는 또래와의 일치를 추구하며 타인 속에서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타인과의 차이를 인식하는 기회가 이어지지 않고, 분주한 일상과 떼거지 문화에 함몰된 채 나이를 먹게 된다.

부모에 의해 자라온 십대를 지나고, 공부와 이데올로기, 연애와 사회 문제로 고민한 이십대에 이어 밥벌이의 삼십대를 거쳐서 우리는 마흔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본 시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마흔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것도 자신을 제대로 찾기 전에 늙음이라는 괴물이 찾아왔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p.164 中)

내용도 표현도 늙지 않은 지은이 덕분에, 전공 서적의 문어체에 익숙한 내가 오히려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은이의 건강하고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는 글이 읽는 마음까지 편하게 만든다. 어렵게 말 하지 않지만, 삶에 기반한 진실이 담겨 있기에, 현재를 긍정하며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자신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 타인과 다른 나를 발견할 기회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타인과의 일치를 추구했던 경험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토대가 되었다면, 차이를 인정하는 공감을 위해, '우리'에서 분리된 '나'를 만나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주장할 줄 안다는 게 아닐까? 나만이 아니라, 나와 너를 함께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아는 이해의 깊이가 완숙한 인생의 열매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어른이란 성숙한 개인주의자를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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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윤용인 지음, 양시호 그림 / 글항아리 / 2008년 1월
절판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하면서 가장 화가 날 때는, 상대방이 이쪽 입장에 서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고, 또 그걸 이해해달라고 할 때다. 즉 이런 말이 가장 짜증나고 답이 안 나온다.
"나는 원래 그래."
(절대공감!!)-43쪽

우리가 결혼이라 함은 건강한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일 테고, 그 기본은 양측이 평등한 상태에서 각자 독립된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임
-45쪽

결혼한 사람들이여. 내 가정의 불화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내 남편, 특히 내 아내의 단점을 자기 잘못으로 자책하지 말라.-48-49쪽

물론 부부 싸움에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상대방 집안을 비하하거나, 서로의 무능력과 치명적인 단점을 말하면 안 된다. 그러나 또 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한쪽만 왈왈거리고 한쪽에 의해 거짓 화해와 평화를 가지는 가정. 나는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울 때 평등하게 싸우자.-65쪽

분노도 커뮤니케이션이다. 내 감정을 자신과 타인에게 알리는 신호다.
하고 싶은 말 못 하면 속 터져 죽듯, 화나는데 참고 있으면 화병나 죽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심리학에서는 참 어렵게도 이야기한다.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창안한 프리츠 펄스는 분노를 참으면 유기체는 수도관이 막힌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고 했다. 분노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미해결 과제로 남아, 개체가 다른 긍정적인 감정을 체험할 기회를 막아버린다고 경고했다. 엎어치나 메치나 화 참으면 복장 터져 죽는다는 뜻이다.-66쪽

뒤늦게나마 'I'가 'We'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다. 나의 건강한 실존의식이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선결 조건이었음을 알게 된 것도 다행이다.-166쪽

룸살롱만이 최고의 접대 장소는 아니다. 주식과 정치와 골프와 자동차 이야기를 하다 결국은 자기 자랑으로 끝을 내는 것만이 어른의 술자리는 아니다.
처음 보는 여자가 깎아주는 과일보다 갈매기살을 서로 구워먹는 것이 더 정겨울 수 있다. 자기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자랑하기 보다 자기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진실되게 이야기할 때 술맛은 더 깊어진다.
-194-195쪽

나는 때때로 우리가 좀더 개인주의적이고 단순하며 충동적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자기 아닌 자기로 살아가는 '예절 바른 문명인'으로서의 갑옷을 벗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210쪽

나의 소망을 제쳐두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은 당신을 행복하게 하지 못합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며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요? 그렇지 않답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내가 행복해야 남을 배려 할 수도 있으니까요.
(스펜서 존슨, 『행복』에서 인용한 내용)-212-213쪽

때때로 삶이 버거울 때, 그리하여 타고 있는 줄에서 발을 떼고 싶을 때,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을 때, 그때는 고민하지 말고 떠나보라.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충동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 눈과 귀를 닫고 몸을 맡기라.
심장이 뛰고 있을 때 충동할 수 있다는 것, 존엄한 소우주가 누릴 특권이며 떠나온 행성을 향해 유영을 시작하는 첫발이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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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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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앞서 홍세화씨가 말한다. "이 땅을 살아가는 20대의 '생각 없음'을 질타해온 나에게 세대 문제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고맙다고. 『88만원 세대』본문 일부를 읽고,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 사람이 홍세화였다. 

저자는 경제학 개념으로 20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분석한다. 1부에서, 주거권을 중심으로 10대의 현실에 대해 다루고, 몇 가지로 분류한 직업 속에서의 세대 내 경쟁과 세대 간 경쟁의 모습을 통해 20대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지금의 20대가 처한 상황의 배경에 대해 수평적(유럽, 미국, 한국의 대조), 수직적(우리 나라에서 유신 세대부터 20대까지의 세대별 특징 분석)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20대를 향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 나라에서는 20대를 어떻게 보는지 설명하고, 20대의 이름을 지어준다. 88만원 세대. 『크리스마스 캐럴』의 형식을 빌어 88만원 세대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20대가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성 세대를 향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협력 게임'의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세대간 소통이 필요"하므로 '꼰대'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현재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의 원인이 본질적으로 경제 구조와 관련"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20대에만 국한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대간 착취를 완화시키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차례를 보고 책 전체의 개요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맞춤법을 몇 번 교정하며 읽어야했고, 같은 내용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때로는 문장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별 다섯을 주고 싶다.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라 현실 파악이 이 책을 고르면서 기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그 동안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20대, 우리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의 차원으로 옮겨주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한 홍세화의 글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지 않기 위해" 고민했었다. 이런 생각으로 또래를 바라보는 눈길 뒷자리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이 아쉬움이 슬픔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던 것은, 20대의 '생각 없음'이 개인의 철 없음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언어로 잡히지 않았던 희미한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었다.

"물론 현실을 안다는 것과 현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략) 그렇지만 길을 '아는' 것은, 길을 '걷기' 위한 전제요, 필수 조건이다."(p.312)
"자신의 상황도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적을 알고, 또 위태롭지 않을 수 있을까."(p.318)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우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홍세화,『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p.300, 한겨레신문사)

우리 세대에게 문제 의식을 던져주었던 시대의 선배들이 88만원 세대의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주길 소망한다. 우리는, 이전 세대의 눈으로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멈추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가 만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덮어놓고 좋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확장된 입체적인 시각으로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희망의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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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4
라이너 에를링어 지음,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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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아주 가치 있는 것이고 우리는 진실을 존중해야 해. 하지만 다른 가치들도 있어. 그러니까 좀 더 가치 있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해야 하기도 해."
"가령 누군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에요."-36-37쪽

괴롭고 힘든 것만이 좋은 거라고 주입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마. 사는 게 무거운 벌 같은 것이어서는 안 돼. 사는 건 즐거워야 해.-56쪽

간단한 해결책에 만족하지 않도록 늘 조심하렴.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조심해야 해.-195쪽

범죄자도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누구든 벌을 받고 나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해요. 사회로 돌려보내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해요. 그게 보복보다 중요해요.-239쪽

부동의 관점을 취한다고 해서 모든 게 더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렵겠지만, 모든 경우마다 생각을 다시 하고 깊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삶은 간단명료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흑백 영화 속에서 살고 있지 않아요. 여러 색깔이 있고 색깔의 뉘앙스도 참 다양하죠. 우린 그것들을 구별하려고 애써야 해요.-242쪽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느 쪽이든 극단은 잘못이라는 거야. 그렇다고 아무 입장도 취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입장을 분명히 취하는 게 올바른 태도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지. 다만 어떤 극단으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야.-259쪽

"사람들이 너한테 정답이라 내미는 것을 그냥 믿어버려서는 안 돼. 언제나 네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네 생각을 다듬어야 해. 그리고 네 믿음, 네가 옳다고 여기는 것, 네가 취하는 태도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
"하지만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래,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그런 게 바로 자유야."-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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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품절


최근 우리나라에 자리잡기 시작한 승자 독식의 룰이 작동하는 한, 지금의 20대는 선뜻 중소기업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승자 독식이라는 게임은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더욱 큰 차이로 벌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96쪽

돈 이외의 가치들은 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곳에서 비로소 움직이기 때문이다. (중략)
현재 20대의 승자 독식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경쟁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패자부활전과 같은 보완 장치가 거의 없을 뿐더러, 중간에 개입하는 보증자도 없다는 점이다. (중략) 20대들이 만나게 된 전면적인 경쟁은 세대 내 경쟁의 양상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경쟁(inter-generation competition)'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욱 치명적이다.-98-99쪽

'작은 정부'를 만들자는 극우파들의 주장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자신들을 위한 조직'이 만들어내는 내부 부패, 즉 관료화는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107쪽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서비스는 생산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늘고 길게'를 잘못된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109쪽

대학교에 스타벅스나 커피빈이 들어오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학생 생협에서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있는 편이 나을까?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지출한 돈은 윗세대 그것도 특정인들에게 모두 돌아가지만,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선호한다. 자기 세대의 평균적 삶은 이렇게 해서 더욱 열악해지는 셈이다. -136쪽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 즉 한국경제의 '영광의 30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고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에 국민소득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SKY 대학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경제생활에 임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기회와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입체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그래서 40대와 50대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만큼이나 지금의 20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있었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140쪽

야박한 얘기지만, 지금의 20대는 현 상황대로라면 그 어느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10대들이 지식경제 1세대로 등장하지 못하고 더 어려워진다면 국민 전체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미래는 없는 셈이다. 반면에 만약 지금의 10대가 성공적으로 지식경제 1세대가 된다면, 세대 간 경쟁과 분배는 지금의 10대를 중심으로 10년 후부터 급격한 재배치가 벌어질 것이다. 이 경우도 20대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142쪽

부모 세대에서 독립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독립할 수 없을 때, 사회 전체의 세대 간 불균형이 한 집안의 불행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165쪽

개인적인 믿음이나 정치적 소신과 상관없이 현재의 사회경제적인 흐름을 실제로 결정하고 집행할 사람들이 대부분 유신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로 20대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174쪽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의 자기 결집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중략)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의 68세대들이 공교육 체계를 대학까지 연장시키면서 다음 세대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20살에 독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반면 우리나라의 386은 학벌주의와 경제 엘리트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반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유럽의 68세대들이 나이를 먹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사회적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직접 민주주의가 심화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386의 경우는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신들의 경험과는 전혀 상반되게 사교육에 매달리거나 교육을 매개로 한 무한경쟁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음 세대'에 관한 문제의 절반 정도는 지금의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77-178쪽

정치적으로 386이 내걸었던 대의명분들이 세대 간 분배의 문제를 다루었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더욱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 간 경쟁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자발적으로 양보할 만한 경제적 동기는 발생하지 않는다.-179쪽

대기업과 소위 유명 메이커를 선호하는 20대의 소비 패턴에서는 정작 같은 20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조그맣게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20대들은 몇 개의 큰 조직으로 몰리고, 좁은 곳에서 경쟁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소비와 생산이 겹쳐지는 특수지대에서 20대의 소비자들이 20대의 생산자들을 야박하게 대하고, 경쟁에서 밀어내는 셈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20대 사이의 세대 경쟁은 더욱 극심해진다. 이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20대 생산자나 20대 기업가에게 20대 소비자는 고상하지만 자신들에게는 야박한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193쪽

이미 포디즘이 끝난 상태에서 지금 사교육을 통해서 다시 강화시킨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이 포스트 포디즘에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224-225쪽

이기면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지면 죽는 상황이 바로 노무현 시대의 '선택과 집중'이 만든 비극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232쪽

외국 기업의 경우는 아웃소싱할 것과 반드시 내부의 숙련공의 몫으로 남겨둘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1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국제 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이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만큼 더욱 더 비숙련공의 비율을 높여서 임금을 줄이는 것으로 만회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높아지게 만드는 진짜 이유이다.-233쪽

현재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들의 원인은 20대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경제 구조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는데, (중략)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우연하게 지금의 20대 한 세대에세만 고통을 주고 지나갈 일이라면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에 사테의 심각성이 있다.-241-242쪽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선택받기 위한 '모방'을 강요하는 시스템인데, (중략)
한국 경제는 지금 다양성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중이다.-244-245쪽

더 늦기 전에 현재의 세대간 착취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있다면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도들을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248쪽

확실한 것은 프랜차이징을 선택하면 지역경제는 붕괴되고,-249쪽

20대가 일종의 '세대 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같은 값이면 20대 사장이 만들어주는 커피나 음식을 먹어주는, 일종의 문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있을 텐데,-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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