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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서문에 앞서 홍세화씨가 말한다. "이 땅을 살아가는 20대의 '생각 없음'을 질타해온 나에게 세대 문제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고맙다고. 『88만원 세대』본문 일부를 읽고,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 사람이 홍세화였다.
저자는 경제학 개념으로 20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분석한다. 1부에서, 주거권을 중심으로 10대의 현실에 대해 다루고, 몇 가지로 분류한 직업 속에서의 세대 내 경쟁과 세대 간 경쟁의 모습을 통해 20대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지금의 20대가 처한 상황의 배경에 대해 수평적(유럽, 미국, 한국의 대조), 수직적(우리 나라에서 유신 세대부터 20대까지의 세대별 특징 분석)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20대를 향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 나라에서는 20대를 어떻게 보는지 설명하고, 20대의 이름을 지어준다. 88만원 세대. 『크리스마스 캐럴』의 형식을 빌어 88만원 세대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20대가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성 세대를 향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협력 게임'의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세대간 소통이 필요"하므로 '꼰대'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현재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의 원인이 본질적으로 경제 구조와 관련"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20대에만 국한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세대간 착취를 완화시키기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논지이다.
차례를 보고 책 전체의 개요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맞춤법을 몇 번 교정하며 읽어야했고, 같은 내용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때로는 문장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별 다섯을 주고 싶다.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라 현실 파악이 이 책을 고르면서 기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그 동안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20대, 우리의 문제를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의 차원으로 옮겨주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한 홍세화의 글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지 않기 위해" 고민했었다. 이런 생각으로 또래를 바라보는 눈길 뒷자리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이 아쉬움이 슬픔으로 이어질 때가 많았던 것은, 20대의 '생각 없음'이 개인의 철 없음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다. 언어로 잡히지 않았던 희미한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었다.
"물론 현실을 안다는 것과 현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략) 그렇지만 길을 '아는' 것은, 길을 '걷기' 위한 전제요, 필수 조건이다."(p.312)
"자신의 상황도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적을 알고, 또 위태롭지 않을 수 있을까."(p.318)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우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홍세화,『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p.300, 한겨레신문사)
우리 세대에게 문제 의식을 던져주었던 시대의 선배들이 88만원 세대의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주길 소망한다. 우리는, 이전 세대의 눈으로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멈추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가 만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덮어놓고 좋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확장된 입체적인 시각으로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희망의 출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