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품절


최근 우리나라에 자리잡기 시작한 승자 독식의 룰이 작동하는 한, 지금의 20대는 선뜻 중소기업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승자 독식이라는 게임은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더욱 큰 차이로 벌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96쪽

돈 이외의 가치들은 사회가 안정되어 있는 곳에서 비로소 움직이기 때문이다. (중략)
현재 20대의 승자 독식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경쟁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패자부활전과 같은 보완 장치가 거의 없을 뿐더러, 중간에 개입하는 보증자도 없다는 점이다. (중략) 20대들이 만나게 된 전면적인 경쟁은 세대 내 경쟁의 양상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경쟁(inter-generation competition)'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욱 치명적이다.-98-99쪽

'작은 정부'를 만들자는 극우파들의 주장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자신들을 위한 조직'이 만들어내는 내부 부패, 즉 관료화는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107쪽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서비스는 생산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늘고 길게'를 잘못된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109쪽

대학교에 스타벅스나 커피빈이 들어오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학생 생협에서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있는 편이 나을까?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지출한 돈은 윗세대 그것도 특정인들에게 모두 돌아가지만,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선호한다. 자기 세대의 평균적 삶은 이렇게 해서 더욱 열악해지는 셈이다. -136쪽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 즉 한국경제의 '영광의 30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고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에 국민소득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SKY 대학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경제생활에 임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기회와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입체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그래서 40대와 50대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만큼이나 지금의 20대가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있었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140쪽

야박한 얘기지만, 지금의 20대는 현 상황대로라면 그 어느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10대들이 지식경제 1세대로 등장하지 못하고 더 어려워진다면 국민 전체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미래는 없는 셈이다. 반면에 만약 지금의 10대가 성공적으로 지식경제 1세대가 된다면, 세대 간 경쟁과 분배는 지금의 10대를 중심으로 10년 후부터 급격한 재배치가 벌어질 것이다. 이 경우도 20대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142쪽

부모 세대에서 독립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독립할 수 없을 때, 사회 전체의 세대 간 불균형이 한 집안의 불행으로 구조화하는 것이다.-165쪽

개인적인 믿음이나 정치적 소신과 상관없이 현재의 사회경제적인 흐름을 실제로 결정하고 집행할 사람들이 대부분 유신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로 20대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174쪽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386의 자기 결집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중략)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의 68세대들이 공교육 체계를 대학까지 연장시키면서 다음 세대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20살에 독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은 반면 우리나라의 386은 학벌주의와 경제 엘리트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반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유럽의 68세대들이 나이를 먹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사회적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직접 민주주의가 심화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386의 경우는 부모 세대가 되면서 자신들의 경험과는 전혀 상반되게 사교육에 매달리거나 교육을 매개로 한 무한경쟁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음 세대'에 관한 문제의 절반 정도는 지금의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77-178쪽

정치적으로 386이 내걸었던 대의명분들이 세대 간 분배의 문제를 다루었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더욱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 간 경쟁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자발적으로 양보할 만한 경제적 동기는 발생하지 않는다.-179쪽

대기업과 소위 유명 메이커를 선호하는 20대의 소비 패턴에서는 정작 같은 20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조그맣게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20대들은 몇 개의 큰 조직으로 몰리고, 좁은 곳에서 경쟁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소비와 생산이 겹쳐지는 특수지대에서 20대의 소비자들이 20대의 생산자들을 야박하게 대하고, 경쟁에서 밀어내는 셈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20대 사이의 세대 경쟁은 더욱 극심해진다. 이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20대 생산자나 20대 기업가에게 20대 소비자는 고상하지만 자신들에게는 야박한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193쪽

이미 포디즘이 끝난 상태에서 지금 사교육을 통해서 다시 강화시킨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이 포스트 포디즘에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224-225쪽

이기면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지면 죽는 상황이 바로 노무현 시대의 '선택과 집중'이 만든 비극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232쪽

외국 기업의 경우는 아웃소싱할 것과 반드시 내부의 숙련공의 몫으로 남겨둘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1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국제 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이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만큼 더욱 더 비숙련공의 비율을 높여서 임금을 줄이는 것으로 만회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높아지게 만드는 진짜 이유이다.-233쪽

현재의 20대가 맞게 된 사회적 고통들의 원인은 20대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경제 구조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는데, (중략)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우연하게 지금의 20대 한 세대에세만 고통을 주고 지나갈 일이라면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에 사테의 심각성이 있다.-241-242쪽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선택받기 위한 '모방'을 강요하는 시스템인데, (중략)
한국 경제는 지금 다양성이라는 가장 큰 자산을 스스로 파괴하는 중이다.-244-245쪽

더 늦기 전에 현재의 세대간 착취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있다면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제도들을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248쪽

확실한 것은 프랜차이징을 선택하면 지역경제는 붕괴되고,-249쪽

20대가 일종의 '세대 의식' 같은 것을 가지고 같은 값이면 20대 사장이 만들어주는 커피나 음식을 먹어주는, 일종의 문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있을 텐데,-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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