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에서 이리가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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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은의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 는 종말 이후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 온 ‘국가’와 ‘민족’이라는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와 판타지, 스릴러적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엮인 이 소설은 장르적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시선으로 한반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특히 다섯 청년이 종말의 풍경 속을 가로지르며 보여 주는 선택과 연대는, 붕괴된 세계에서조차 ‘우리’가 무엇으로 성립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이 소설에서 한반도는 고정된 국경이나 정치적 표상이 아니다. 인물들의 발걸음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정의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익숙한 현재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미래라는 거리감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한 현실감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독자는 허구의 세계를 읽고 있음에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책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저편에서 이리가 가 인상적인 이유는 종말을 그리면서도 냉소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정치적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작품은 희망을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의 선택과 움직임 속에서 발견한다.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소설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 주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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