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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평점 :
이유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 구름 사람들은 지상 1.5킬로미터 상공,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분홍빛 구름 위에 터를 잡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분홍빛'이라는 낭만적인 색채와 오염물질이라는 비극적인 실체의 간극은, 이 소설이 가난을 다루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겉보기엔 환상적인 우화 같지만, 한 겹만 들춰내면 그 안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서늘한 현실이 가득합니다.
소설 속 구름 사람들은 땅으로 내려가기 위해 매일 긴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물과 전기조차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들을 더 깊이 짓누르는 것은 물리적 결핍보다 '땅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들의 터전은 철거되어야 할 거지들의 요새이며, 누군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불행으로 만든 솜사탕일 뿐입니다. 철저히 대상화된 시선 속에서 주인공 '하늘'은 자신의 가난이 대물림되는 지독한 굴레임을 자각합니다.
작가는 가난을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섣불리 위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자본주의의 비정한 논리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19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보여주었던 그 처절한 사투는, 2026년의 분홍빛 구름 위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득 명치끝이 뻐근해지는 이유는, 하늘이 선택한 자립의 방식이 결국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불행하고 나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자아를 지키려 했던 한 청춘의 속도가 이토록 아프게 다가옵니다.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가장 무겁고도 슬픈, 이 시대의 새로운 가난 서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