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가게
사회연대은행 무지개가게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가슴 따뜻한 눈물이라는 건 바로 이런거구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
내 지나온 그 시절이 마구 생각나는 순간이였다.
9평 집에서 다섯 식구가 모여 살 때 그 때의 내가 생각났다.
여름에 덥고 겨울엔 참 추웠던 그 집. 여름이면 더운 날씨에 땀띠로
고생하던 아이들 간지러워 긁어댄 자리에 피딱지가 앉아 있는 살갗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에 혼자 삭혀야 했던 숱한 마음들. 겨울이면
방 밖으로 나오기가 힘든 차가움에 아이들은 아침부터 추위에 눈물 흘려야
했던 시절..욕실이라고 해 봐야 두사람이 들어갈 공간도 없던 그 곳에서
내 몸은 문 밖에서 문 안의 아이를 시키며 엄마 제발 문 닫고 하면
안돼요? 할때 미안해지던 마음들..그냥 지금의 남편이 좋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딸랑 12만원으로 부산생활을 시작했더랬다.
지금 내 나이 33살 내가 십년전 그렇게 살았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못한다..니 나이가 지금 몇살인데..왜 그렇게 바보 같이 살았냐고
묻는다. 십년전이라고 해봐야 무슨 70,80년대도 아니고 그래도
20세긴데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참 요즘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고 한다..하긴 그 시절에 밥도 굶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수중에 가진 돈도 없고 있어도 아끼고 아껴야 했던 그 때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남들 밥 먹을때 안 먹을 수는 없고 아 저는 라면이 먹고
싶네요 하며 컵라면으로 때우고 입맛이 없다며 굶기도 수차례
참 그  때는 울기도 많이 했다..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줄
아주 확실하게 알았던 시기였더랬다. 그래도 참 신기한게 그 때를
생각하면 나는 그냥 미소짓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참 우리가족
행복했었죠? 하며 신랑과 가끔 술한잔 기울이며 그 때를 돌이켜 본다.
물론 지금도 나는 행복하다. 남들 보기에 사는게 보기 좋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으니 가난한 그때도 행복했었는데 지금 그런 생각을
못하고 산다면 나는 그 때의 나를 잊고 배부른 투정을 하는 셈이 될
테니까 그래도 가끔 사람이 참 간사하구나 싶을때가 종종 있다.
그런 시기를 보냈을때는 따뜻한 겨울 시원한 여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면
정말 살 맛 나겠다고 전혀 불만 같은거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편한생활에 그새 익숙해 졌다고 가끔은 그 때의 나를 까마득하게
잊곤 한다..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좋아하던 아이들 모습
욕조 가득 물 받아 씻고 또 씻던 첫째, 한방에서 자다 따로 자는 기쁨에
무서움도 잊던 둘째, 집안에서 숨바꼭질과 달리기 시합을 하던 천방지축
막내..이사오던 그 때 우리는 그렇게 집을 즐겼다.
내가 셋째를 낳았을때 다들 안 좋은 시선으로 보던 눈길들
가진것도 없으면서 없는 주제에 무슨 셋째냐는 소리도 들었었는데..
지금은 주위에서 우리 사는게 제일 부럽단다..참 사람 사는게 이렇게
달라진다..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니..
내가 가진대로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은 씁쓸함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어제의 내가 아닌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 시선이 싫지 않다
어려운 시기 지나고 맞는 부러움의 눈길이 나에게 수고했다. 고생했지?
그래 웃어라 많이 웃고 지내렴 하고 말해주는 것 같기에...

 "여러분은 무지개 가게에서 무엇을 사가지고 싶으세요?"
희망을 사고 싶습니다. 무지게가게 사람들이 보여준 희망
그리고 나에게 있는 희망을 다시 꺼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요즘 신랑 회사가 어려운지 다음주에는 출근을 안 하고 며칠 쉰다고 한다.
속은 안 보이고 있지만, 많이 불안불안한 마음일 신랑.
가장으로 어깨가 참 무거워 있을텐데..소주잔 사이에 두고 괜찮다고
우리 그런때도 있었다고 힘내자고 그리고 많이 웃자고 아이들이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기운 낼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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