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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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안에서는 페미니즘이 여성을 억압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모순과 억압의 사슬을 끊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페미니즘=절대선이라는 착각의 진영 논리에 빠진 페미니스트들에게 개념 재장착하라는 일갈. 단지 페미니즘이라고 그만인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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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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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환대는 (사람다운) 사람에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 미만의, 사람으로서 실격된 존재를 향해 열리는 것이다. 그것은 환대가 친구, 연인, 가족에게, 혹은 그에 근접하거나 그와 유사한 존재를 향해 행해지는 손쉬운 동일화가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편한 대상을 반기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명한 행위를 두고 환대라고 여겨온 것은 아주 오래된 착각 또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착각은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르시시즘의 사고에 빠져들게 만든다. 요컨대, 우리 자신이 받아들일 만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환대라고 혼동하면서 자기 자신이 관대하게 열려 있는, 준비된 연대의 이행자라고 스스로 도취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우리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우리 스스로 볼 때 절대악처럼 보이는 어떤 타자들을 영원토록 경멸하고 혐오하는 모종의 당연한, 환대를 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로 하여금 진짜 환대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그 방법은 우리와 결코 하나 되거나 같아질 수 없는 타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또한 동시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종류의 존재태를 진정 그 자체로 아우를 수 있게끔 하는 진정한 '사람'으로서의 바라봄을 가능케 한다. 마음/영혼/내면이라는 비장소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장소 속에 우리를 현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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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타자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강영안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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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가 이야기하는 ‘타자‘는 공감 능력이나 피해자와의 연대 따위가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레비나스는 그보다 더 심층으로 들어간다. 내 앞에 다른 존재의 시간이 현전하는 기적을 이야기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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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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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강 소설 중에서 이 정도면 태작이다. 역사적 비극을 다뤘다는 것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곧은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과대평가된 면이 크다. 유의미하긴 하나, 문학의 정치적 발언에서 새 지평을 연 수준은 못 되어 아쉽다. 전처럼 더 질기고 더 미적으로 쓰는 한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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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아이들
최의택 지음 / 아작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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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포함해 문화와 예술에서 도덕적 선은 병폐에 가까우리만치 어려운 한계선이다. 사회적으로 있어선 안 될 범죄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처럼 쓰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도덕적 선을 사용하는 건 일종의 답정너 같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 하나로 다른 요소들에 관해서는 현격히 나태해지고 불성실해지는 경우 특히 그렇다. 올바른 얘기를 꺼냈으니 장땡이라는 식의 함정, 자가당착에 빠지니까.
이 소설은 장애를 소재로 가상공간에서의 청소년 활극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못해 노골적이다. 심지어 교과서적으로 계도하려는 태도가 너무 드러나서 고루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게 아니다. 그걸 게으른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방만한 결과로 성취하려 했기 때문에 문제라는 거다. 정치적 올바름이 소설 속에, 문학 속에 들어올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치적 올바름을 모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작품이 장애를 다루었다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찬양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학은 언어예술인 만큼 문장이 기본적인 토대여야 한다. 서사는 단지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미적으로, 하다못해 오락적으로라도 성취해야 한다. 이 소설은 둘 다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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