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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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짱, 우선 고등학교에 가자. 그다음 일은 그 후에 생각하고.˝
인생은 기니까.
˝할머니의 설교 같은 말을 하네.˝
˝고마운 교훈이야. 나는 인생은 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반나절도 지낼 수 없으니까.˝
그 말은 신의 가슴을 쳤다. 한때의 밝은 상상을 날려 보내는, 차가운 현실의 바람. 시로타가 솔직하게 입에 담은, 가장 무거운 말이다.
시로타는 그것을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무거운 짐은 스스로 질 테니까 상관하지 말아 달라고. 그 대신 무거운 짐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지 말아 달라고.
신은 말했다. ˝알았어. 반나절, 반나절, 참고 지내 줘.˝
.
.
.
돌아보지 않았다. 꾹 참고, 돌아보지 않았다. 이것이 시로타가 바라는 길이니까, 돌아보지 않았다.
신은 시로타 다다미의 친구니까.

<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배경이 에도든 현재든, 풀어가는 방식이 리얼이든 초현실이든, 어느 한구석에 소외되고 방치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려주는 미미여사님.
그네들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 다만 조금 더 자라고 단단해진 채로, 지켜봐주는 혹은 돌아보지 않는 친구를 얻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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