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갯짓하고 물고기가 지느러미로 헤엄치듯 정글은 인간에게 다른 동력 없이 노 젓기라는 순수한 노동만으로 접근을 허용한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 평등해지는 시작점이며, 인간의 권위가 당연하지 않은 첫 번째 경험이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너무나 당연해서 다시 곱씹으니 실소가 날 정도였다. 그렇다, 식물이 정말로 ‘살아 있다!‘ 아니 뭐랄까, 정글은 동물보다 식물이 더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라고 표현하면 무리일까. 참을성 없는 인간의 눈에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동물은 움직이고 소리를 내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마존은 그런 내 생각을 뒤엎는 곳이었다. 나는 내가 바라보는 그 순간 사방에서 뻗어오는 나무의 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나무뿌리가 흙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속도는 어떤 면에서는 카누가 나아가는 속도보다 빠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체로 잊고 살지만, 심지어 잊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화장품을 바르고 꾸며도 본래 얼굴은 그대로이듯 말이다. 나에게 정글은 포장을 벗긴 순환의 민얼굴 그 자체였다.

원두막은 어둠 속에 녹아들었고 인간은 초를 몇 개 켜 주변을 비추었다. 고요함과 평화가 물결처럼 퍼져나갔고, 그걸 깨뜨리고 싶지 않아 말을 소곤거렸다.
단언하건대 아마존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인간에게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자연의 질서에 인간이 편입되어야 하는 곳‘이다. 처음 온 인간 여행자는 이 불편함에 놀라고 피하려 하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불편할수록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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