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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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살아 있을 때의 경제적 불평등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 외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왜냐하면 가난은 인간의 몸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가난이, 또는 경제적 결핍과 사회적 폭력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혈중 코르티솔cortisol을 높이고, 그 결과 심장병,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병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과학적 사실입니다. 코르티솔을 분비하는 신체기관은 신장 위에 있는 부신입니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많이 사용하면 근육세포가 커지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몸에서 일상적으로 코르티솔이 더 자주 더 많이 분비되면서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이지요. 1930년대까지 이러한 사실을 학자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요. 대부분의 시신에서 부신은 커져 있었으니까요.
몇몇 해부학자는 간혹 드물게 고소득 계층 사람의 몸을 해부하다가 평소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부신이 작은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학자들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부신 조직이 축소되는 질병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그때 사용한 질병이 ‘특발성 부신 위축증‘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발견은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로 끝나게 되지요. 부유한 사람들의 부신 크기가 인체의 정상적인 부신 크기였던 것이고, 그동안 해부용으로 사용된 가난한 사람들의 시체에서 발견된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컸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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