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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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한 아이가 주변 사람들로 인해 점차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라는 컨셉이 새롭다. 책 표지 속 아이의 표정이 주인공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아니다. 공감이 부족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체로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겪는 일을 제외한 다른 일에 공감하지 못하니 어쩌면 소설 속 아이는 한편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인 일베는 차치하고라도, 녹색창에 세월호를 입력했을 때 최상위 연관 검색어가 보상금액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아픔에 무감한지. 원재의 불행과 상처는 어째서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마는가. 소설 속에서나 그런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결말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 비현실적인 결말이 좋다. 희망을, 그리고 기적을 믿고싶다.

멀면 먼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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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아프다 - 학생, 학교, 나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선생님을 위한 감정수업
양곤성 지음 / 팜파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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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를 어떡하면 좋을까.
이 안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내가 내뱉은 말인 듯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프구나...

열등감, 인정욕구 등 여러 가지 감정들에 대해 말하고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응(해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데 크게 보면 결론은 하나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높은 지위에 있어야, 돈을 많이 벌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아야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존재 그 자체로 가치있는 사람임을 알고 그 사실을 믿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찾은 해결책이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게 함정이다. 내 맘을 내 생각대로 바꾸기가 제일 쉬운 일이자 제일 어려운 일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오늘 야자 감독을 들어오는데 뒤따라오던 어떤 여학생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내 귀에 꽂혔다.
˝아, 나 저 쌤 존나 싫어.˝
뒤돌아보니 마치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듯 얼떨떨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번 야쟈 감독 때 국어수행평가 준비를 해야된다고 자습실에서 나가겠다는 걸 못 나가게 했더니 뾰루퉁한 표정을 짓던 학생이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선생님도 아프다고, 너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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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초저녁, 퇴근하고 돌아오니 집안이 깜깜하다. 가방만 내려두고 소파에 앉았다. 마음이 한없이 지쳐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몸을 일으켜 세운 건 뱃속에서 보내는 신호 때문이었다. 밥 그릇 하나와 국 그릇 하나를 두고 조촐한 저녁을 먹고 나니 더는 앉아 있을 재간이 없었다. 누워서도 뭔가를 해보겠다고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은 채 잠이 들었다.

깨보니 이미 12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그제서야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씻고 나니 정신이 말똥했다. 책을 펼쳤다. 비주류로 적당히 요령껏 살아가는 김지혜의 이야기였다. 그녀의 방식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는 한 편으로 그런 방식이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훨씬 합리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와의 약속을 만들어 홀로 놀이터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처량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던 남자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마냥 싹싹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묘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규옥을 따라 얼떨결에 우쿠렐레 강좌를 듣게 된 지혜는 그 곳에서 남은과 무인을 만난다. 그리고 넷은 부조리한 세상에 작지만 통쾌한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이들의 행동은 이 사회의 약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는지 모른다. 한 편으로는 미친 짓쯤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에는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암만 생각해봐도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쑥쑥 잘 읽힌다.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손원평 작가의 책과는 첫만남인데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이맛에 소설을 읽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나빠질 걸요?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적어도 내 몫을 위해서만 싸우지는 않겠다고 자꾸자꾸 다짐하는 노력이요. 마음에 기름이 끼면 끝이니까.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더 나은 어떤 것을 향해 차츰 다가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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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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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한참이나 훑어봤다. 책이 -또는 여타 예술 작품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을 때 하는 행동이다. 평이 여러 갈래로 엇갈린다.

김영하를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영화로 본 살인자의 기억법을 제외하면, 내가 읽은 그의 첫 작품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발상이 독특하여 인상 깊었다. 치매에 걸린 살인자가 만난 젊은 살인자. 그래서인지 이 책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거라는 무의식이 발동했을까. 제목 또한 강렬했다.

소설 속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이란 존재를 세상에서 제거해버릴 권리가 있다 해도, 타인이 그 ‘권리‘를 촉진시킬 ‘권리‘는 없다. 타인이 개입되어 있는 그 행위를 온전한 자기파괴권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느끼는 모종의 쾌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미술과 연결지어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자살조력자라는 직업을 -직업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상상해낸 것이 20여년 전임을 가만하지 않더라도 그 역시 유별하다.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문장이 간결하고 매끄러워 쑥쑥 잘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드러내는 것이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욕구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 또한 흡인력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쾌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째서 비상식적인 -섹스를 하면서까지 막대사탕을 입에서 떼지 않는, 권태를 깨뜨리기 위해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을 오히려 즐기며 자위를 하는, 커피를 요구한 뒤 느닷없이 옷을 벗어버리는, 물을 마시고 발작적으로 토하는 행동으로 기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쪽은 여성인가. 작품 속 세 남성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내러티브가 있다. 단순히 남성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불편함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김기덕 감독이 떠올랐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 역시 대체로 무기력하고 묘한 행동을 한다. 때로는 파괴적이다. 상상 속 여성의 모습이 그러한데 그들이 현실에서는 여성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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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사고가 지배적인 세상에서 여성을 사는 것이 때로는 깊은 좌절감을 겪게 하는 일임을 사무치게 느끼며 살아놨다. 그래서 여권 신장이 필요하며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페미니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는 못한다.

역사는 다수, 그리고 이긴 자의 논리대로 흘러왔다. 성별로 본다면 주류는 남성이다. 페미니즘은 이 주류의 관점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소수의 입장으로,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봐보자는 외침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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