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정원 -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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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가끔씩 그림책을 본다. 이유는 알 것도 같지만 모르겠다. 주로 구입해서 보기 보다는 도서관에 맘에 드는 그림책이 있다거나 하는 등 기회가 닿을 때 읽는다. 그림책은 페이지 수가 적고 -당연한 말이지만- 글씨가 별로 없어서 왠지 모르게 그림책을 사는 것이 아까운 마음이 드는 이유에서이다. 누가 책을 사준다고나 하면 모를까 그림책 앞에서는 좀처럼 카드가 나가지 않는다.

그림책을 읽을 때도 그림책 아마추어답게 ‘감상하기‘ 보다 ‘읽는‘다. 몇 안 되는 글자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어쭙잖은 독서를 마치고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는 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그림책 아마추어가 책을 찾는 방법은 당연히 베스트셀러 찾기다. 거기다 어딘가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면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더해서 긍정적인 블로그 리뷰가 있다면 금상첨화!

이 책은 그간 쌓인 명성과 남의 카드가 조합되어 운명같이 만나게 된 책이다. 칼데콧상은 그림책계의 노벨상이라는 데 한 번쯤 읽어줘야지 지성인답지 않은가.🙈

리디아의 편지로만 이뤄진 이 책에서 리디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있는 한껏 자신을 드러낸다. 그림을 보지 않아도 리디아의 생김새와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좀처럼 웃지 않는 외삼촌에게 웃을 일을 만들어 주고픈 리디아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종이를 넘길 때마다 묻어난다. 이렇게 인물 묘사를 잘하니 상을 줄 수밖에 없었겠다 싶다.

그나저나 리디아는 왜 리디아가 아니라 리디아 그레이스로 불리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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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서 여행으로 남인도로 인도하다
방멘 지음 / 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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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카페에서 저자가 찍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화려한 색감의 조화가 무척 인상적인 사진이었다. 아쉽게도 책은 디지털의 색감을 오롯이 담지는 못했다.

사진이 주를 이루고 글은 여행의 감상이다. 시의 형식으로 쓰인 글들은 감성을 자극한다.

여행을 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기록하여 책으로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펴낸 곳이 ‘출판사 방‘인데 출간을 위해 1인 출판사 등록을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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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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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 오래 전에 산 책이다. 얄팍한 데다 글씨가 듬성듬성한 데도 손에 잡히지 않아 책장 속 어느 자리에서 먼지만 켜켜히 쌓여가던 책을 침대 옆으로 옮겨온 지고 한 단 남짓 지난 듯하다.

‘소설‘인가, 시인가, 에세이인가.
다 읽고 난 후 보니 부제가 ‘The elegy of whiteness‘다.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흰 베냇저고리를 수의로 삼아 떠난 아기, 어린 나이에 죽은 형의 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유대인 남자의 이야기, 낳자마자 떠나 보낸 두 아이를 평생 마음 속에 품고 산 어머니. 그리고 떠난 아기의 삶과 자신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 이 ‘소설‘은 그 여자의, 흰 것에 대한 단상들이다.

엘레지를 찾으니 엉뚱한 정보만 그득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내 생각도 조각나 버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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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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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 나는 내 삶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구상하고 학습지를 준비해가지만 생기를 잃은 눈동자들과 마주할 때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잘하고 싶은 내 욕심에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날마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 실은 어쩌면 마스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며 이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나의 집 앞에는 이따금 많은 양의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택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택배 기사들이 몹시 힘들게 일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서울에 올라와 생계 수단으로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7년이나 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주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택배 노동의 현장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후반부의 페이지를 넘길 때쯤 나는 왠지 모르게 좀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게 약간은 불편하다. 하루 이틀쯤 택배를 늦게 받아도 좋으니 그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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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려고 너는 평소의 정대를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정대를 생각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 소풍날 장기자랑에선 복어같이 뺨을 부풀리며 디스코를 춰서, 무서운 담임까지 폭소를 터뜨리게한 정대, 공부보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정대. 누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인문계고 입시 준비를 하는 정대. 누나 몰래 신문 수금 일을 하는 정대. 초겨울부터 볼이 빨갛게 트고 손등에 흉한 사마귀가 돋는 정대, 너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 제가 무슨 국가 대표라고 스매싱만 하는 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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