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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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 나는 내 삶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잘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구상하고 학습지를 준비해가지만 생기를 잃은 눈동자들과 마주할 때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잘하고 싶은 내 욕심에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날마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 실은 어쩌면 마스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며 이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나의 집 앞에는 이따금 많은 양의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택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택배 기사들이 몹시 힘들게 일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서울에 올라와 생계 수단으로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7년이나 이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주 담담하지만 생생하게 택배 노동의 현장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후반부의 페이지를 넘길 때쯤 나는 왠지 모르게 좀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게 약간은 불편하다. 하루 이틀쯤 택배를 늦게 받아도 좋으니 그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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