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소설이라는 소개를 받았을 때, 이게 성해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따라오며 느낀 점은 결국 우리의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숨기고 또 드러내고 싶어 하는 모든 부분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소설의 언어로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이다.


세 편으로 구성된 가제본은 어제(과거)의 일제강점기 역사, 오늘(현재)의 사이비 종교, 내일(미래)의 휴머노이드를 다룬다. 이미 지나왔고,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게 될 날을 이토록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 또 있을까? '기담집'이라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나는 결국 성해나가 해야 할 말을 서슴없이 하는 작가라는 점이 참 좋다. 


세 단편 모두 몰입감 있게 정말 금방 읽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첫 단편이자 표제작인 '인비인'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받은 봉투 속 노인의 글은 일제강점기 시절 생체실험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냄과 동시에, 노인이 겪은 비현실적인 일화까지 함께 녹아져 있다. 과연 그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허구일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때로 우리는 '비인간'이라는 말을 들을 때에 인간이 아닌 어떤 것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일쑤이다. 로봇, 귀신, 괴물 등등. 하지만 꼭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은 것들만 '비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임에도 그 외의 것보다 더 잔혹하고 괴기한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소설은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꼼꼼히 파헤치며 날카롭게 파고든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옛말이 거짓이 아님임을 방증하듯 다양한 사람들에게 휩쓸리고 휘둘리며 결국 소설의 종착지에 다다른 나를 만나볼 수 있었다. 


전작의 대성공이 차기작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던 내가 우습다. 성해나 작가는 이렇게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본 게시글은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의 소설가 동인 <월급사실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국 소설이 드물디. 우리 시대 노동 현방을 담은 작품이 더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겨레에 산문을 연재하고 있다. 해당 앤솔러지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이라는 서문을 바탕으로 치과기공사, 싱어송라이터, 책방지기, 조합원 지원 담당자 등 한국 곳곳의 다양한 직업군을 인터뷰하고 그에 대한 단상을 담는다.

대개 우리에게 <노동>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어릴 적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던 일을 찾아 꾸던 꿈은 점점 빛을 바래고, 세상의 수만 가지의 직업이 있다던 그때 그 어른들의 말과 다르게 내가 갈 곳이 전혀 없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게 돈의 문제라도, 먹고 사는 일의 문제가 되더라도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직업이 있고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한다.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직군, 알더라도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몰랐던 직군 등 일의 넓은 세계과 그곳에 직접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분야와 연령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노동의 이야기와 작가의 인터뷰, 그리고 진심어린 대답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 ’일하는 사람의 초상’을 떠올리고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오늘도 나의 옆, 혹은 어딘가에서 만들고 잇고 지키고 살피는 다양한 삶을 한 권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인터뷰집의 가장 큰 장점 같다. 어디에서 이렇게 귀한 이야기를 또 들어 볼 수 있을까? 나아가 책 사이사이 삽입된 사진들은 해당 인터뷰와 그들의 노동 현장에 대한 생동감을 부여해 준다. 잘 포장된, 표면적인 직업탐구에서 벗어나 정말 그곳에서 숨쉬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제대로 대우받으며 보람을 느끼고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가 많아진다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질까요.“

*본 게시물은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고마워."
어떤 영화는 의도치 않게 날아와 순간을 바꾸어 버린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그런 만남이었다. 그저 지인들에게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어떠한 사전적 정보도 없이, 가벼운 생각으로 보러 간 영화였는데 그날 하루는 온통 주인이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관람 이후에야 감독님과 배우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관람하는 것을 권유하는 홍보 방식을 사용하셨다고 들었는데, 공감한다. 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쟁점을 미리 알고 갔다면 편견을 가지고 시작했을 것 같기 때문에...... 혹시 아직 관람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사전 정보 없이 다녀오시는 것을 나 또한 추천하고 싶다.

애석하게도 상처 없이 사는 삶이 가능할까 싶다. 그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우리네 삶은 모두 오래 숨기고 가끔은 꺼내고 싶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가은 감독은 그것이 나쁜 게 아니라고, 무조건 극복할 필요도, 그렇다고 매몰될 필요도 없다고. 그렇게 말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 내내 넓어지는 주인이의 세계만큼 이 영화를 본 나도 보고 왔던, 보고 올 많은 사람들의 세계가 넓어지기를 바란다. 내가 차마 겪지 못할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 그 세계에 잠깐 발을 들이고 오는 것. 이게 영화의 순기능이고 우리가 영화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세상의 모든 주인이들의 세계가 견고해지고 다정해지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현진의 소설 속 세상은 "어차피"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실패할 텐데,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텐데, 어차피 사라질 텐데,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이 암울한 가정은 때로 개인을 향하고 때로는 세계를 향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끝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다음'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 조망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던져진 가정은 부정적일지라도, 작가는 그렇지 않다. 결국 사라지고 실패하고 멸망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희망차게 이야기한다. 내가 이 소설을 읽어 보고 싶던 가장 큰 이유는 표제작인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는 작품을 다른 시리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곧 종말이 다가온 세상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며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부끄럽고 한심하게 여기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며 현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멸망할 것이라도 이 소설과 같은 문학이 여전히 존재해야 하고 내가 그것을 찾아 읽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어차피'를 안고 살아가는 책 속 주인공들처럼 내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만을 위해 바삐 달려가는 요즈음 사회에서 패배에 대해 조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한 사람의 승리와 성공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패배가 뒤를 받치고 있는지는 아마 과열된 현대 사회의 분위기에서는 논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볼프 슈나이더는, 그간 많은 세기를 거치며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에 패배한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싸움에서 지고, 스스로에게 실망한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정녕 배울 점이 없는 것인지. 그들의 패배가 정말 그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에서 수십 수백 번의 패배를 맞이해야 할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패배자의 삶을 통해 설명해 준다.

정말 실패는 온전히 나쁜 것인지 궁금하거나, 실패한 이후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혹은 누군가의 삶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은 빗겨나간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