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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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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진의 소설 속 세상은 "어차피"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실패할 텐데,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텐데, 어차피 사라질 텐데,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이 암울한 가정은 때로 개인을 향하고 때로는 세계를 향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끝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다음'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 조망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던져진 가정은 부정적일지라도, 작가는 그렇지 않다. 결국 사라지고 실패하고 멸망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희망차게 이야기한다. 내가 이 소설을 읽어 보고 싶던 가장 큰 이유는 표제작인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라는 작품을 다른 시리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곧 종말이 다가온 세상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며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부끄럽고 한심하게 여기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며 현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멸망할 것이라도 이 소설과 같은 문학이 여전히 존재해야 하고 내가 그것을 찾아 읽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어차피'를 안고 살아가는 책 속 주인공들처럼 내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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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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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만을 위해 바삐 달려가는 요즈음 사회에서 패배에 대해 조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한 사람의 승리와 성공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패배가 뒤를 받치고 있는지는 아마 과열된 현대 사회의 분위기에서는 논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볼프 슈나이더는, 그간 많은 세기를 거치며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에 패배한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싸움에서 지고, 스스로에게 실망한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정녕 배울 점이 없는 것인지. 그들의 패배가 정말 그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에서 수십 수백 번의 패배를 맞이해야 할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패배자의 삶을 통해 설명해 준다.

정말 실패는 온전히 나쁜 것인지 궁금하거나, 실패한 이후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혹은 누군가의 삶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은 빗겨나간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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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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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믿어야만 할까? 진실과 거짓의 사이에서, 우리가 정말로 믿어야 할 그리고 눈에 담아야 할 '혼모노'를 찾아가는 서늘한 과정을 성해나 작가는 7 편의 소설로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해나 작가님의 작품을 굉장히 많이 읽어 보았는데, 개중 표제작으로 뽑힌 혼모노는 처음 2024 젊작상에서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기에도 주변에도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추천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성해나 작가가 정말 날카롭고 차가운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를 독자에게 얼마나 명확하고 친절하게 전해 주는지 문득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런 혼모노가 수록된 신작 단편집이라니! 운이 좋게 가제본 서평단에 뽑혀 읽어 볼 수 있었고, 역시나 이 안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역시 성해나다!" 싶을 정도로 멋진 소설들이었다.

특히 '구의 집'이라는 단편은 (아주 아주 개인적으로) 어떤 역사적 사건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는데 소설이 소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경험과 배경으로 확장되는 신선한 경험을 해서 이 단편 또한 꼭 추천하고 싶다 👍 아직 남아 있는 겨울의 한기도, 다가오는 봄의 따뜻한 온기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집과 함께 4월을 멋지게 맞이하고 싶다.



* 본 게시글은 가제본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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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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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예술 / 철학과 문학이라니...... 이런 키워드 그냥 지나치는 방법을 아시는 분? 이진민 작가는 다수의 그림 속에서 건져낸 9개의 키워드로 철학과 문학의 이야기를 곁들여 세상의 모든 여자들, 이 책을 접하게 될 모든 딸들에게 우리가 찾아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챕터는 <앞과 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일>이라는 챕터였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반성하고 나의 발전을 도모할 때 앞만 보고 달려나가기보다는 뒤를 돌아보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밀레의 만종, 동화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예로 들어 보이는 것만 보고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속편한 행위인지, 그 이면의 날카롭고 무거운 세계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참 좋았다.

 더불어 이 에세이는 '언니네'라는 제목과 걸맞게 결국 그동안의 여성들의 삶과 앞으로의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그간 여성들의 위치와 인식이 예술에서 어떻게 그려졌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나가야하는지, 여성들이 예술에서 소비될 방식을 어떻게 바꿔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 따스한 말투로 이야기해 준다.

 개인적으로 큰 미술관에서 정말 언니의 손을 잡고 도슨트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최근 소소히 인기를 끌었던 '언니네 산지직송'이라는 프로그램도 생각이 나면서 제목을 참 친근하고 예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면 추천사에서, 김소연 시인은 '이 책을 더 일찍 읽었더라면 내가 옹호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시간을 아끼고 더 또렷히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많이 공감했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 간의 연대를 넘어 작가와 우리가 어떤 것을 옹호해야하고 그것을 어떻게 옹호해야 우리의 목소리를 더 많은 예술의 세계로 뻗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예술이 가지고 있는 편견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우리 딸들이 어떤 아름다움을 향해서 걸어가야 하는지, 그 길에서 어떤 것들을 품고 옹호해야 하는지 언니네 미술관과 함께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것이다. 특히 중간 중간 더해진 미술 삽화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듯!

 날개를 보니 한겨레 출판의 예술 에세이가 쭉 나열되어 있던데, 제목들이 전부 흥미로워서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여성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꼭 만날 수 있기를!


*본 게시글은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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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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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 역사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미디어에서 세계사, 한국사를 다루고 있다. 작게는 개개인의 유튜브 채널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티비에 나오는 예능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알아가고자 하는 듯하다.

그런 열풍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 줄 책이 바로 이 <향신료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인물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혹은 전쟁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모든 세계사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향신료"를 선택했다.

나에게 향신료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카레가루나 홍차와 같은 것들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강황, 시나몬, 커리 등의 재료가 세계를 뒤흔드는 근간이 되었다니, 책의 간단한 소개를 읽으면서부터 작가님이 서술하시는 세계사의 방향이 상당히 기대가 되었고 흥미로웠다.

과거는 지금보다 향신료가 더더욱 귀한 시대였으므로, 후추 한 알이 진주 한 알과 맞먹을 정도로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향신료에 대한 재고와 권리를 선점하는 국가가 곧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었고, 때문에 이를 발견하고 습득하기 위한 국가, 인물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발발되어 향신료의 등장과 판매의 흐름에 따라 국가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취했는지가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의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향신료 강국이었던 아시아들이 어떻게 이 전쟁에서 살아남았는지, 강대국들이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일삼은 약탈이나 침략 등의 아픈 역사 또한 함께 기록하여 결국 국가적인 경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어떻게 공존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친절하고 사려깊은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지금 향신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딱딱한 단어가 아닌 작가님만의 경험을 녹여낸 문장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향신료의 향을 타고 도달해있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과거, 알고 넘어가야 할 역사의 흐름을 달콤한 향신료와 함께 파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갓 내린 홍차와 함께 세계사의 이면을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해당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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