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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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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은 철저한 개인 분리 사회인 중앙에서 살던 07이 사람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동경하여 외곽이라는 지역으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끄러운 흐름 속에서 적당한 반전, 그리고 주인공들의 갈등, 제시하는 주제 의식 등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도 각자의 버블에 살고 있을 것이다. 내 버블 속에 누굴 들이고 무엇을 감출 것이며 버블의 크기를 늘릴지 줄일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내 선택을 좌우하는 외부적 상황과 역경 등은 반드시 존재하겠지만 (주인공들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결국 나의 버블을 만들고 깨트리고 재건하고 이룰 수 있는 건 정말 나 자신뿐이기 때문에. 과연 내가 어떤 버블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우리는 아마 평생 이것을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블은 거기 있을 것이니까. 때로는 부딪히고 넘어지고 고민하며 버블 속에 머물러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 주는 이 소설이 참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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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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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소설은 어렵고 또 친절하다.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독자들에게 그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만, 사실 전반이 없이 새로운 개념을 맞닥뜨리게 된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제시하는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배명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낯섦과 모름까지 그의 문장을 쫓다 보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친절한 문장을 건넨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이 소설 <청혼>도 처음에는 우주를 건너는 단순한 로맨스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다...... 가장 메인 주제는 우주 전쟁이었다. 우주를 떠도는 나와 여전히 지구에 있는 네가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17분 44초가 지나서야 답을 들을 수 있는 갑갑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유. 그게 바로 우주 전쟁이기 때문에. 그래서 두 사람의 서사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주 전쟁의 양상이나 함선의 기능 등 그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결국 내가 너를 사랑해서, 너에게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이유를 최대한 구체적이고 주관적이게 나의 시선으로 설명하는 '편지'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독자인 내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편지를 받는 것처럼. 나를 끊임없이 설득시키고 또 이해시킨다. 우리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내가 비록 이런 상황에 있어도.

우주의 간극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인간이 용을 써도 내가 죽기 전까지 우주의 단 5 퍼센트라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 무수한 장벽과 공간을 넘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힘. 그 사랑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고 또 나눌 수 있는 힘이니까. 언젠가 내가 우주를 떠돌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가 우주를 떠돌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사랑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청혼'을 건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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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향해 달리다 - 기억과 대면한 기록들
세라 폴리 지음, 이재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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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작가, 감독인 세라 폴리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녀가 뇌진탕을 겪은 이후 의사와의 상담에서 들었던 말을 차용한 제목이 바로 <위험을 향해 달리다> 이다. 세라 폴리가 엮은 여섯 개의 에세이를 보고 있자면, 이렇게 세상이 잔인할 수 있나 싶다. 한 번만 겪어도 엄청나게 아플 일들을 삶에서 여러 차례 겪으며 성장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대, 성폭력, 가지고 있는 질병 등 그녀를 막아서게 할 것들은 삶에 수도 없이 내재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좌절하고 무너지기보다는 그녀가 겪은 '위험'을 향해 스스로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아픔을 숨기는 것보다 책으로 발간해 다시 한번 달리기를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삶에 있어서 숱한 상처를 안고 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괜찮을 거라는 말보다 사실 나도 이런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용기. 압도적인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한번 더 아픔을 딛고 일어서 달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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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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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24년 봄호>,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찾아온 계간지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알게 된 건 수록된 글들이 상당히 다채롭고, 또 솔직하며 독창적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짚는 논단부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시각. 문학적으로는 시, 소설, 희곡, 그에 대한 평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글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책을 일일이 구해서 읽는 것이란 쉽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한 권으로 많은 사람의 시각을 공유받을 수 있다니! 정말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감히 평가하기에도 너무나 훌륭하고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대학생 부문의 <봄에 나는 것들> 이라는 소설과 성해나 작가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다.

전자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봄의 소재를 사용하여 담담히 풀어내는데, 책의 전반에서 우울감을 크게 표출하는 것도 아니고 이별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이 아님에도 어느새 주인공들에게 몰입하고 있었다. 여운이 상당한 소설이다. 봄은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겨울을 보내 준다는 쓸쓸함도 한 편에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봄에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후자는 한 영화감독을 너무나 사랑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를 따라 다니는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골수들만 모인다는 '길티 클럽'에 가입하여 팬 활동을 지속할 정도로 감독을 사랑한다. 하지만 결국 깨닫는다, 이상한 죄의식과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때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도.

위 두 작품을 포함해 좋은 시들도 굉장히 많고, 문학 작품에 대한 평론은 날카롭고 또 설득력이 있다. 읽으며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계간지의 매력이 이렇게 극대화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점점 완연해지는 봄을 창비와 함께 해 보시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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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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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귤 시대의 시작이라는 말에 극히 공감한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지만 다루기는 어려운 주제, 그 중심에서 김청귤 작가는 우리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소녀들과 언니들과 여왕들에게 바치는 위로이자 연대이다.

총 6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사실적이라 아프기도 한 일들과 마주쳐야 한다. 생리대의 크기를 몸무게로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찰, 여성의 꿈보다 대를 잇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회. 좋아한다는 명목으로 스토킹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한집에 있는 것도 편히 보여 주지 못하는 레즈비언 등등. 이미 우리의 사회에 직면한 문제를 작가는 소설을 통해 아주 날카롭게 지적한다.

물론 마법소녀나 미세먼지 인간 등 픽션적인 요소가 가미된 스토리가 전반이기는 하지만, 결국 그 소설 속에서 작가가 알리고자 하는 현 사회의 문제는 아마 모두가 다 알게 될 것이다. 특히 여성 독자라면 더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스스로를 찢어내며 투쟁한다. 가만히, 그리고 얌전히 있기를 바라는 사회에 보기 좋게 소리를 내지르며 피를 흩뿌린다. 그렇게 만들어낸 레드카펫을 보란 듯이 걸어가는 이 작품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꼭 나 혼자가 아니어도 된다고, 나를 돕는 또 다른 '여성'과 함께 나아가 보자고. 그렇게 말해 주는 듯했다.

다정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나도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신경 쓰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 건강하고 싶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기를! 김청귤 작가의 작품과 함께 나도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절대 남의 일이 아닌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극복해갈지.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본 리뷰는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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