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난감 세상만사 - 뻘쭘남녀의 솔직 발칙 토크, talk!
타나토스 지음, 구혜영 옮김, 석동연 그림 / 노블마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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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라인서점 어디 한 귀퉁이에서라도 잘 보기 힘든 이 책을 굳이 찾아가며 선택했던 이유는, 오로지 만화 작가 <석동연>의 4컷 만화가 수록된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4컷 만화를 특히나 좋아하는 나는 작가 <석동연>의 4컷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단시간에 푸훗, 피식~하는 웃음을 주는 4컷만화가 좋기도 해서지만, 작가가 가진 유머의 코드가 나와 너무 잘 맞는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책은 작가 <석동연>의 작품을 보기 위해 샀고, 많지 않은, 그리고 있어도 대부분 품절되어 버린 그녀의 작품집 하나를 무사히 콜렉팅했다는 것에서 50%는 먹고 들어가는 책이었다.

<대략난감 세상만사 : 뻘쭘남녀의 솔직발칙 토크, talk>
길고도 장황한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민망하고 창피하고 난감했던 개인적 경험담을 올려 팬을 확보했다는 <타나토스>라는 일본작가가 2002년 '죽고싶다'라는 주제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이 올린 사연에 작가가 재치있는 답글을 달면서 화제가 되었고,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연 중 몇 편을 작가 석동연이 4컷만화로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점이 너무 너무 아쉬웠다. ㅠㅜ 만화가 좀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하하!!>하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작가의 프롤로그는 이 작가가 말로만 유쾌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빨리 잊어버릴 것 같은, 빨리 잊어야 할 사건을 파헤친 이야기는 소소하고 잔웃음이 가득하다.

날마다 연이어 일어나는 작은 불행들, 일상의 작은 실패들....
그런 일들은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참 별것 아니구나, 그냥 웃어넘기면 그뿐이구나..하고 약간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나와 비슷한 인간 군상들이 우글거리고, 이런 실수는 나만 하는 게 아니라는 야릇한 공동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책이다.

책 안에 수록된 사연을 몇 편 옮겨보면...

에어쿠션에 앉았는데
방석이 터져버렸다.
죽고 싶다!
by 왕자지껄
--> re :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아요.

정월초하루부터
구급차를 탔다
죽고 싶다!
by 천국의 계란
-->re : 영구차보단 백배 천배 낫죠.

홈페이지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더니
방문객이 팍 줄었다.
죽고 싶다!
by 장군의 꼬봉
--> re : 빨리 폐쇄하고 새로운 홈페이지를.

추리소설을 읽으려고 첫 장을 펼쳤는데
누군가 빨간 펜으로 진범을 적어 놓았다.
죽고 싶다!
by 백만장자의 카드빚
--> re : 그런 짓하는 인간들이 꼭 있다니깐.

ㅎㅎ 뭐 이런 이야기들이 주욱~ 나열된 책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장점은, 패러디가 가득한 웃긴 닉네임들이 가득해서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이고, 그에 못지 않은 이 책의 단점은 남성적이고 노골적인 성적 농담(또는 경험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여자가 보기엔 약간 비위가 상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흠흠~

어쨌거나...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십 몇년 전에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 책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필이 오실려는지.ㅋㅋ
뭐 책이야 재밌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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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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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서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하고 망설였지만, 표지를 보고 딱 눈에 들어와서 (내 나이를 잊은 채) 구입했다. 나는 표지에 강한 인상을 받는 편이다. 그리고, 그야말로 빵빵한~ 7인의 작가군단! 짧은 독서 이력이지만, 여러 책을 통해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들이라 믿고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선택은 꽤나 괜찮았다.

사실, 한창 호르몬이 팽창하여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누군들 이성에 관심이 없었으랴. 그런데 우리 문학....특히 <바르고 좋은 세상만 봐야하는 아동, 청소년 문학>은 그런 세상을 살짝 비켜가 있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잘못을 하면 즉시 반성하고, 깊이 뉘우치고, 한번 한 결심은 꼭 지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있기 힘든 도덕 교과서 속의 철수와 영희만 가득한 박제된 세상이.... 이제야 현실의 땅에 발을 디뎠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이 책에 담긴 7편의 이야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야기에 힘이 있고 호소력(?)이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청소년을 계몽하는 소설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꾸미지 않은 직설적이고, 구어적인 문장들 속에서 잠시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그것이 곧 십대의 언어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또 누구보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십대들의 날것(?) 같은 신선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7편의 단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금이 작가의 <쌩레미에서, 희수>라는 작품이다. 이 작가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작품을 읽게 된 것 처음이다. 긴박한 전개를 가지면서도 나름의 극적인 반전과 가슴을 쨍~하고 울리는 무언가를 남겼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잣집 딸이 유학갔다와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취미로 미술을 하는, 그리고 역시 취미로 자기 집 주유서 알바를 하는 특이한 애>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희수의 처지가 참 처연했다. 어른들의 세계가 투영된 청소년들의 세계. 그래, 그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가 된 거겠지. 우리의 마음은 어른이 되어서 닫힌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서서히 좁아진 것이리라. 뭐 그런 서글픔 마저 들었다.

재미있는 단편들이다. 내가 자랐을 당시에는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빽빽하게 책장에 꽂힌 세계문학전집이나, 그것도 아니면 읽고 있다고 말하기도 낯부끄러운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었는데 세상 참 좋아진 것 같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봐야 할 책이 참고서와 교과서만이 아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지...라고 기쁘게 생각하며 열심히 읽었다.

우리 십대들의 읽을거리가 더 풍성해지면 좋겠다는 착한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회의 희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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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크
홍인혜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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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화가 좋다. 예쁜 그림이 좋고, <나는 작가야>하고 과잉된 자의식을 발휘하는 몇몇 소설들에 질릴 때면 만화의 숲에 빠지곤 한다. 솔직한 공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서점에서 만나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살 생각이 없었는데도 계속 머릿속에 남고 책 구입할 때마다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깜찍하고 예쁜 그림. 서점에 가서도 몇번을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다가 ^-^ 구입했다. 깜찍한 캐릭터가 나를 유혹해서였을까. 아무튼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펼쳤다.

첫번째로 들었던 마음은... <어라, 작가가 무지 어리네. 82년생 작가라. 참 대단하군~>하는 놀라움과 <나는 저 나이 때 뭘 했나> 하는 약간의 부러움 반, 질투심 반이라고나 할까. <어린 나이에 직장 다니면서, 그것도 스트레스 많은 직업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의 삶을 살면서, 책까지 내다니.. 참 열심히도 사는구나> 여하튼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마음들은 그랬다. 

내용은 재미있고 편안했다. 짧은 1~2페이지의 만화 속에 담아낸 20대 작가의 사유의 공간은 나를 품에 안아 주기에 충분했다. 직접 손으로 썼다고 생각되는 가지런하면서도 정감어린 글씨와 어울린 다양한 모습의 루나 이야기. 웃기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철렁하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는 책이었다. 

20대임에도 이런 사유를 하고, 이런 생각을 할줄 안다는 작가가 왠지 기특하게 느껴졌고, 곧 <나는 무얼 하고 있나>하는 자괴감에 빠졌다(작가가 말하는 슈크림 상태!!). 하지만 작가는 <프라이팬 이론>을 나에게 선물했다. <나에게 부족한 건 치열함>이라고 말할 줄 아는 어른스런 20대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나도 다시금 무엇인가에 미친듯이 빠져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동경만 했던 미술을 배워볼까, 굳은 손가락이지만 다시 피아노를 배워볼까, 박치의 몸이지만 이제라도 텔미댄스를 배워볼까... 등등. 아무튼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꿈을 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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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올라간 달빛 물고기 - 장독대 그림책 8
셀린느 마닐리에 글.그림, 조현실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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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 그림책이 좋다. 작고 앙증맞은 그림책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큼지막한 그림책은 나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득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화랑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멋진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하늘로 올라간 달빛 물고기>는 그런 멋진 기분이 드는 큼지막한 그림책이다. 처음엔 표지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꽤 큰 그림책이 와서 놀라고 기뻤다. 큰 그림 속에는 촉촉한 수채화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유화나 콜라주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채화를 선호한다.) 사각거리는 연필선과 자연스러운 색감들이 잘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물이 배어나올 것만 같았다. 마치 미술 시간에 촉촉한 붓을 들고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고, 그래서 어디 한군데 덧칠이라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이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참 착하다. 주인공인 베르사유는 풍성하고 큼지막한 야채를 정원 가득 가꾸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성실하고 착한 정원사다. 싱그러운 야채들 사이를 오가며 물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베르사유의 모습은 참 착했다. 그리고 왠지 마법속의 야채 요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정확한 작품명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착한 구둣방 아저씨가 잠든 동안 아저씨를 돕기 위해 착한 요정들이 나타나 멋진 구두를 만들어주는 동화..... 베르사유가 마치 그 동화속의 요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정원에서 베르사유는 친구를 만나다. 하얀 달빛 물고기.... 베르사유는 달이 주기적으로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면서 지구인의 눈에 비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 마음으로 보면 되지, 과학적 진실이 무슨 소용이랴.... 베르사유에겐 그저 그 달빛 물고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땀흘려 소중히 가꾼 것들을 주저없이 선물한다. 그것도 베르사유다운 방법으로....

조건없는 배려와 우정, 그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커다란 그림들 곳곳에 있는듯 없는듯 숨겨진 달팽이, 잠자리, 개구리, 벌 등을 찾아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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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요시다 노리코.요시다 다카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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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입구에서 아침마다 손에 드는 무가지 신문, 수많은 광고와 홍보성 기사들이 넘쳐나는 공짜 신문들의 틈바구니에서 한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다. 바로 츠마부키 사토시!

만화를 제외하고, 일본 소설과  영화는 딱히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평소 생각해왔다. 물론 내가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영화들을 빼놓고 말이다. 그런데 츠마부키 사토시의 영화 속 장면 하나가 나의 마음을 빼앗았다. 특히 코를 쥐고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는 스틸 컷!! 이렇게 울 수 있는 남자, 이렇게 울 수 있는 배우..... 나는 기대에 부풀었고 영화 개봉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이 책을 구입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한다.) 하지만 결과는 좀 실망스러웠다. 하나의 장면 또는 영상에는 많은 것을 내포시킬 수 있다. 흔들리는 주인공의 눈동자, 울음을 참으려 경직된듯 실룩이는 주인공의 눈가, 눈동자의 움직임과 시선....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영상에 담겨 아름다움과 깊이를 만들어 낸다. 영상이 이렇다면, 소설은 그 모든 것을 정제된 언어로 행간에 담는다.

영화를 소설화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주인공의 수많은 아픔과 슬픔, 복잡한 심정을 단순히 '나는 슬펐다.'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폭력이고, 생략과 압축이라는 이름의 무지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이 소설이 그랬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를 보았다. 일본 영화 특유의 감정 과잉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영화의 영상미는 훌륭했다.

<눈물이 주룩주룩>을 소설과 영화 사이에서 어떤 걸 먼저 볼까 고민하는 사람은 영화를 먼저 보기를 바란다. 소설을 먼저 읽고 실망해서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서다. 이 책은 영화를 소설화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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