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올라간 달빛 물고기 - 장독대 그림책 8
셀린느 마닐리에 글.그림, 조현실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큰 그림책이 좋다. 작고 앙증맞은 그림책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큼지막한 그림책은 나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득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화랑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멋진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하늘로 올라간 달빛 물고기>는 그런 멋진 기분이 드는 큼지막한 그림책이다. 처음엔 표지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꽤 큰 그림책이 와서 놀라고 기뻤다. 큰 그림 속에는 촉촉한 수채화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유화나 콜라주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채화를 선호한다.) 사각거리는 연필선과 자연스러운 색감들이 잘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물이 배어나올 것만 같았다. 마치 미술 시간에 촉촉한 붓을 들고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고, 그래서 어디 한군데 덧칠이라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이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참 착하다. 주인공인 베르사유는 풍성하고 큼지막한 야채를 정원 가득 가꾸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성실하고 착한 정원사다. 싱그러운 야채들 사이를 오가며 물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베르사유의 모습은 참 착했다. 그리고 왠지 마법속의 야채 요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정확한 작품명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착한 구둣방 아저씨가 잠든 동안 아저씨를 돕기 위해 착한 요정들이 나타나 멋진 구두를 만들어주는 동화..... 베르사유가 마치 그 동화속의 요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정원에서 베르사유는 친구를 만나다. 하얀 달빛 물고기.... 베르사유는 달이 주기적으로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면서 지구인의 눈에 비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 마음으로 보면 되지, 과학적 진실이 무슨 소용이랴.... 베르사유에겐 그저 그 달빛 물고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땀흘려 소중히 가꾼 것들을 주저없이 선물한다. 그것도 베르사유다운 방법으로....

조건없는 배려와 우정, 그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커다란 그림들 곳곳에 있는듯 없는듯 숨겨진 달팽이, 잠자리, 개구리, 벌 등을 찾아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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