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제10회 리뷰대회

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세계문학상 수상작.

현직 판사가 쓴 소설이라니 흥미로워서 선택했다,

직원여행길에 틈틈히 가볍게 읽을 수 있을듯 해서‥

판사답게 법의 심판에 관련된 갈등의 내용이다.

암으로 죽은줄만 알았던 엄마의 죽음이 한 의사의 의도적인 거짓진료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밝히는 과정을 그렸다.

판사로서의 직업적인 판결과 사회적 관계안에서 인간으로서의 판단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심도있게 파고들었다.

"정의는 세상과의 조화지만 복수는 자기 만족일 뿐이다"를 놓고 자신이 집행하고자 하는게 뭔지 고민한다.

늘 법의 집행자 입장이다가 법의 판결을 바라는 피해자 입장이 되어서 법조계의 위선과 한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철했다.

절제하기 어려울만큼 분노하는 자신의 감정들을 느끼며 이 감정이라는게 법의 심판과 개인적 복수의 경계를 규정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며 정신분석 전문의와 상담치료를 받는다. 그러면서 유년시절부터의 무의식을 끌여올려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인간의 무의식이 얼마나 많은 의식을 지배하는지도 자각하게 해준다.

(이 배경에서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김형경의 정신분석 소설이 생각났다. 근디 제목이 뭐였드라‥)

관절염환자들을 암보다 무서운 류마티스에 걸렸다고 공갈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의사나 그 의사의 백그라운드 때문에 처벌하지 못하고 감싸고 도는 법조인들의 파렴치함에서 이 사회의 구조적 병패를 느끼지만 그래도 굴하지않고 끝까지 파해쳐 들어가보는 젊은 판사의 패기에서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그럼에도 적절한 법의 심판을 받지않고 끝내 법의 심판을 피해가는 사회악을 개인의 복수로 끝을 맺었다는 암시를 주며 끝난다‥

결국은 제도권안에서 처벌하기가 어려워 정의가 아닌 복수로, 범죄를 범죄로, 악을 악으로 단죄한 것인가‥

판사가 왜 소설을 왜 쓰느냐는 질문에, 거짓속에서 진실을 찾는다는게 소설가와 법관이 닮았다고 답한다.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선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어서는 악이 되기도 한다. 합법적 행동이 악이고 위법적인 행동이 선일 때도 있다.

ㅡ문학적인 은유나 뛰어난 표현력이 있는건 아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 가사와 고호와 고갱의 관계를 믹싱하여 복선을 제시함으로서 살인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거기에 정신분석의 의미까지 복합되어 묘한 흡인력이 있어 단숨에 읽혔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병과 싸우다가 일찍 돌아가신 엄마의 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엄마의 일기에다 자신이 덧붙인 이야기란다.

그럼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쯤인가 본데 그렇다면 한 개인의 힘든 성장기에 연민까지 더해져 리얼리티가 더욱 뛰어나게 느껴진다.

부담없이도 생각거리를 주는, 뭐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읽어봄직한 ‥

이 책을 읽고 퀸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면 울림이 더 크다. 노래도 소설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제10회 리뷰대회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양장)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0년 4월

"선생님이 좋아요"

난 지금까지 이런 말을 몇 번이나 들어봤을까‥(물론 졸업반 담임했을때 1학년이 되어서도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보고싶을거예요‥라는 말을 들어보기는했지 나도! 흠~)

쓰레기 매립장 근처에 사는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가르키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데쓰오는 1학년. 담임 고다니샘은 결혼 6일차인 따끈따끈한 신규 여교사인데, 괴짜 아다치쌤의 편견 없는 교육관에 점차 영향을 받는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립장에 사는 데쓰오를 찾아가서 아이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고 발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환경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순수하며 어쩌면 저마다 적응 혹은 극복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나한테는 내 역사가 있어. 역사가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역사를 확인한다.”

ㅡ늘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괴짜 아다치 선생님이 매립장 아이들이 먼곳으로 이전하여 위험한 통학로로 전학을 가야할 상황에 처하자, 반대를 위한 단식 투쟁을 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교사인 나의 역사는‥ 내가 만든 역사는‥

7번방의 예승아빠나 3D 일을 하는 우리 주변에 흔히 놓인 '을'의 위치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삶이란 똑같이 소중한거니까 존중해야 한다는걸 우회적으로 표현하려했다.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건, 교육이 아무리 좋은 명목을 갖췄어도 그 결과가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준다면 어느것을 더 상위에 두어야하느냐는 명제다. 당근, 교육의 허울로 마음에 상처를 줘선 안된다는 스스로의 결론이다.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제10회 리뷰대회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 교사의 내면을 세우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좋은교사 / 2012년 8월

교사라는 직업은 사실 매우 무거운 소임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결정적이든 사소하든‥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따가움과 따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과연 나는 수업에서 나를 만나본적이 있는가! 라는 의문의 눈총과, 설마 매일 하는것이 수업인데 나를 만나본 적이 있겠지? 하는 안도의 기대감이랄까‥

내용은 수업안에서 성찰하기가 주제다.

수업이 갖춰야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들을 정학히 파악했다.

'교사가 만족하는 수업이 아닌 학생이 만족하는 수업'이어야 한다는 말에서 머리가 띵했다.

​여지껏 내가 만족하는 수업을 한것은 아닌가...... 내 취향대로 수업을 준비해서, 원맨쇼를 하고나서 아이들이 만족했을거라고 착각한건 아닌가......

*수업이 흔들리는 이유가 "수업을 진행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수업 속 교사의 내면을 깊게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했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학생들을 몰입시켜 나가는지 살펴봐야한다

*교사가 수업에서 의도한 배움은 무엇인가?

*방임과 통제가 아닌, 경계가 있지만 존중이 있는 수업을 지향해야한다(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 무지하게 어려운 일인데.)

*수업을 통해 나를 만나고

너를 이해하고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더 이상 삶과 분리된 지식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지식속에서 삶을 성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경험을 맛보게 해야 한다.

관리자도 이론가도 아닌, 현장교사가 바라보는 수업에 대한 성찰이기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아직도 청이 주관하는 연수나, 많은 교육관련 책이 수업기술 연마에 관한 내용에서는 수업테크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 작가는 수업 테크닉​ 보다는 아이들과 마음 나누는 일에 더 가치를 두자는 내용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내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나, 내가 아는 모든 교사들이 이런 가치관을 가지면 ​정말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위로

제10회 리뷰대회

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위로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유는 알수 없으나 '배려'라는 책이 연상되었고, 앞 몇장을 넘기는 순간,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읽을수록 동화 같은 그림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고, 화가와 작가가 호흡이 참 잘맞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오마이 갓! 작가가 화가라니! 이런 괴물 같은 사람을 봤나. 이럴때 생각나는 말, 신은 불공평하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재능을 몽땅주시고 어찌하여 누군가에게는 남의 재능을 선망할 기회만 주신걸까 ‥

나의 이런 맘을 작가는 선견하기라도 한건가......

"​사랑받을 만한 조건은 없지만 사랑받을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어...... 또,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거니까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을 해야해" 라며 과정이라는 깊이 없이 결과라는 높이만 추구하는 나에게 호된 일침을 가한다.ㅡ윽 가혹하다ㅡ

"권력없는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만들어주고 결국은 권력의 지배를 받는것"이라는 지적은 아플 정도로 적확하다.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것이 바로 권력"이라고 권력을 향하여 신란한 야유를 보내기도한다.

 "기쁨을 찾았는데 또 다른 기쁨을 찾는건 아무리 큰 기쁨도 오래지 않아 평범한 일상이 되고마는 것이란다" 

"​소통이란 내것의 절반을 상대에게 내어주겠다는 결심같은 것. 내것의 절반을 포기했을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는 거란다"라는 말은 소통이라는 단어가 범람하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환기할 기회를 갖게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이해할수있는 것만 이해할 뿐이야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들은 도무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상대의 상처를 알아야만 상대를 이해한다고 말할수 있는거야"

 이제부터는 '그래 이해해'‥라는 말을 할때는 과연 내가 상대의 상처를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이철환! 촌철살인할 통찰력을 가졌다. 그는 21세기의 생땍쥐베리이며 '위로'는 한국의 어린왕자다.

세상으로부터 멸시당하지 않으려면 상징이 필요하다는데, 나의 상징은 뭘까 ‥

사실 이 책은 나에게 '위로'를 주기보다는 깊은 '사려'를 하게하는 책이다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

제10회 리뷰대회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1~3권 + 자석케이스 세트 - 전3권 ㅣ 이어령의 80초 생각나누기
이어령 지음, 오순환 외 그림 / 시공미디어 / 2013년 1월

감동,지혜,창조 3편으로 출간된 이 책은 짧게 짧게 정리해놓은 단상을 그림과 버무려 놓은 글들로 거의 화집에 가깝다. 특히 감동편의 오순환 화가의 그림이 매우 따듯하고 동글동글하고 이쁘다. 하지만 전 3권, 700여쪽이라는 방대함을 놓고 봤을 때 그림이 대부분이고 글씨는 매우 커서 많지

내용도 많지 않고, 감동도 그리 크진 않았다. 물론 노현자의 개인과 사회에 대한 염려와 격려가 담겨져 있기는하다.

'좋은생각'이라는 잡지책에 실릴듯한 그런 이야기들로 공감가는 내용을 밑줄긋기 하자면‥

*검색이 아니라 사색이다.

*너무 가까워 찔리지도 않고, 너무 멀어 춥지도 않는 고슴도치의 사랑법. '함께 그러나 따로'‥

*인문학은 당장 쓸모있는 수도꼭지가 아니지만 문화와 문명의 수도관이다.(최근 비고스키 강의를 들으며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낀터라..)

*한국엔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새로운 긍정을 만드는 섬.'그래도'‥

* 양치기의 리더십ㅡ

양을 모는 세가지 방법.

앞장 서 간다 ㅡ양떼들이 묵묵히 따라감. 지팡이는 방향을 가르키는 햇불.

뒤에서 간다ㅡ 뒤처지거나 길 잃은 양들을 지켜줌. 지팡이는 감시와 관리

한복판에서 간다ㅡ 양들의 눈핓을 읽고, 냄새를 맡고,울음소리를 들으며 함께 움직인다. 모든 양들이 내 곁에 양치기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지팡이는 소통의 안테나.

이 대목에서 작금의 지도자가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함께 이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견딜만도 할텐데.. 보이는 곳에서 함께 호흡하는 지도자가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무명작가였다면 이런 내용을 3편으로 나눠 책을 내줄 출판사가 있을까 ‥ 그 전에 무명작가라면 3명의 화가들이 참여했을까‥하는 의문도 잠시 갖는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표지성 이라고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대학 때. '말'이라는 수필집을 읽고 한동안 언어를 조련하는 그 분의 능력에 흠뻑 매료된 적이 있다. 상당히 많은 책을 집필했고 문화부장관까지 역임한 경력과 경험으로 삶의 노련한 지혜가 엿보이긴한다.

이 책은 그림이 많으니, 그림 좋아하는 사람,

글씨가 매우 크니, 눈 나쁜 사람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