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수업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으로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사람의 경제적 의사 결정은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현재 수준에 근거해서 리스크마다 다른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대니얼과아모스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추구하고 위험은 회피하는 행동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수입이 확실히 보장된 복주머니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반면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복권이라면 꼭 구매하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실에 직면하면 모험을 통해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Point
평소 우리는 자주 편견과 오류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우리의 대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직관적인 사고 시스템이 이성적인 사고 시스템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의식주와 관련된 일상적인 결정의 98퍼센트는 직관적인 사고 시스템을 이용해 결정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면서 머릿속에 가상의 토론쇼를 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자.

생각해 보기
어떤 일을 할 때 편견이 생기나요? 자신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어떤노력을 하나요?

심리학 수업
정신분석학 박사이자 결혼과 가정을 위한 심리치료사 마티 올슨 래니는 내향적 성격에깊은 관심을 두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내향인의 장점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녀는 외향적인 남편과 40년이 넘도록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부부는 외향인과 내향인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과 성격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방법 등에 대해 책을 쓰기도했다.
최근 민감한 기질이나 집중력과 관련된 내향적인 성격을 탐구하는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성격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다. 하지만 그 특성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사회, 문화가 그 특성을 용인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임의로 붙인 꼬리표에 좌우되기보다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무엇이 장점이 되고 단점이되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Point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은 각각의 특징이 있다. 내향적인 성격은 천부적인 장점도있지만 단점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인 후 장점을 발휘하고 단점은 피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외향적인 세상에서 내향인은 사회적 여론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에 큰 역량이 잠재되어 있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속도와 우선순위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 보기
당신은 내향인인가요, 외향인인가요?
일과 삶에서 성격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이 있나요?

심리학 수업‘
사회적 시계‘는 1965년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버니스 뉴가튼(BerniceNeugarten)이 존 무어(Joan W. Moore), 존 로(John C. Lowe)와 함께 제시한 개념이다. 사회적 시계는 인생의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적령기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버니스뉴가튼은 이 이론을 제시할 때 사회적 시계는 각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세상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성인의 발달 상황을 연구한 버니스 뉴가튼은 미국 노인학학회 회장직과 미국예술과학 아카데미(The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Sciences) 회장직을 맡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미국심리학회가 수여하는 금메달을 포함해 혁혁한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시카고대학교는 노인학 분야에 기여한 버니스 뉴가튼의 뛰어난 연구 성과를 인정하여 그녀 이름으로 노인학상 명칭을 만들었다.

Point
나이는 생리적인 판단 기준일 뿐이다. 나이가 심리적 관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에는관습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시계‘가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시간대가 있다.
나이 때문에 자신을 부정하지 말자. 나이는 장애가 될 수 없다. 당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는 것은 나이에 대한 공포감이고, 행복을 추구할 용기의 부족이다. 나이가 어떻든 누구의인생이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 보기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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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What→ 내가 왜 그럴까, 어떤 느낌인가, 지금 어떤 감정에 놓였는가, 강도는 어떠한가?
예: 지금 나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강도는 8점 정도다. 걱정스러운 마음도 조금 있다.
(지금 어떤 감정에 놓였는지 명확히 알고 그 감정을 말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2단계: Why 이 감정은 왜 생겼는가?
예: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며칠 동안 잡무가 많아서 시작도 하지 못했다. 마감일까지 이틀 남았는데 완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감정의 배후에 숨겨진 정보를 되짚어가며 감정이 유발된 원인을 찾는다. 일어난 일을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사실대로 서술해야 한다. 감정적인 언어는사용하지 않고 사실을 단순하게 표현한다.)

3단계: Wish 나의 바람은 무엇이었는가?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예: 이 보고서를 시간에 맞춰 완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성장한 내 모습을 상사에게 인정받고 월말 고과 점수를 잘 받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명확한 방향이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으면 쉽게 불안해진다. 목표를 설정하면 어느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4단계: How→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제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예: 할 일을 제때 다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감을 느낀다. 원인은 시간 관리이므로 일정을 잘 세워야 한다. 이틀 동안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지난 보고서를 참고하는 등 임무를 빠르게 완수하도록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전체 과정의 핵심이다. 어쩔 줄 몰라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던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전환되는 중요한부분이다.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5단계: Outcome→ 계획대로 행동한 결과는 어떠한가?
예: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한 덕분에 꽤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
(계획대로 행동한 후 결과를 복기하며 정리한다. 순조롭게 완수하지 못했어도 결과를 정리하면서 감정을 이성적으로 대하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어 앞으로 목표를 이룰 때 도움이 된다.)이것이 바로 ‘곤경 탈출 5단계‘다. 기억하기 쉽도록 ‘3W20‘ 법칙이라고 부르면 편하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감정이 쉽게 유발되는 일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다.

what내가 왜 그럴까, 어떤 감정에 놓였는가?

why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wish내가 필요한 것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How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Outcome결과는 무엇인가?
[3W20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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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s
심리학 수업
‘가면 증후군‘은 사회 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으로 특정 기질을 지닌 사람이쉽게 성공한다고 여겨질 때, 그 기질이 없는 사람은 자기 부정에 빠질 수 있다. 한 연구에따르면, 가면 증후군은 여성과 일부 사회 계층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그들은 자신이 진짜성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실력이 드러나지 않은 ‘가짜‘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가면 증후군을 앓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성공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여길 정도로 그들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널리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성과가 뛰어날수록 가면 증후군 증상도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인슈타인도 업적을이룬 후 초래된 자아 팽창(ego inflation)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이 사기꾼이 된 것같다고 친구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
Point
능력을 포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에게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의심에 빠지면 불안의 소용돌이를 맴돌아 무기력해지고 ‘난 안 돼, 난 자격이 없어‘와 같은 거짓된 감정을 느낀다.
거짓된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힘을 얻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숫자를 ‘5‘에서 ‘1‘까지 거꾸로 세면서 자기 의심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지배권을 찾아오는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능력 있는 미래의 나와 함께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성장의 힘을 믿는 것이다.

생각해 보기
평소 자신에게 어떤 말을 가장 자주 하나요?
자기 의심이 들 때는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Tips
심리학 수업
미국 임상심리사 알버트 엘리스가 창안한 ABC 이론은 그의 ‘합리적 정서 행동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ral therapy)‘의 핵심 요소이다. 젊은 시절 수줍음을 많이 탔던 알버트 엘리스는 자신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한 달 동안 공원에서 마주치는 모든 여성과 일부러 대화를 나누며 그들을 초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백 명이 넘는 여성들 중에서 단 한사람만 알버트 엘리스의 초대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를 바람맞혔다.
하지만 알버트 엘리스는 더는 수줍음을 타지 않았고 타인의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그의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은 자신의 ‘비이성적인 판단‘ 때문임을 깨달았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에 변화를 줄수 있다면 곤경을 벗어날 기회가 찾아온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 널리 인정되고 있다.
Point
기본 감정 중 하나인 불안 자체는 좋은 것이다. 적정 수준의 불안은 우수한 성과를 유도하지만 쓸모없는 불안은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장에서는 쓸모없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불안의 배후에 있는 정보를 재해석하여 인지를 바꾸고 비이성적인 잘못된 생각을 배제해야 한다.
요컨대 ‘불안‘도 ‘역량‘이 될 수 있다. 관건은 불안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우리 마음속의 야수는 허락 없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지않는다.

생각해 보기
평소 어떤 방식으로 불안에서 벗어나나요?
불안과 감정은 전혀 다른 문제일까37

Tips
심리학 수업
사람들은 모국어를 사용할 때,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국어 어휘를 가장 많이 알고 있어서 상황별로 가장 알맞은 어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감정에 관한 어휘를 많이 알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분류할 수있다. 이것이 바로 리사 펠트만 바렛이 이야기하는 ‘감정 입자도‘다.
한국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가 얼마나 있을까? 언어라는 수단은 그 표현 방식이 무궁무진해서 감정 어휘가 명확히 몇 개가 있다고 규정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행복하다‘
의 경우로 한정해서 같은 종류의 감정을 나타내는 기본 어휘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기쁜, 벅찬, 포근한, 흐뭇한, 상쾌한, 짜릿한, 시원한, 반가운, 후련한, 살맛나는, 신바람 나는, 아늑한, 흥분되는, 온화한, 안전한, 느긋한, 끝내주는, 날아갈 듯한, 괜찮은, 쌈박한, 정다운, 화사한, 자유로운, 따사로운, 감미로운, 황홀한, 상큼한, 평화로운 등등. 이외에도 더많은 어휘가 존재할 것이다. 더 많은 표현을 알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하고 관리할수 있다.

Point
감정을 ‘식별하는 것은 감정 ‘관리‘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감정을 정확하게 식별하고싶다면 ‘감정 입자도‘를 높여야 한다. 더 많은 감정 어휘를 배우고 순간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자. 감정 입자도가 세밀해질수록 감정 지수가 높은 사람이 된다.

생각해 보기
오늘이나 최근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해 보세요.

심리학 수업
작가 린위탕은 감정 관리에 관한 철학적인 어록을 많이 남겼다.
1924년, 서른 살의 린위탕은 영어 ‘Humor‘를 그윽하고 함축적이라는 의미가 담긴 ‘여우모‘로 번역했고, 중국인들은 ‘유머‘라는 서양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유머‘라는단어를 중국어에 도입한 린위탕은 문학 창작 활동을 하거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상당한 유머 감각을 내보였다. 중국 도서 『북일녀청춘·의(北一女青春·儀)』에 수록된 린위탕의발언은 인상 깊다. 행사에 초청받은 린위탕은 앞사람의 길고 재미없는 발언이 끝나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된 것을 보고 소탈하게 한마디 했다.
"신사의 강연은 여인의 치마처럼 짧을수록 좋습니다."무대 아래는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린위탕의 뛰어난 유머 감각에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고 당시 미디어에 보도까지 되었다.

Point
감정이 안정적이면 조급하거나 맹목적이지 않고 미래를 차분히 생각할 수 있다. 또 삶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져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파악하고 변화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성숙한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감정을 잘 풀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섯 가지 불안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볼 것이다. 다섯 가지 불안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은 멈춘 톱니바퀴를 작동시키는 것과 같다. 톱니바퀴의 내부에는 감정의 불안, 선택의 불안, 성장의 불안 등 자신과 관계있는 ‘내적 불안‘이 있다. 톱니바퀴의 바깥쪽에는 직업의 불안, 관계의 불안 등 외부와 관계있는 ‘외적불안이 자리한다.
안이 편해야 밖도 편한 법이다. 감정의 불안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그것이 내적 불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하고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공존해야 외부와의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다.

생각해 보기
당신은 감정이 안정적인 사람인가요? 어떤 일에 감정 기복이 커지나요? 
감정이 안정적이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불안정하다고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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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내가 쇳덩이를 들어 올릴 수 있게 옆에서 비트를•넣어주었고, 한강 고수부지에서 커플들 사이를 달릴 때 외•로움에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Say ho"를 외쳐주었다. 래퍼들은 나에게 천편일률적인 삶의 틈바구니에서 엉뚱한 짓을 일삼고도 꽤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내 인생의 폭을 잔뜩 넓혀놓고 가당찮은 불안일랑 들어오지 못하게 으름장을 놨다. 알게 모르게 권위적으로 구는 치들 앞에서 고개를 치켜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쭉 내 인생엔 힙합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넉 달간 우린 어둠 속에서만 친구였다. 우린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던 서로의 소년성少年性을 지켜줬다. 거•기엔 어떤 호응도 위로도 필요 없었다. 그저 규칙적인 호흡이 가져오는 팽팽한 긴장만이 우리를 지탱했다. 그건 내가어른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느껴본 소년성이었다. 이후론 그 어디서도 그런 대화를 나눠본 바 없다. 어디서나 꽤믿음직한 어른으로 기능하느라 솔직하지 못했다.
간혹 술자리에서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맥주나 소주 따위를 조금씩 홀짝대며 취한 척 속 얘기를 꺼냈다. 내가 평소에 느낀 경악, 두려움, 혼란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재를 언제 봤다고 이런 얘기까지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 없는 관계가 주는 속 편한 감정도 있다. 고백한다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은밀한 즐거움이 통용되는 가벼•운 사이였다. 흐리멍덩한 눈과 무표정한 말투로 술집의 나

지막한 조명에 몸을 숨기고 술술 털어놨다. 어쩌면 술집에는 그 부연 조명에 마음을 쬐러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내게 소년성이란 호프집 통닭 앞에서나 유효한 단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빈은 그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는 쓰지 않았던 통계학적 접근 방식을 써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가 추구한야구 전략은 여느 혁신가와 다르지 않게 기존 주류의 거친 반대를 무릅써야 했다. 

경기 전략을 짤 때 수학적인 통계로 접근하다 보니 야구판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야구인들의 미움을 산 것이다. 특히 성적이 안 나올 때는 수모에 가까운 말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빌리 빈은 어땠을까? 빌리 빈은영화에서 자기 동료에게 우리 방식을 굳이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을 굳이 남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빌리 빈은 그깟 허울 좋은 의미 부여보다는 그냥 밀고 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우선 일을 진행하면서 바로 그다음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이것저것 생각하며 당위를 부여하느라 지쳐버린 내 등판을 후려치는 영화였다. ‘아, 세상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도 행동을 멈추지 않는 행동주의자가 바꾸는구나? 

나는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때는 우선 헬스장에 가서 생각한다. 쇳덩이를 들어 올리다 보면 이유 없이 운동이 좋아진다.
내 주변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별 이유 없이 그냥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여러 이유를 갖다 붙일 순 있겠지만, 이유에 잠식당하지 않는 자가 진정한 헬스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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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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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두어라! 밤에 에워싸여
끝없는 사막에서.
낙타들이 쉬고 몰이꾼도 쉬는데,
돈 셈하며 고요히 아르메니아인 깨어 있다
그러나 나, 그 곁에서, 먼먼 길을 헤아리네
나를 줄라이카로부터 갈라놓는 길, 되풀이하네
길을 늘이는 미운 굽이굽이들.
나를 울게 두어라! 우는 건 수치가 아니다.
우는 남자들은 선한 사람.
아킬레스도 그의 브리세이스 때문에 울었다!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무적의 대군을 두고도 울었고
스스로 죽인 사랑하는 젊은이를 두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울었다.
나를 울게 두어라! 눈물은 먼지에 생명을 준다.
벌써 푸르러지누나.

아르메니아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하는 낯설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고, 무

끄러운 돌들에다 상상 속에서 얼음까지 얹어보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지기도 했고요.
당시 다시 그곳을 향해 떠나는 만용은 거두었지만, 여름에도 독특하게 황량했던 그 풍경이 자주 떠올라 눈앞에 펼쳐집니다.
거대한 하르츠 산맥, 그 산맥 중의 브로켄산은 마녀들이 집결한다는, 파우스트」의 ‘발푸르기스 밤‘의 무대입니다. 대체 지형이 어떻기에 그런 전설이 생겨났고 또 괴테가 파우스트의 한 주요 장면을 할애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없지 않긴 했지만, 그곳이 그토록 마음을 끈 건그보다 한 편의 시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의 하르츠 여행」이란 시인데 자신의 소명을 깨닫는 순간이 그 안에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방황에 빠져 허우적이기도 하는 젊은 날, 겨울산을 오르며 자신의 운명을 헤아려보는 성찰이 두드러진 시편입니다. 이 시는 문득 절로 터져나온 듯한 외침으로 시작됩니다.

매처럼,
무거운 아침 구름 위에
부드럽게 날개 펴고 가만히 뜬 채로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떠돌아라 나의 노래여
문득 이런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 있어, 깨어나고, 똑바로 서는 한 순간은 누구에게서든 참 아름답습니다. 
거기에 자신만이 아니고 주변의 둘러봄이 있을 때는 더더욱그렇지요
하지만 저기 외따로 가는 자 누구인가?
그가 걷는 길은 덤불숲 속으로 사라진다
그 뒤에서 덤불들이
다시 얽히고
풀이 다시 무성해지고 이윽고
황야가 그를 삼켜버렸다
그럼에도 그런 이까지 눈여겨보는 사람이 시인이겠지요.
그대의 현금을 퉁겨
사랑의 아버지여, 음 하나라도
그의 귀에 들리게 해서 그 마음에 생기를 주소서!
흐린 시선을 열어

황야의
목마른 자 곁에 있는
샘물을 보게 하소서!

그것이 어디쯤에서였을까요. 한 사람에게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순간이, 그러면서도 대승적인 순명의 의식이기도 한 그런 순간이, 누군가의 마음 속 어느 굽이에서인지 제가 가볼 수 없지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리적으로 어디쯤인지는가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그때 저의 출발의 모든 이유였습니다.
산인데 고작 고도 300여 미터, 웃음부터 나오는 높이라 듣기만 했을 때는 그저 우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읽은 글들에서 그 산의 위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막상 가보니 과연 그렇지 않았지요. 높지 않은 대신 아주 넓은 지역에 걸쳐 펼쳐져 있었고, 무엇보다 길바닥이 독특했습니다. 전부 돌이 깔려 있는데, 그 커다란 검은 돌덩이들이 강물 속 차돌처럼 반들반들했습니다. 그런 돌덩이들이, 당연히 불규칙하게, 그러나 빈틈없이 빼곡하게 바닥을 메우고 있어 산의 초입만 조금 걷는 것도 여간 힘

미국인 교수가 얘기했습니다.
그 모든 건, 세상의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많은 장벽들이며 그것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는 자리였습니다. 나홀간 길게 논의된 것이, 9일 기념일에 독일 대통령의 한마디로 요약되었습니다.
"베를린장벽은 무너졌지만, 우리는 많은 내적 장벽을 세웠습니다. 그걸 허물 사람도 우리입니다."
당장 뾰족한 수야 있으랴만, 이렇듯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는 것이 그 많은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길 아닐까요. 그래서 다들 쉬는 시간, 먹는 시간까지도 이야기를 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분단국일뿐더러 사회의 내분, 내홍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곳에서 사는 저야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러나 좋은 연구가들, 젊은이들을 만났고, 아주 좋은 것 한 가지가 남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사진 한 장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 학회 주최자는, 예전에 제가 뮌헨대학에서 독일교수와 함께 분단문학 수업을 했을 때 수업을 들었던 독일학생입니다. 그후 서울에 있는 저의 학교까지따라와서 최인훈의 『광장』으로 멋진 석사논문을 써서두 대학의 학위를 받았고,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이제 제 나라 독일로 돌아가 한국학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학의 한 코너가 그이 덕분에 앞으로 탄탄해질 것만 같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선생을 찾아 땅끝까지도 달려갈 줄 알았던 그 독일 소녀 비르깃이, 이제 자기 나라 학계에서 자리 잡았다고 세 대륙, 네 나라에 있는 스승 넷을 모두 모으고, 많은 전문가들을 더하고, 또한 세계 젊은이들을 모아 이런 야무진 공부 자리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곱고 똑똑한 비르깃과 네 명의 선생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그녀는 이를 "학문의 가족사진"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쉽사리 찍히기 어려운 것이라 자꾸 보게 되고,
보고 있노라면 많이 기쁩니다. 언젠가 그녀도 우정에 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가리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참 설레는 마음입니다.

제가 서원에 지은 이 작은 집은 소박하지만 거기서 비롯된 기쁨과 의미가 정말이지 너무나 커서, 더 크게 짓는다고 해서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도 제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우정에 방문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편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그침 없는 활동과 연구의 생애, 성찰의 생애가 반영되어 있는데,
막바지로 갈수록 오히려 가열한 정신이 선명하게 빛납니다. 임종을 닷새 앞두고 큰 학자 훔볼트에게 쓴 긴 편지의 끝부분, 마지막 몇 문단만 가져와봅니다. 
이 빛나는정신의 편린이 조금이나마 엿보일까 해서입니다.

파우스트의 콘셉트는 내게서 젊어서 이미, 상세하게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명확하게, 전체 순서대로, 앞에 놓인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그 의도와 내가 늘 살며 역시 함께 왔지요. 다만 그때그때 마침 가장 관심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써갔고요. 그러다보니 2부에서는 빈틈들이 남아 있어, 그때는 균일한 관심으로 틈을 메워 나머지와 연결시켜야 하게 되었죠. 그러자니 물론, 원래는 다만 자발적이고 행동적인 자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것에 원칙과 성격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활동적인 삶, 숙고하는 삶을 살고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않을겁니다.
그렇게 평생 쓴 『파우스트』를 괴테는 1831년 8월

82세 생일을 앞두고 최종 마무리를 하여, 봉인해두었다가 1832년 정월에 다시 꺼내어 고치고 또다시 봉인한 후 타계했습니다.

내 귀한,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생시에 이미 이 매우 진지한 농담을 헌정하고, 알리고, 응답을 듣는다면 그건 내게, 의문의 여지 없이 큰 기쁨일 겁니다. 그러나 시절이 어처구니없고 혼란스러우니, 이 기이한 건축물을 이루기 위해 오래도록 쏟아온 나의 정직한 노력은 제대로 보답받지 못하고, 난파선처럼 해변으로 쓸려가 부서져 놓여 있다가 시간의 모래 더미에 파묻혀버리고 말겁니다. 혼란스러운 행함을 부르는 혼란스러운 가르침이 세상을 휘젓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있고, 늘 있어온 것을 될 수 있으면 증진시키고 나의 특질을 정화하는 것 이상으로 절박한 할 일은 없습니다. 그대가 기품 있는 친구여, 그대의 성에서 그렇게 하고 계시듯. 그러니 그대의 작업도 좀 알려주십시오. 잘 아시다시피리머가 같거나 비슷한 연구에 매달려 있어서 우리의 저녁 대화는 자주 그 분야의 경계로 나아갑니다. 이 늦은 답장을 용서하십시오. 독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생의 비밀들을 생생히 떠올려 볼 수 있는 한 시간

은 잘 없습니다. 변함없이 그대의 J. W. v. 괴테

죽음을 목전에 둔, 닷새 앞둔 시인이 자기수양의 절박함을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을 피력합니다. 또 60년 공을 들인 대작을 "진지한 농담"이라고 부를 여유와 더불어, 마지막 공을 들이고도 그 어떤 이해도 기대할 수 없어 봉인을 해버리는 절망이 함께 거기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쏟아부어 한작품을 완성한 힘 역시 같은 절망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닦는 것이, 거짓 가르침이 횡행하는 시대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저항으로 읽힙니다.
그 큰 사람에게도 그랬습니다. 시대의 혼란과 몰이해에 홀로 마주선 이 마지막 외로움이 읽는 이의 가슴을 칩니다. 
작품만이 아니라 그 많은 편지로써 가 닿으려 했던 것도 결국은 사람 아니겠습니까. 
아득한 예전에 세상 이곳저곳에 보내어진 그 많은 낱장 편지들을 사람들은 왜 또 그렇게 모았을까요. 인류의 큰 업적들은 어쩌면 이런 절망과 외로움의 힘으로 길어올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시간들 속에서 찾아낸
반짝이는 보석 같은 순간들
종이시대의 가장 생산적인 문인 괴테가 들려주는간명한 지혜의 말

"지향이 있다는 것은 갈 곳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목표가 있는 한 방황한다니. 갈 곳이 있기에 길을 잃는다니. 방황하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방황이 바로, 목표가 있고 지향이 있기 때문이라니! 
지금 방황해도 괜찮아. 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언젠가 어디인가에 닿아. 그런 쉬운 말보다, 말이 될 듯 말 듯한 이 위로가 주는 여운이 큽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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