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이 곧 저항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젠더 차별, 가부장제가 남긴비인간적인 경쟁과 차별, 그리고 배제…

숨막히는 현실을 피해 이불 속으로 피신한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고립청년, 탕핑족(族,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층), 히키코모리・・・ 무엇이전 세계 청년들을 이불 속에 웅크리도록 몰아세우는가. 일본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 다카시마 린은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가부장제, 의례와 통념 등 보이지 않는권력이 우리 일상의 생활습관과 가치관에 어떻게 교묘히 숨어 있는지 세밀히 밝히면서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그러니 용기를 내자고 독려한다. 누구라도 사회와 마찰을 느끼며 존재하고 있다면, ‘이불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저항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생존 자체가 저항이라는 것이다.

‘진흙탕 속에 있는 당신과 손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이 책 제목은 이불 속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지었습니다. 괴로움에 휩싸여 눅눅한 이불 속에서 몸부림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힘 •없이 주먹을 줍니다. 지금 죽어버릴까 문득 생각하며 무의미하게 SNS를 계속 봅니다. 저는 바로 그런 사람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함께 이불 속에서, 괴상한 존재로서 사회에 들어앉아, 괴로운 신음에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합시다. 저는 분통터지는 진흙탕 속에 있는 당신과 손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2023년 기노쿠니야 인문 대상 선정에 대해이 책은 ‘한 번이라도 읽으면, 멈출 수가 없다‘는 주목 속에,
일본의 대표 서점 기노쿠니야 선정 2023년 ‘최고의 인문서 대상을 받았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하나의 사건이었다.
1995년생의 젊은 작가가 쟁쟁한 철학자와 사상가, 비평가등 역대 수상자의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 진보 역사학자 가토 요코의 《왜 전쟁까지 등, 사회의 지평을 넓혀온 역대 수상작에 이어 신예 작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강력했다. ‘현실에 괴로워하는 타자가단 한 명이라도 있는 한, 현실의 구성원으로서 그 고통과 싸을 책임이 있다.‘ 이 말에 서늘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있을까.
기노쿠니야 서점에서는 "올해 가장 기다렸던 저자의 책. 이토록 다정하면서도 긴박한 선동을 달리 알지 못한다" "사는것이 괴롭고 힘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좌절 직전까지 가더라도 자신의 언어를 갈고닦아 날카롭게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그야말로 뼈를 깎아‘ 나온 듯한 문장에 전율했다"라고 선정의 변을 밝혔다.

2023년 기노쿠니야 인문 대상 선정의 변올해 가장 기다렸던 저자의 책.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삶의 온갖 장면에 끼어드는 권력에 조금이라도 대항하는 모든 행위를 항거의 뜻을 품고 그저 생존하는 것 자체를 저항이라고 부르고 혁명적 행동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타인을 위해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여나가기 위함이다. 이토록 다정하면서도 긴박한 선동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이부자리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상태를 아는 바로그 사람에게 살아 있어달라고 손을 내밀고, 함께 봉기하자고 외친다. 아나키스트나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여하튼 읽어보기 바란다. 올해 최고의 ‘부적‘이다.
건강하고 건전해서 도리어 장벽이 높은 평균적인 ‘평범함‘에서 사실대다수는 벗어나 있지 않은가. 그 사실에 괴로워하는 사람도, 내면의 힘을 믿는 사람도 읽어주기 바란다. 이렇게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책은 처음이었다.
사회와 자신 사이의 충돌에 대해 철저하게 고찰하여 쓴 에세이집 저자는 ‘삶의 괴로움‘이라는 말로 정리해버리지 않고,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사는 것이 괴롭고 힘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좌절 직전까지 가더라도 자신의 언어를 갈고닦아 날카롭게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그야말로 ‘뼈를 깎아‘ 나온 듯한 문장에 전율했다.


혁명에서 함께 싸운다는 것은 사상의 공유도, 감정적 결속의 공유도, ‘현장‘의 공유도 아닌 목적의 공유다. 
각자의 잠소에서 저마다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올바른 수순이다. 누군가에게는 국회 앞에서 자신의 요구를외치는 것이 투쟁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직장 동료의 차별 발언을 웃어넘기지 않고 "그거 차별 발언이에요"
라고 말하는 용기가 투쟁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금 살아남는 것 자체가 투쟁일 터다.

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뒤바뀌는 극적인 현상이 아니다. 

변화는 착실한 행동에 의해 조금씩 찾아온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힘을 기울여야 할 일 역시, 혁명적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한순간만 거창하게 들고일어났다가 산산이 흩어지는 저항은 투쟁이 아니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중시하는 것은 보다 지속 가능한 혁명

마지막으로 이 책에 관해 설명해두겠다. 이 책은 여덟 개의 부로 이루어졌으며, 전부 독립적인 에세이로 구성됐다. 모두 생존을 움켜쥐고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쓴 문장이다. 짧은 글도 있고 긴 글도 있으며, 가벼운 글도 있고 무거운 글도있다.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당신의 기분과 컨디션에따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읽어준다면 그게 가장 좋다.
이 책이 당신의 생존과 저항을 돕고 이 세상의 편파적인
‘정상을 뒤섞어 부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행복은 없을 것이다. 살아남고, 저항하고, 몇 번이든 만나자.
나는 독자 여러분을 믿고 싶다.

후미코는 나이를 물으면 "몇 살이든 간에 내가 지금 나자신의 생활을 해나가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고, 직업을 물으면 "현재 존재하는 것을 때려 부수는 게 저의 직업입니다"라고 응수했다. 나의 동년배가 이런 말을 관청에서 내뱉을 수 있다니! 동시에 "우주의 창조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의 행동을강하게 긍정하는 후미코의 말에서는, 뜨끔할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다고 표현하는 것조차 가볍게 여겨질 만큼 격렬한 억압의 경험이 내비쳤다.
대체 이 사람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던 것일까?
나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를 비롯해 조서, 시집,
서간집, 평전 등 입수할 수 있는 후미코에 관한 책을 모조리모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자 후미코의 궤적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무적자無籍者로 태어나

리베카 솔닛은 저서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언가에 진짜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떤 만행과 부패가 있는지―혹은 무엇이 중요하고 가능한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스토리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이름과 언어와 문구를 고안해 보급하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작업의 열쇠가 된다.
인생의 의미 탐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지, 또 자신 외에 무엇이 곁에 존재하는지에도 달려 있다. 이 책에 수록한 어느 에세이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그것을 진짜 이름으로 부름으로써우리는 비로소 우선해야 할 것과 가치에 대해 참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행에 저항하는 혁명은 만행을 숨기는 언어에 저항하는 혁명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착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나.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일단 대전제로서 약한 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부조리하게 휘두르는 폭력, 양자의 입장이 대등하지 않은 상태로 전개되는 폭력은 물리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편 사회운동에 관여하는 축에 끼는 사람으로서 폭력을 용인하는지, 용인하지 않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폭력과비폭력 양자택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받아칠 것이다. 그런 질문을 할 여유 따위는 없을 만큼 절박한 사태가 세상에는 존재하며, 애초에 국가와의 대립 속에서는 무엇이 폭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자.
당신의 말이 당신의 마음에, 같은 고민을 껴안고 있는 그 사람에게 닿기를당신만의 주문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거울아 거울아〉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재정의하는 에세이를 무보수 또는 아주 적은 금액의 기프트카드로 모집하고(무보수나 저보수로 자신을 드러내는 문장을 쓰게 만드는 무방비한 체제도 큰 문제다), 그 재정의에 의해 스스로를 사랑하기‘와
‘같은 고민을 껴안고 있는 그 사람과 고민 공유하기‘를 주요목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즉 ‘공감‘을 불러일으켜 스스로를 긍정함으로써 ‘콤플렉스‘에 대한 자신의 의식을 변혁하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에서 ‘콤플렉스를 ‘콤플렉스‘로 만든다고 상정하는 요소는 타인의 평가이며, 그것을 버리고 자신의 평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 역시 엄청나게 폐쇄적이다. 이제까지 거듭 주장했듯이, ‘콤플렉스‘를 ‘콤플렉스‘로 만드는 것은 ‘타인‘의 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휘말려 있는 사회 자체의 상황일 터다. 스스로를 사랑하기‘나 ‘같은 고민을 껴안고 있는 그 사람‘과의 공감이 자신 향해 드

근근이 이어가는 생존을 긍정한다

〈델마와 루이스>를 본 뒤 행복이란 ‘참된 자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을 움켜쥐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뭐가 어찌됐든 간에, 세상 사람들이 과시하는 혼인이나 가정의 형성 같은 건행복의 동의어가 아니다. 이런 말은 할 필요도 없지만!). 누구나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또 델마와 루이스가 닥쳐오는죽음에 의해 역설적으로 생을 움켜쥐었듯이, 행복이 반드시생의 곁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참된 자신‘이라고 부를수 있는 생만이 ‘생‘이라면, 그저 살아가는 것은 ‘생‘이 아니라고조차 말할 수 있게 된다. 마침 20세기 초반의 아나키스트가네코 후미코가 이에 대해 쓴 글이 남아 있다.

요컨대 ‘생을 부정한다‘라는 것은 철학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만이 모든 현상의 근본이며, 생의 긍정을 통해서만모든 것이 의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생을 부정했을때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 부정에서 부정은 태어나지 않는다.
보다 강한 긍정에서만 보다 강한 부정이 태어난다. 즉 보다 강하게 생을 긍정해야만 거기서 보다 강한 생의 부정과 반역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말한다. 나는 생을 긍정한다. 보다 강하게 긍정한다. 나는 생을 긍정하기 때문에 생을 위협하는 모든 힘에 대해

분연히 반역한다. 그러므로 나의 행동은 옳다.
(..) 나는 대답한다. 살아가는 것은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나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다. (・・) 그리고 그저 살기만 하는 것이 아닌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의지로 움직였을 때, 그것이 설령 육체를 파멸로 이끈다 해도 그것은 생의 부정이 아니다. 긍정이다.
후미코는 사형을 언도받기 직전, ‘생의 부정‘에서 ‘생의 긍정‘으로 의견을 바꾼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생존의 긍정이 아니다. 앞에서 인용한 대로 생을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델마와 루이스가 ‘참된 자신‘에 이르렀듯이!으로 규정하고, 그 결과 죽음이 찾아와도 그것은 생의 긍정이라고 말한다.

내 의견은 후미코와 다르다. 나는 이 책에서 몇 번이나 거듭 이야기했듯이 생존은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존이란 결코 후미코가 생각하는 죽음 속으로 뛰어들면서까지 발휘되는 ‘생‘이 아니라, 소박하게 그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를 소개한다음에 나오는 생존이라는 말은 마치 의미 없는 생명을 질금지금 낭비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혼란기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통속 도덕은 분발의 기폭제이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라는 발상은, 뒤집어 말하면 ‘보상받지 않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았다‘라는 뜻도 품게 됩니다. 가정의 불화는 효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돈이 없는것은 절약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원래부터 여러 가지 조건에 얽매여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을 전부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통속 도덕의수용은 자기 책임론의 수용이었던 것이지요.
● 제가 통속 도덕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뭐,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네요. 당신은 실제로
‘노력‘의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고 여길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사실상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애초에 지금 이 시대가 통속 도덕에서 이어진 자기책임론으로 규정되어 있고, 제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사실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또 실제로 ‘노력‘이 무언가를해결하는 건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노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이 차고 넘칩니다. 인터넷으로 타인의 ‘실적‘을 간단히 볼 수 있게 된지금은, 어쩌면 야스마루 요시오가 주제로 삼은 시대보다훨씬 더 ‘성공 예시‘가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기생충>은 가족 이야기다. 

반지하에 사는 찢어지게 가난한 김씨 일가는 실직 중인 아버지 기택, 투포환 선수 출신인 어머니 충숙, 재수생인 오빠 기우, 미대를 지망했지만 대입에 실패한 여동생 기정으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다. 
영화는 어느 날 기우에게 굴러들어 온 짭짤한 아르바이트 이야기로 시작된다. 기우는 유학을 떠나는 친구 민혁으로부터 학력을 사칭해 부잣집인 박씨 집안의 과외 선생님 자리를 이어받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기우는 감쪽같이 명문대학생으로 가장해 박씨 가족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김씨 가족은 차례차례 신분을 위장해 기정은 미술 선생님, 충숙은 가정부, 기택은 운전기사로 박씨 집안에 침입하여 ‘기생‘을 시작한다.

내가 기우나 기정이라면, 아마도 몇 개월 동안 박씨 집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뒤 조금 무리해서라도 혼자 집을 나올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둘 다 본가에 머무른다. 
또 아무도 기택을 탓하지 않는 것도 그것대로 무서웠다. 
일을 찾으라거나, 무책임하다거나, 생색만 낸다거나, 그런 불만이 나오지않는다. 
다들 ‘평범하게 사이가 좋은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한가? 
마음에 걸려서 영화관에서 나온 후 리뷰를 검색해보니 나와 같은 감상을 두 건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건은 셰익스피어 연구자 기타무라 사에, 다른 한 건은 사회학자 한동현의 글이었는데 양쪽 다 너무나 강고한 가족의 유대를 지적

널기모노를 ‘일본인의 미의식과 정신성, 가치관의 상징‘으로 보는 것에 대한 그로테스크함은, 새삼 비판하자면 끝이없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기모노로 상징되는 스타일은 일본의 의복 역사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의 수도였던 교토시가 스스로를 기모노 문화의 발신자이자 옹호자로 자부하는 상황 자체가 자문화 중심주의라고 해도 좋다.
또 현재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 가운데는 당연히 기모노와연관된 문화권 외부에 뿌리를 가진 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기모노라는 애매한 단어로 표시된 카테고리 내부의 변화와요동, 다양성을 무시하면서 ‘문화‘의 수호자인 양 행동하는

누군가와 사별하는 장면에서, 임의의 형태로 상상을 하며<레몬>을 들었던 것이다. <레몬>은 온갖 이야기를 대입할 수있는 감정 장치였다. 아마도 전부 전략적인 설계일 것이다.
<레몬>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추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은 복잡한 합의 형성을 광범위하게 이루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것에대해 무엇을 느끼는지를 치밀하게 언어화하는 작업, 자신의우주를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인 것으로 재인식하는 작업을당연한 일로 여기며 게으름 부리지 말고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종잡을 수 없고 나조차도 설교 같다고 느끼는 문장 또한 ‘개인‘을 지우지 않기 위한 실전의 일부다. 그때그때 가장불안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글로 쓰면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 풀린다. 오늘 밤은 어젯밤보다 조금 낫다.

시위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사람도 자주 본다. 
확실히 좌파의 역사는 패배의 역사고, 그건 지금도 변함없다. 앞으로 형세가 바뀔 징조초자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성과가없는 것에 대해 뻔뻔하게 굴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의사표시가 풍경으로서 일어설 때, 공간의 의미는 확실히 민중에게 점령된다. 시위의 의의는 거기에 있다. 
폭력적인 정적으로 지배된 풍경을 휘저어 거기에 숨은 것을 폭로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 모두가 함께 휩쓸려 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면서도, 그 퍼포먼스가 누군가를 공동전선으로 끌고 들어와줄 가능성을 믿는다.

앞에서 시위의 의의라고 말했지만, 그 효능은 결코 시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회 앞으로 가서 외치는 것만이 사회운동은 아니다. 일상 속의 부조리에 혀를 차며 분위기를 깨부수는 것, 정치적인 입장과 무관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SNS에 정치적 메시지를 흘리는 것, ‘불청객‘으로서 그냥 거기에 여봐란듯이 눌러앉는 것, 그리고 저항하는 주체로서 이 지옥에서 살아남는 것. 풍경을 부수는 방법은 무한하며, 사소하더라도 그 가치는 경멸당해서는 안 된다. 

넣은 물이 풀장을 터트릴지 모르니, 어떤 컵도깨트릴 필요가 없다.

풍경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라. 풍경에 잡아먹히지 마라.
풍경이 바뀌는 상상을 멈추지 마라. 풍경 속에 있는 자신을,
풍경을 풍경으로 만드는 자신의 내면을 의식하라. 아무것도못 한다고 느끼는 시간에도 우리는 풍경의 일부다. 그러므로 불의를 미워하고 혁명을 믿으며 살아가는 것은, 이미 저항이다.


꼭 의례 참석 거부가 아니어도 좋다. 
거대한 의례 공간으로서의 사회에 저항하려면, 예컨대 갑자기 의미 없는 말을 외치거나 집에 가는 길에 불현듯 신발을 벗는 등 사회 속에서 상정된 행위의 바깥으로 일탈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대화를 할 때든 이동할 때든, 생활 속에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다‘라는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이 숨어 있고 그것들이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온갖 것들이 밈처럼 변한 사회란 결국 ‘일반‘밖에 허용하지 않는 사회, ‘이상‘을 배척하는 사회가 아닐까. 살의, 분노, 짜증은 자신의 목을 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연체조에 써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싫은 것이 무엇인지 큰소리로 지적하고, 의례에서 도망가고, 아무런 예고 없이 내달린다. 질서 역시 오래된 아파트의 벽지처럼 매일 가장자리부터 손톱으로 조금씩 뜯어내면, 언젠가 전부 훌렁 벗겨질날이 올 것이다.

누구든지 제안에 대해 발언할 사항이 있다면 그 의견은 주의깊게 검토해야 한다.

· 누구든지 강한 불안을 느끼거나 이의가 있다면 그 불안이나 이의를 감안해 가능한 한 최종 제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ㆍ 누구든지 제안이 집단에서 공유하는 기본 원칙을 침해한다고생각하면, 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블록block)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 누구든지 동의하지 않는 결정에 따르기를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합의 형성 과정의 멋진 점은 그것이 다양하고 가변적이라는 것이다." 그레이버는 이렇게 말했다. 앞에서 인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이며, 실제로 합의 형성이 더듬더듬 나아가는 길은 몇 갈래나 존재한다(어디서 회의를 개최할지, 누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여행은 너무 먼 미래보다는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굉장히 행복하다.

여러모로 내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을 되새김질하면서 당시의풍경을 더욱 가슴 깊이 새겼고,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자료를 뒤적였다. 여행 중에 발견하지 못했던 여행의 열매는 돌아온 일상에서 조금씩 싹을 틔웠다.

지난 여행은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두려움 속에서 느긋해지는 법을 배웠다.
타인의 삶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너그러움을 얻었다.
사물을 오랫동안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일상의 사소함에 숨어 있는 행복의 달콤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여행이 준 선물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더욱 또렷한 시선으로 더 많은 세상을 담고 싶어졌다.
나의 서툰 여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어느 장소에 천 명이 머물다 가면 천 개의 단상이 생겨난다. 그것이 여행의 의미다.
여기 그 단상들을 스케치로 빼곡히 담아낸 여행자가 있다. 그림을 그리던 스케치북 위로떨어진 빗방울 때문에 얼룩진 스위스 어느 성당의 스케치. 비 내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럽 자갈길의 흙냄새가 풍겨오는 것만 같다. 과연 그 어떤 방법으로 지구 반대편의 비 오는날의 단상을 이처럼 생생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일러스트레이터 이장희

빈 도화지에 맑은 영혼을 채워나가는 김현길 작가는 감성의 마술사다. 그의 그림은 만화처럼유쾌하고 영화처럼 감미로우며 시처럼 감동적이다. 맑은 시선과 솔직함이 있기에 가능했다.
현란한 그림이 아니라 길 위에 만난 사람과 행복 그리고 고뇌의 풍경을 담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창문을 열어보라. 따사로운 햇살이 그대를 와락 껴안아줄 것이다.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이종원

서문을 읽으며 ‘배가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지만 그것이존재의 이유는 아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안전한 항구를떠난 배가 들려주는 세상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책상에앉아서 편하게 유럽을 다녀온 기분이다. 다음엔 서울도저자의 드로잉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시장 박원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사 바트요와카사 밀라마드리드나 남부지방을 일정에 넣지 않은 것은 바르셀로나를집중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에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흔적이 강렬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출발해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쇼핑 1번지인 그라시아 거리를 걸었다. 가우디의 작품 중 첫 번째로 만나볼카사 바트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여행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카사 바트요를 담고 있었다.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유럽 대륙에 최초로 탄생했던 대제국의 중심에서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며 때때로 방대한 유적, 유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고귀한 문화를 물려받은로마 시민들에게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심마저 생길정도였다. 로마의 유산

을 둘러보다가 문득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에 이르렀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우리가 가진 것부터 잘 지켜나가야할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국보 1호를 우리 손으로 태워버리기까지 했으니.

쥰세이는 살아가는 것이 서투른 남자다.
제멋대로인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하지 못했고사랑하는 아오이의 진심을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세상이 둥글게 생겼기 때문에우리 역시 둥글게 살아가는 것에익숙해져야만 하는 걸까.
쥰세이는 재능 있고그에 못지않게 성실했지만둥글게 사는 것에 서툴렀기 때문에아픔과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누구보다 소중했던 아오이에게끝내 큰 상처를 주고 말았지만결코 쥰세이를 미워할 수 없다.
그는 살아가는 것에 서투르지만진실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아오이는 자존심이 센 여자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이기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타인을 무너뜨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존심이 세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은나로 인해 타인의 자존감이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아득한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세지만 이기적이지 못했던 아오이는그토록 사랑하는 쥰세이 앞에서도냉정해지려 애쓴다.
버티기 힘든 열정에 다리가 휘청이지만끝내 벽을 짚고 넘어지지 않으려 한다.
강해 보이는 표정 속에떨리는 어깨와 한없이 가녀린 영혼을 가진 여자이기에우리는 아오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랑스인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 부러웠다. 
2007년11월 파리 철도노조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제도 개혁에 반발하여 총파업을 결의했다. 
파리 시내 지하철의 9개 노선이 멈췄고 버스 운행률은 15퍼센트에 그쳤다. 
파리의 모든 시민이 파업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했다.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Respectez, et faites respecter)"

3세기에 걸쳐 지어진 성당 내부를 바라보았다. 고딕 양식의 높은 천장이 만들어낸 수직구조가 경건함을 불어넣었다. 

세계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잔 다르크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녀는 프랑스와 영국간의 백년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조국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전투중에 영국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다. 
프랑스 국왕 샤를 7세는 잔 다르크의 종교적 영향력에 부담을 느껴 몸값을 받고 풀어주겠다는 영국군의 제안에 침묵으로 일관해 사실상 그녀를 죽음 속에 방치했다. 
결국 잔 다르크는 조국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일곱 번의 재판 끝에 마녀이자 이교도, 우상숭배의 혐의로 화형에 처해졌다. 
그때 겨우 19세의 소녀였다.

프랑스인에게 구국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잔 다르크 
샤를 7세는 백년전쟁이 끝나고 3년 뒤인 1456년이 되어서야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명예회복재판을 열어 잔 다르크를 복권시켰다. 
정치적, 종교적 희생양이었던 그녀의 짧은 생애는 누구보다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다. 성당 안에 남아 있는 어둠을 몰아내는 작은 촛불을 보며 잠시 그녀를 떠올려보았다.

아름다운 노트르담 대성당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센 강변에 앉아 측면에서의 성당을 종이에 옮겼다. 
마침 바토무슈에서 한 무리의 관광객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 중 머리도 콧수염도 백발인 독일인 할아버지가 한동안 내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떠나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는 독서가인 그녀스리 리브스 앤 컴퍼니 Three Lives & Company소설 <세월>로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커닝엄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서점 중 하나라고 평했다는 스리 리브스앤컴퍼니, 양질의 문학 서적 셀렉션을 확인하고 나면 커닝엄칭송이 공연한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단편 소설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 여류 소설가이자 평론가로 이름을 떨친수전 손태그 등이 낭독회를 열었던 전설 같은 역사도 스리 리브스 앤 컴퍼니만의 특별한 자랑거리다.
AUD 154 West 10 SL, NY, NY 10014 TEL 212-741-2069URL www.threelves.com리즐리 북스토어 Rizzoli Bookstore영화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에서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처음 만났던 고풍스러운 서점, 그곳이 센트펄 파크 근처 미드타운에 위치한 리졸리 북스토어다. 사진 · 건축·패션 등의 다양한 예술 관련 서적을 주로 취급한다. 많은 뉴요커의 대부분이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는 리졸리는 고상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특히 1. 2층 천장의 대형 상들리에와 바닥에 깔린 카펫, 계단은 서점의 풍경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ADD 31 West 57th St, NY, NY 10019TEL 212-759-2424 URL www.rizzoliusa.com하우징 웍스 유스드 북 카페Housing Works Used Book Cafe반즈앤노블의 편안함과 스트랜드의 저렴함을 동시에 즐길 수있는 서점이다. 에이즈에 걸린 홈리스를 돕기 위해 중고 물품가게를 운영하는 하우징 웍스 재단이 운영하는 곳 중고도서를기증 받아 판매하는데, 4만 권 안팎에 이르는 서적을 보유하고있어 찾기 어려운 귀한 책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마호가니 독재의 책장과 나선형 계단이 운치를 더하는 서점 안에는 제3세계에서 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카페도 있다.
400 126 Crosby St, NY, NY 10012 TEL 212-334-3324UREwwww.housingworks.org192북스 192books프린티드 매터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192 뉴욕에서 들러봐야 할 점 명소 중 하나. 주소가 192번지여서 192스라는 이름이붙은 이 서점은 규모는 작지만 예술과 문학 셀렉션만큼은 어느 서점에도 뒤지지 않는다. 저자의 사인회와 낭송회 등이 꾸준히 열린다는 점도 192북스의 특징. 홈페이지를 통해 이벤트 소식을 체크한후 일정에 맞춰 찾아가면 명성이 높은 작가나 셀러브리티를 만나는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ADD 192 10th Ave, a 21st St, NY, NY 10011TEL 212-255-4022www.192books.com드라마 북 TheBookshop극장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브로드웨이에도 서점은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연극 관련 서점으로 통하는 드라마 복습이 그곳이다.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 예술과 매체에 관한 책이 3층 건물을 가득 채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과연 브로드웨이의 서점‘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온다. 운이 좋으면 연극 대본 낭독회 뮤지컬 시연을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브로드웨이어 관한 동경을 품고 뉴욕을 방문했거나 공연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ADD 250 West 40th SL, NY, NY 10018TEL 212-944-C595 URL dramacookshon.com아거시 북스토어 Argosy Books미드타운에 자리한 아거시 북스토어에서는 미국 문학의 가장 스콧피츠제럴드의 소설 초판이나 마크 트웨인의 사인본 같은 희귀도서를 만나는 행운이 현실로 찾아온다. 대부분의 중고 서점과 달리 아거시는 소위 말하는 ‘희귀본‘, 즉 미국 문학 초판본과 사인본 오래된지도 그림 등을 판매하며 유명해진 고서점이기 때문이다. 아거시의 창립자 루이스 코헨은 백악관 도서관과 미국 유수의 대학도서관을 만들 때 조언을 제공하고 필요한 책을 구해주었을 만큼 책 전문가였다니 아거시의 셀렉션 수준은 믿을 만하다.
ADD 116 East 59th St. NY. NY 10022 TEL 212-753-4455URL www.argosybooks.com

아티스트의 창작소 프린티드 매터 The Printed Matter Inc.
첼시에 위치한 프린티드 매터는 아티스트에게는 창작의 자유를 주고, 손님에게는 실험적인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서점이다. 프린티드 매터가 소정의 심사를 거쳐 아티스트가 종이로 만든 인쇄물, 통칭 아티스트 북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정부와 기업, 개인의 지원을 받아 상업성보다 예술성 높은 창작물의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5,000명에 이르는 전 세계 아티스트가 저마다 개성을 녹여내 만든 1만 5,000여 점의 아티스트 북을 보노라면 예술에는 경계와 한계가 없음을 절로 실감하게 된다.
ADD 195 10th Ave, NY 10011TEL 212-925-0325URL www.printedrmatler.orgOPEN 화·수요일 11:00~18:00/목~토요일 11:00~18:00(일 - 월요일 휴무)24시간 오픈된 가장 미국적인 다이너엠파이어 다이너 Empire Diner문화와 패션을 동시에 사랑하는 스타일리시한 첼시즉의 야식 장소인 엠파이어 다이너는 영화 <맨 인 블랙>, <맨하탄>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유행이지난 듯한 엑스테리어지만, 이 트레일러 엑스테리어를 처음 시작한 바 & 다이너가 바로 이곳 엠파이어다이너다. 프렌치토스트, 핫케이크와 브런치도 유명하지만, 이곳의 또 다른 별미는 갓 튀겨 나오는 감자튀김이다. 바삭바삭한 식감은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맛볼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다.
ADD 210 Tenth Ave., al W. 22nd St. NY, NY 10011TEL 212-243-2736URL www.empire-diner.comOPEN 화·수요일 11:00~18:00/목~토요일 11:00~19:00(일 월요일 휴무!

뉴욕 출신 뮤지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음악은 오직 영감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영감으로 말하자면 뉴욕은 거리 구석구석, 잡지나 신문이나 하다못해 길바닥에 그려진 그라피티, 한도 끝도 없는 전 세계의 명품 숍.
TV, 라디오, 지하철의 풍경과 광고 포스터, 사람이 입은 옷에 이르기까지 영감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뮤지엄과 갤러리, 패션쇼, 다양한 국적과 인종까지 합세하면 뉴요커가 받는 자극과 영감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극한의 수준까지 게이지가 올라갈 것이다. 
그런 영감과 자극과 손을 뻗기만 하면 널려 있는 수준 높은 책과 자유로운 기운까지 어느 것 하나 세계를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감과 창의력이란 각기 다른 개성과 마찰하면서 생긴 정전기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몰개성적인 문화를 따르고 개개인의 색깔을 억압하는 문화 속에서는 꽃피기 어려운 것이 바로 창의성, 교육이 모든 사람을 비슷하고 밋밋하게 만들어버리는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잡지를 뒤적거렸더니 실험적이고 시크하고 빈티지하며 냉철한 뉴욕의 현재 트렌드가 보였다. 수많은 춤과 클럽의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뮤지엄에 가자"고 하자 흔쾌히 동의하는 동생들. 현대 미술을 본다면 지난 시간의 간극을 메우고 새로운 뉴욕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 마침 휘트니 미술관에서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비엔날레는 한꺼번에 수많은 대표 작가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타임아웃TimeOut)은 서구권에서 여행 정보지로는 최고의 잡지인데, 인터넷으로도 알찬 정보를 볼 수 있어 좋다. 비엔날레의정보도 여기서 얻었다.
휘트니 미술관으로 가면서 예전과 변함없는 뉴욕과 달라진 뉴욕을 떠올려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지하철 풍경은 옛날 그대로다. 벽돌로 지은 옛 건물이 많은 것을 보면, 거리의 풍경도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젊은층이 선호하는 새로운 문화와 지역은 한눈에도 달라 보인다. 새롭게 떠오르면서 이슈가 되는 ‘힙한 문화가 있는반면, 힙했던 문화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핫‘한 문화로 사랑받는 경우도 있는데, 뉴욕은 핫한 문화 사이사이에 합한 문화가 꽃핀 것 같은 인상이다. 20년의 세월은 그 현격한 차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부유한 동네인 맨해튼 위쪽 지역은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아래 동네인 다운타운은 젊은이, 학생, 예술가의 너덜너덜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트 빌리지가 일본식 선술집, 작고 인디스러운 레코드점, 피어싱과 타투 가게가 즐비하고 허름한 인상이라면,
업타운은 스카이 스크래퍼, 유리 빌딩, 명품 숍, 부유층의 산책 코스 등이 떠오른달까. 휘트니 미술관은 바로 업타운에 위치한다. 이 미술관은 1918년 무명의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작은 스튜디오에서부터 시작해여러 장소에서 발전을 거듭하다가 1966년 여기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의 매디슨 애버뉴MadisonAve. 75번가에 지금의 건물을 지었다. 물론 건물은 우아하고 현대적이다. 미술관 주변에 최고급 명품 이 간간이 보여 아방가르드한 미술이 주를 이루는 휘트니 미술관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인 듯하지만, 요즘의 패션 명품은 현대 미술과 교묘히 결합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미술은 모양새가 아무리그로테스크해 보여도 일단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 그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하니, 상품으로서의 미술과 명품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휘트니 비엔날레는 매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리는 행사다.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세계적인 미술전시회, 느긋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기대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모마MOMA의 분위기보다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다. 몇 개월 전, 모마에서 팀 버튼의 미술전이 열렸는데, <가위손>과 <크리스마스 악몽> 등 잘 알려진영화의 모티브와 스케치 • 의상 · 인형 등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이름들, 피카소니 마네니 하는 유명 작가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휘트니 비엔날레는 정반대다. 작품 설명카드에는 도통 알 수 없는 이름으로 가득하다. 마치 23세기 미술을 보는 것처럼 난해하고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