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바트요와카사 밀라마드리드나 남부지방을 일정에 넣지 않은 것은 바르셀로나를집중적으로 둘러보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에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흔적이 강렬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출발해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쇼핑 1번지인 그라시아 거리를 걸었다. 가우디의 작품 중 첫 번째로 만나볼카사 바트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를 든 수십 명의 여행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카사 바트요를 담고 있었다.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유럽 대륙에 최초로 탄생했던 대제국의 중심에서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포로 로마노를 둘러보며 때때로 방대한 유적, 유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고귀한 문화를 물려받은로마 시민들에게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심마저 생길정도였다. 로마의 유산
을 둘러보다가 문득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에 이르렀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우리가 가진 것부터 잘 지켜나가야할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국보 1호를 우리 손으로 태워버리기까지 했으니.
쥰세이는 살아가는 것이 서투른 남자다. 제멋대로인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하지 못했고사랑하는 아오이의 진심을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세상이 둥글게 생겼기 때문에우리 역시 둥글게 살아가는 것에익숙해져야만 하는 걸까. 쥰세이는 재능 있고그에 못지않게 성실했지만둥글게 사는 것에 서툴렀기 때문에아픔과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누구보다 소중했던 아오이에게끝내 큰 상처를 주고 말았지만결코 쥰세이를 미워할 수 없다. 그는 살아가는 것에 서투르지만진실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아오이는 자존심이 센 여자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이기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타인을 무너뜨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존심이 세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은나로 인해 타인의 자존감이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아득한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세지만 이기적이지 못했던 아오이는그토록 사랑하는 쥰세이 앞에서도냉정해지려 애쓴다. 버티기 힘든 열정에 다리가 휘청이지만끝내 벽을 짚고 넘어지지 않으려 한다. 강해 보이는 표정 속에떨리는 어깨와 한없이 가녀린 영혼을 가진 여자이기에우리는 아오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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