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이 담긴 컵을 입에 가져다 대며 미스미가 말을 이었다. 채워지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다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르는 거야.
그 건조한 표정에 고세는 미스미의 과거를 생각했다.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결론짓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얼마 안 있어 양쪽 테이블에 요리가 나왔다. 맛이 느껴지지 않는 페페론치노 파스타를 먹으면서 고세는 미쓰리와 남자를 힐끔거린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어딘가 어색함이 감돈다. 함께 그쪽을 살피던 미스미가 "역시 아닌 것같은데?" 하고 덧붙인다.
"친밀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안 느껴지잖아."
"그래도 모르잖아.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을 수도 있고."
"음, 그쪽도 아닐 것 같은데."
디저트와 커피가 나오자 저쪽 테이블에 변화가 일어났다.
남자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낸 것이다. 그러더니 둘이 얼굴을 맞대고 태블릿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얼굴이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고세는 자기도 모르게 "!" 소리를 냈다. 미스미가 얼른 고세의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가 너무 커 별 사이 아니라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아빠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만화 좋아했던 거 알고 있었어?"
세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세가 부엌의 아일랜드 앞 의자에 앉아 야스오에게 묻자 "당연히 알고 있었지"
라고 답이 돌아왔다.
"만났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나랑 결혼하고 네가 태어나면서 그만뒀지. 네가 클 때까지는 육아에 전념하겠다면서."
"아니, 왜?"
깜짝 놀라 물었다. 자기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는 뜻인가하지만 야스오는 "그거야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렇지"라며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너는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 모유도 잘 못 넘기고,
잠도 못 자고, 아무튼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지. 그런 너를 돌봐야 하는데 만화 그릴 틈이 어딨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야스오는 여전히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고세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네가 농구를시작했잖아. 그때부터 몸이 건강해져서 농구에 푹 빠져 지내더니, 중학교에 올라가고부터는 완전히 농구에만 집중하더라고 가족끼리 어디 놀러 가는 일도 거의 없어졌고"라고 덧붙였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가자미를 능숙하게 손질한다.

조림이나 튀김 요리를 하려는 모양이다.
"너 중학교 1학년 때, 새해맞이하러 참배 가자고 했더니 네가 거기 안 가고 농구 연습을 하겠다고 했어. 그때 엄마가 말하더라고. ‘이제 나도 내 취미를 즐길 때가 됐나 봐‘라고"
고세는 말없이 야스오의 손끝을 바라봤다. 농구에 푹 빠져있던 자신이 농구부 활동을 무엇보다 우선시했던 것은 분명하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아"
야스오가 말했다. 주변을 한번 둘러봐. 좋아하는 일에 푹빠져 사는 사람들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적어. 우선 기회를얻는 것부터가 어렵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에 놓이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고 재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해, 하고 좌절하면 거기서 끝이니까.
고세는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농구를 그만둔 후 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미쳐 있었는데,
재능이 없다며 다 내팽개쳐버렸다. 부모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도 한동안 낚시를 쉬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당신까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대신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릴 때 아무 말 말고 응원해 달라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내랑 살다니, 내가 참 복이 많아. 이렇게 말하면서 야스오는 가자미의 절반을 냄비에 넣었다. 육수와 조림에 쓸 간장 양념이 보글보글 끓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를 맡으며 고세가 미쓰리를 바라본다.
아빠가 낚시를 하러 가도 엄마는 짜증스러운 얼굴 한번 한적이 없었다. 매일 식탁에 생선 요리가 올라와도 불평하지않았다. 아빠가 좋아하는 일을 응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밤 10시가 되면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것 역시 엄마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사인이었다.
"나는 네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
진지하게 말하는 야스오의 시선 끝에 미쓰리가 있었다.
그 눈빛은 앨범을 함께 펼쳐 보던 때와 변함이 없었다. 아아, 아빠와 엄마 사이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 고세의 가슴속에 온기가 퍼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 나가는 두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좌절할 때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지켜 나가고 있다.
나는 어떨까. 언젠가 다시 농구가 하고 싶어질까. 아니면

켰네, 어차피 들킨 거 그냥 네 엄마를 그만할게‘ 그러더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서 말하자 미스미도 "그러게 말도 안 되는 소리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믿기 어렵겠지만 진짜야. 아빠도 엄마가 바람피우는 걸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아. 이대로 가정을 유지해봤자 의미가 없다면서 따로 살자고 하더라? 그러더니 둘 다어딘가로 가 버렸어."
고세가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수 없어 고심하고 있는데, 앞서 걸어가던 미스미가 "신경 쓸필요 없어"라며 먼저 말을 건넸다.
"둘 다 대학 등록금은 내 준다고 하고, 할머니도 나랑 사는거 좋아하시고. 나도 맘 편하고 좋아."
"그래도… 너무 속상하잖아. 너는 가족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오늘, 아주 잠깐 미행을 하는 동안에도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는데, 순간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미스미는 오롯이 혼자 그런일을 겪었고, 심지어 그 의심이 사실로 밝혀졌다. 미스미가지나왔을 시간을 떠올리자 괴로워졌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필사적으로 애썼을 텐데. 그 결

과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니. 너무하다."
미스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슴이 아파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런 고세의 얼굴을 본 미스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은 그런 눈물겨운 감정 같은 거 하나도 안 남았어."
"그래도…."
"이제 진짜 상관없다니까."
미스미가 단호하게 말하자 그 기세에 눌린 고세가 입을 다물었다. 미스미가 "정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하면서 웃는얼굴을 만들어 낸다.
"아까 너희 가족을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아, 우리 집은애초에 글렀었구나. 분위기가 완전 다르던데? ‘가족이란 이런 거다‘라는 압도적인 설득력 같은 게 있어서 오히려 웃음만나더라고."
고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스미가 깔깔 웃는다.
"고세 너, 우리 반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지? 다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조금은 알 거 같다. 이런 순수함 때문일 거야, 분명."
"무, 무슨 말이야."
도대체 왜 뜬금없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다느니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얼굴이 살짝 붉어진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ent

있다.
"고제키가 키우던 개가 죽기 직전에 찍은 사진인데 나한테는 그 개의 눈에 서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이 분명하게 느껴졌어. 아, 개들도 죽는 건 두려워하는구나. 처음에는그렇게 생각했지. 그리고 자신이 키우던 개의 공포를 냉정한시선으로 포착해 낸 고제키에게 놀라 전율하고 말았어. 이사람은 정이나 사랑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볼 수있구나. 그게 나한테는 굉장한 충격이었어. 그리고 그 사진덕분에 내 감정에서 한 발 떨어져 부모님에 대해 생각할 수있었거든."
미스미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사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에 대해. 엄마가 불륜 상대와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잡아내려 셔터를 눌렀을 때, 내 감정이확 멀어지는 기분을 경험했어. 아아, 바로 이런 게 ‘부감‘이라는 거구나, 이런 감정을 더욱 고결하게 담아낸 것이 고제키의 시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고제키의 사진 덕분에나 역시 그런 시선을 가질 수 있었어.
두 사람의 발걸음은 모지항 레트로 전망대로 향하고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고층 맨션의 최고층이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다. 모지항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저 멀리 놓인 관문교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평

일이라 그런지 인적이 뜸했다. 두 사람은 경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세는 오는 길에 산 따뜻한 캔 밀크 티를 미스미에게 건네고는 자신의 캔을 땄다.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어제저녁에 고제키가 혼자 있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말을걸었어. 지난번에 화를 냈던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내 마음도 전하고 싶어서. 그래서 방금했던 이 얘기를 했더니 고제키가 엄청 화를 내더라고."
탁, 캔 뚜껑을 따던 미스미가 애처롭게 웃는다.
"그런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면서. 생명도, 사랑도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말도 하더라."
고제키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미스미를 보더니 "너 진짜 최악이다"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했다.
"그 얘기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꼴사납게 울어 버렸어. 왜그렇게까지 말하는지 이해도 안 됐고, 무엇보다 난 고제키가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 내가 너무 멋대로기대했나 봐."
밀크 티 캔에 잠시 입을 대는가 싶더니 "바보 같아"라는 말을 덧붙인다. 기대하면 안 됐는데 말이야.
"치코는... 고제키가 태어났을 때부터 여동생처럼 키웠던개야."

고세가 나지막이 말했다.
"치코를 정말 예뻐했고, 처음 카메라를 잡은 것도 치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어."
고세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제키가 치코와 산책하는 모습을 당연한 일상처럼 지켜봐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제키는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산책하면서 목에 건 카메라로 치코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사진을 신문사에 보낸 사람은 고제키가 아니었다. 고제키의 어머니가 너무 좋은 작품이라며 멋대로 응모한 것이었다. 학교로 수상 연락이 오는 바람에 엄마가 벌인 일을 알게된 고제키는 화를 냈다. 상을 받지 않겠다고 우겼고,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아무리 설득해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때는 나도 치코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어. 그래서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고제키에게 멋진 사진인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거냐며 화를 내더라고."
신문의 사본을 보자 그 작품을 단순히 근사한 사진이라고만 생각했던 중2 무렵의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의 내 눈에는 너무도 당연한, 지극히 일상적인 사진처럼보였다. 그래서 고제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치코는 언제나처럼 고제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잖아. 치코의 눈 안에는 고제키의 모습만 가득하고."

그때 고제키의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더니 마음을바꿔 상을 받기로 했다. ‘공포‘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중에야 치코가 죽었을 때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았어.
난 공포를 느낀 건 치코가 아니라 고제키였다고 생각해. 태어났을 때부터 늘 함께하면서 자신을 믿어 주고 올곧은 눈으로 봐 주던 존재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했을 거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남겨 두고 싶어서 셔터를 누른 걸 거야. 고제키는 분명."
고세는 밀크 티를 마시며 "그래서 냉정하다는 말에 화가난 거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미스미는 캔을 만지작거리며 문득 창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역시, 내가 상상했던 거랑 다르네. 나는 좀 더 드라이한고제키를 기대했는데.
"미스미가 고제키에게 어떤 마음을 가졌던 건지, 알아.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존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도 알고, 얼마 전에 미스미가 나랑 같이 있어 줬을 때 나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거든.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미스미는 고세에게 시선을 돌렸고, 고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강하고 드라이해서 멋있어"

라고 말하면 좀 그렇잖아. 그런 이유로 널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너도 기분이 별로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그래서 고제키가 화를 냈던 것 같아."
한동안 고세를 물끄러미 보던 미스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시던 캔을 앉았던 자리에 놓고는 "고세, 너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가봐?"하고 조용히 말했다.
"그게 아니면 네가 나보다 고제키를 더 잘 안다고 자랑하는 거야? 미안한데, 그런 충고 필요 없거든? 아, 짜증 나."
"어? 아..…."
간다. 짧은 인사를 남기고 미스미는 사라졌다. 붙잡을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모습을 감췄다.
"아니, 대체 왜?"
미스미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다. 쫓아가야 하나 싶어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어디선가 키득거리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헉, 뭐야 고제키!"
어떻게 된 일인지 고제키가 서 있었다.
"네가 너무 심각한 얼굴로 집에 가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유쾌하다는 듯 웃으며 고제키는 미스미가 놓고 간 캔을 주웠다.

"못쓰겠네. 이런 걸 그냥 버리고 가다니."
고제키는 이따 버려야겠다면서 캔을 든 채로 고세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고맙다" 하고 입을 열었다.
"뭐, 뭐가?"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생각해 보니 중학교 2학년 때 너한테 제대로 감사 인사를 안 한 게 생각나서. 내 사진을 제대로 봐줘서 고마워."
진지한 말투에 어설프게 걸터앉아 있던 고세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밀크티를 마시며 "뭐야" 하고 툭 내뱉는다.
"감사 인사를 받을 일도 아니잖아. 그냥 치코의 사진이 그렇게밖에 안 보였던 건데 그게 다야."
"넌 그게 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제대로 이해해 준 사람은너밖에 없었어."
고제키가 차분하게 말한다.
"너만 이해해 줬고, 너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나한테 그건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고제키가 창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겨울의 두꺼운 구름사이에 방금 전까지 없었던 틈이 생겨나면서 푸른 하늘이 조금씩 드러났다.
"치코가 죽을 때 너무너무 무서웠어. 이런 눈을 가진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을 하면서 셔터를 눌렀어. 네 말대로 남겨 두고 싶었거든. 어떻게든 남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
캔을 쥔 고제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 끝이 하얗게질려 있었다.
"치코 사진이 공개되니까 여기저기서 냉정하다는 얘기를하더라. 점점 모르겠더라고 소중한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순간을 뷰파인더 너머로 보고 있던 나란 인간이 뭔가 잘못된것 같기도 하고. 나 좋자고 셔터를 누른 게 치코를 슬프게 한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고. 그래서 카메라를 더 이상 들지않게 된 거야."
처음으로 들은 고제키의 고백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렴풋하게 보이던 것이 비로소 선명해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반성했다. 고제키를 그저 어른스럽게만 보고 있었는데, 자신과 다를 바 없이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했던 것이다. 알고 있다며 묻지 않는 것은 오히려 고민만 쌓이게 할 뿐이다. 어디에선가 토해 낼 수 있게 도와줬어야 했다. 자신은고제키에게 무엇이든 상담해 왔으니,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수 있었을 터였다.
"딱히 나만 알고 있던 건 아닐 거야. 그리고 난 아무것도묻지 않은 게 아니라 능숙하게 물어볼 방법을 몰랐던 거고.

나, 그렇게 센스 있지 않아."
헤헤 하고 웃으니 "그걸로 충분해" 하고 고제키가 말한다.
난 그래서 네 옆에 있는 게 편하고 좋아. 고제키의 다정한 목소리에 고세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고제키에게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그래서 미스미처럼 자기 멋대로 감상을 밀어붙이는 사람을 만나면 괴로워져. 그래서 그만.. 미안, 너는 미스미 좋아했는데 이렇게 돼서."
아, 그러고 보니 나미스미한테 짜증 난다는 말을 들었지.
뒤늦게 깨달은 고세는 조금 슬퍼졌다. 하지만 미스미가 교제키를 좋아하는 것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뭐, 어쩔 수 없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나중에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고어차피 지금은... 됐어. 그리고 난 내가 좋다고 생각한 사진을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좋아."
그때 거실에 있는 앨범이 떠올랐고, 똑 닮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그 앨범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스쳐 갔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것이다.
"그렇구나. 나도 그래."
고제키가 훗, 웃는다. 그러다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라멘 먹으러 갈래? 내가 쏜다."

이 편의점, 대체 뭐지?
수상쩍다. 하지만 따뜻하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페로몬을 내뿜는 꽃미남 점장
비밀리에 인기 만화를 연재 중인 파트타임 직원
묘한 카리스마의 털보 남자와 빨강 할아버지미스터리한 직원들부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까지
더없이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바다 옆 편의점에서 만들어 내는작은 기적, 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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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누나
작은누나
그리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수제비에 대한 추억까지

그래도 이 시대를 정직하게
배운 대로
자기가 무슨말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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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 삼는다느니, 밥벌이를 한다느니, 그리고 뭐, 상업 잡지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목소리에 요시로는 목소리를 높여
"그야 당연하지" 하고 답했다.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옛날부터 아이들이 푹 빠져서 볼 만한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 그러니까…"
"그래, 그러니까 말이야. 네가 말한 꿈이랑 아까 그 얘기가같은 뜻이냐고"
요시로의 움직임이 멎었다. 쓰기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밥벌이니, 직업이니. 그런건 꿈 뒤에 따라오는 덤 같은 것아닌가?"
가벼운 말투가 마치 혼잣말같기도 해서 요시로는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 재능이"
힘겹게 말하자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요시로의 그림이 좋다니까? 동생도 그렇다고 하고"라고 답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 그거야 말처럼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벌써 네 작품을 좋다고 하잖아.
그런 사소한 건 필요 없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되받아치지 못했다.
말이 나오지 않아 엄한 스케치북만 뒤적인다. 예전에 만화에 푹 빠져 그렸던 그림들을 눈에 담는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쓰기가 "아아!" 하고 큰 소리를 냈다. 다급하게 길가에 차를 세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반짝이는 눈으로 "방금 그 페이지, 다시 한번 보여줘!" 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들춰 봤던 페이지를 다시 찾았다.
"뭐, 여기?"
펼쳐 놓은 페이지는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로의대결 장면이었다. 간류 섬에 있는 동상을 본 순간 그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어 남겨 뒀던 장면이다. 대상을 정밀하게데생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에 요시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려 봤다. 그 그림을 쓰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좋네. 진짜 좋아. 네 그림에만 있는 맛이랄까? 그런 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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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목록‘보다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심한 성격이던 지오가 "어떻게 그런 일이!"를 외치며 벌떡벌떡일어날 만큼 풍파를 겪은 자기는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많아진 애어른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버린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 안타까움이 쇠스랑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운 느낌으로 심장에 자국을 냈다. 석주의 무의식적인 과시는 그걸 감추기 위해서였다.
"영동 애들하곤 연락 안 하냐? 너 이러고 사는 거 애들은모르는 거 같던데."
차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지오가 물었다. 석주는 태호를보고 숨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태호와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해야 했다.
"너, 곽태호 기억나?"
석주가 물었다. 지오는 대답이 없었다.
"넌 같은 반이 된 적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럼 양근석은 알지? 1학년 처음에 같은 방 썼잖아. 그 패거리야."
"근데 걘 왜?"

"너, 그때 자퇴했을 땐가? 안 했어도 기숙사 층이 달라서모를 수 있겠다. 암튼 나 그놈들한테 생일빵 당했었거든."
지오가 아이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하는석주가 말했다. 석주는 다른 애들이 생일빵을 당하는 걸 보거나 들었지만 자신도 당할 줄은 몰랐다.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도 자신은 여전히 엄마 아빠의 비호와 영향권 아래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남한테 일어나는 일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아직 모를 때였다.
석주는 다른 애들이 당하는 걸 아는 체하지 않았다. 남의일이라고 생각했고, 공부하기도 바빴다. 그런데 자신이 당하고 나니까 그보다 더한 치욕이 없었고 그다음엔 분해서 공부가 안 될 정도였다. 어른들에게 일러 봤자 소용없다는 건이미 알려진 일이었다. 석주는 공부에 방해되는 감정들을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어떻게 했어?"
지오가 성마르게 재촉했다. 석주는 지오를 더 놀라게 할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뿌듯했다.
현수라고, 방송반 애 알아?"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잘난척 오지게 하던 놈."

"기억하는구나, 현수한테 상준이 생일빵 장면을 찍자고했어."
"뭐? 기숙사에서 그게 가능해?"
지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주는 지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매사에 냉소적인 채 한발 물러나 있던 지오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현수 생일이 상준이 생일 다음이었거든. 두려움이 극에달하면 무모한 용기가 생기는 법이잖아."
지오 말대로 잘난 척이 심한 현수는 곽태호 패거리들이공공연하게 벼르고 있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걸 알고 있던 현수는 석주의 제안에 응해 방송반 카메라를 가져다 화장실에 숨어 촬영에 성공했다.
"동영상 갖고 쫄아? 그런 새끼들이 아닌데."
지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들이 아니라 사감하고 딜했지. 사감이 일진 선배였던거 알지? 사과하면 조용히 끝내겠지만 아니면 일을 크게 벌인다고 공갈쳤어. 우리 엄마랑 현수네 아빠가 학부모 운영위원이었잖아. 걔들이 우리 밟는다고 설치는데 사람이 누르는 거 같았어. 동영상 털리면 사람 잘리고 애들도 퇴학 각이

니까. 사감 앞에서 애들한테 사과받고 그 뒤로 다른 건 몰라도 생일빵은 없어졌어."
석주는 지오를 슬쩍 돌아다보았다. 더 큰 걸 기대했었는지 지오의 표정이 허탈해 보였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지오가 말했다.
‘마마보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냐? 동영상 찍는 거 그놈들한테 걸렸으면 개박살 났을 텐데."
고등학생 때의 석주는 마마보이란 말이 너무 싫었다. 누가그렇게 부르면 발끈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더는 마마보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호를 보고는 숨었다. 태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뭔가 창피해서였다.
아직 스스로 선택한 삶에 자신이 없는 거다. 그 고백은 술이라도 한잔 마셔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좀 겁나기는 했어. 걸려서 터질 각오도 했지. 근데그 새끼들이 생일도 아닌 우리를 때리면 빼박 폭력인 거잖아 그럼 일 진짜 커질 거고,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태명 3무중 1빠가 뭔지 너도 기억나지? 폭력이잖아."
석주가 동의를 구하며 돌아보자 지오는 시선을 피했다. 석 주는 지오가 지금까지만 해도 많이 들어 준 거라고 생각했

아저씨 말에 지오는 문득 자기도 아버지한테 한 번만이라도,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응원한다는 말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든 생각치고는 너무 강렬해 지오는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우찌 지냈나?"
아저씨가 지오를 궁금해했다. 오는 내내 자기 삶을 더듬어 봤기에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지리멸렬이죠, 뭐. 스무살 넘으면 빛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네요."
지오는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지리멸렬‘이란단어만큼 자신의 현재와 딱 들어맞는 말도 없는 것 같았다.
"어데 제절로 나는 빛이 있나. 지오니, 이른 봄 얼음 녹을때 냇가에 가본적있어?".
아저씨의 물음에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지오 머릿속에영화나 소설 등에서 본 이미지들이 조합돼 이른 봄, 얼음 녹을 때의 냇가가 펼쳐졌다.
"물가에 있어 보마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여.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빛나는 긴

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카마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않아야 하는 기여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 사는 기 평탄할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지."
말을 마친 아저씨는 열무 줄기에서 연두색 벌레를 잡아 원두막 옆 수풀로 던졌다. 열무 잎에는 벌레가 갉아먹은 자국인듯 작은 구멍들이 나있었다. 벌레가 열무 줄기에서 산 삶의 흔적이었다.
정욱 패거리들이 쫓아왔다. 도망치다 보니 그 아이들은근석 패거리로 바뀌어 있었다. 금방 뒷덜미가 잡힐 것 같은네 다리에 쇳덩이가 매달린 듯 무거웠다. 결국 아버지 손아귀에 잡히려는 순간 지오는 소스라쳐 깼다. 진짜로 달린 양헐떡이며 낯선 주위를 둘러보던 지오는 예전에 석주와 함께샀던 그 방에 있음을 깨달았다.
지오는 잠을 깨운 다리 위의 중압감을 떨쳐 내며 일어나앉았다. 지오의 다리를 베개 삼아 자던 석주는 머리가 바닥

"그전에 난 항상 먼 미래만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같아. 근데 여기선 그럴 수가 없어. 나무들은 필요한 걸 제때에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거든 서은이랑 비슷하다. 서은이는어른들이 어떤 상황이든 저 하고 싶은 걸 해야 돼. 그러지 않으면, 너도 떼쓰는 거 봤지? 휴, 걔 아무도 못 당한다. 처음엔 너무 버릇없는 거 같아서 걱정되는 거야. 그런데 가만히보니까 그때그때 저한테 필요한 걸 원하는 거더라고, 나무가 자라려면 필요한 게 있듯이 그 애도 자기가 잘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난 서은이를, 미래만 보면서 살았던 나 같은 애가 아니라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알고, 또 하면서 사는 애로 키우고 싶어. 나무가 서은이 같다고 생각하니까 일하는 게 나름 재밌어."
힘들지 않느냐는 지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던 것 같다. 삶의 진실을 깨달은 것 같은 말들이 어쩐지 비위에 거슬리던 게 기억났다.
석주는 여기 파묻혀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석주는 의대를 지망하면서도 의사가 된 자기모습이나, 어떤의사가 되고 싶은지는 그려지지 않았는데 사과나무를 키우면서는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졌다고 했다. 그 일은 과일 품

"그래서 여기서 이러고 사는 거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지오는 졸렬한 질문에 석주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뒤의 폭음은 어쩌면 석주로부터 후회한다는고백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는자신을 잊기 위해서였다는 게 더 맞았다.
지오는 벽에 기대앉아 잠자는 석주를 내려다보았다. 생뚱맞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란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떠올랐다. 불행한 가정들을 집대성해서 그려 놓은 듯한그 책은 한창 가정사 때문에 괴롭던 지오의 마음을 달래 주던 책이었다. 지금은 잔뜩 웅크린채 잠든 석주의 모습이 위안을 주었다. 이 모습이야말로 지오의 질문에 대한 진정한대답인 것 같았다. 지오는 불안하고 외로워 보이는 석주에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런데도 가슴 저 깊숙이 뿌리내린 열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오는 나가서 담배를 피울까 하다가 술은 물론 잠까지 완전히 깰 것 같아 참았다. 정신이 맑아지면 다시 잠들지 못할것 같았다. 

"이른 봄, 얼음 녹을 때 냇가에 가본 적 있어?"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 얼음장이 곧추설 때야. 그때 햇빛이 반사돼 빛나는 건데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하지 몰라. 얼음장이그런 빛을 내려면,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

지오는 자신을 이른 봄, 햇살이 내리쬐는 시냇가로 데려다 놓았다.
깨진 얼음이 곧추선 채 빛나는 그 순간으로.


우연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빛나는 인생에 대하여

이금이 청소년문학
청소년들의 ‘지금과 여기‘를 살피고, 꿈과 미래를 힘껏 응원하는이금이 작가의 청소년문학 시리즈입니다.

유진과 유진 
이름이 장편소설책으로 따뜻한세상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청소년 권장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책 읽는 서울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선정 도서  부산시교육청초중고 권장도서  교보문고 선정 마음에 힘을 주는 책  알라딘 독자 선정 청소년문학최고의 책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권장도서  창비어린이 선정 올해의 책 학교도서관저널 「성과 사람 366, 선정 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성장소설 50선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선정 어린이·청소년 평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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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이금이 장편소설한국도서관협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한겨레예스24 선정 청소년책 30선 아침독서추천도서  네이버 북리펀드 선정 도서

숨은 길 찾기 이금이 장편소설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세종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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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칠 때마다 근육이 아깝다, 당장 돈 버는 일보다 더중요한 게 있지 않냐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냥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싫은 소리 하시는 건 줄만 알았는데…. 노미야가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기대를 하고 계셨던 모양이야. 표현 방법이 거칠어서 잘 전해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몰랐던 게 당연하지. 나도 그랬는걸."
시바는 다정한 말투로 "사람의 속마음은 원래 알기가 어렵잖아" 하고 말했다.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판단하면 큰 착각을 하게 되지. 그럼 대체 뭘로 판단하나 싶겠지만, 

내 생각에는 행동 아닐까싶어. 

우라타 씨는 정말로 우리 가게에 오는 게 즐거우셨을거야. 그도 그럴게, 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 노미야한테 이런저런 뾰족한 말을 했던 것도 분명 우라타 씨 나름의 응원이었을 거야."
노미야가 묘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아,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라타 씨 생명에도지장 없고, 회복하면 곧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 같거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어때? 
시바가 미소를 머금은 채 
테이블 위에 놓인 노미야의 깍지 낀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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